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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業의 멘탈 관리

수난을 견디는 매일의 삶

by Bean
카츠시카 호쿠사이 <카나가와의 큰 파도> | 위키피디아


후지산 관광객에게 팔기 위해 그렸다는 호쿠사이의 후지산 우키요에 시리즈. 저 크나큰 파도를 단단하면서도 민첩하게 타제 끼는 선원들의 모습이 마치 스타트업의 정신과 닮았다.


보통 일반 직장인에게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가 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는 것을 통해 완전하게는 아닐지언정 일정 부분이 해결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사업이라는 건 힘들 때 놓아 버리면 그 순간 바로 바닥을 알 수 없는 바닷속 거친 파도에 잡아 먹혀버리는 일과 같기 때문에 쉽지 않다. 회사나 팀이 힘들면 더더욱 일을 놓지 못하는 게 스타트업을 이끄는 사람들에게 숙명 아닌 숙명이 아니겠는가.


집채만큼 큰 파도: 자금 그리고 인력

특히 작은 규모 스타트업에게는 사람(인사)과 자금 두 가지가 거의 위기의 전부라고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자신의 뛰어난 능력으로 1인 기업으로 버틸 수 있다고 여기는 분들도 계시지만, 결국 신처럼 모든 것을 할 수 없는 인간이기에 회사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결국 자금-인력 이 두 사이에서 끝없는 굴레 안에서 영원히 벗어 날 수 없는 게 사업의 핵심 프로세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하다.


그저 올 것이 왔을 뿐

스타트업의 세계에 뛰어들었다면, 즉 사업의 세계를 시작 (start) 했다면 위기는 항상 곁에 머무는 친구처럼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자금 위기, 인력 위기 부터 계약 관련 위기, 내부/외부 고객 관련 위기, 최근에는 코로나 위기 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크기도 다양한 파도들이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순간 문제가 생겼을 땐, ‘올 것이 다시 왔군’이라는 생각으로 위기를 언젠가 오실 손님(자주는 안 왔으면 하지만 옆에 사는 가까운 이웃 같은)이라고 여기자. 나는 해가 지날수록 이런 정신으로 위기를 다루게 되면서 내 멘탈이 완전히 부서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방지를 해주고 있다. 점차 저 배 위에 선원들처럼 생각보다 덤덤하게 받아들이다 보면 파도를 즐기는 수준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파도를 잘 견뎌내서 낚시에 성공한 배들이 살아남듯, 위기를 잘 버텨내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그래서 가만히 주변 스타트업들을 둘러보면 위기의 파도타기를 서핑 수준으로 즐기는 사람일수록 사업을 잘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에 중요 자질 중 위험 감수(risk taking)가 크게 앞세워지는 이유도 이제야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오늘도 코앞에 맞닥친 위기의 파도를 언제나 그렇듯 묵묵하게 일로 버티고 있는 스타트업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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