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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키드 Jul 02. 2024

“처음 듣는 채널에서 우리 인터뷰를 한다는데요?“

일반인 MC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야하는 두려움

올해 홍보팀에서 새롭게 맡은 프로젝트는,

회사 유튜브의 메인 MC 입니다.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거치며

나름 감성적인 사진을 찍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쉽게 담아내던 경험이 있으니, 홍보 업무를 하면서도 텍스트로 담아내는 업무는 어렵지 않게 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제게 영상으로, 더군다나 ‘회사 채널’에 고정 콘텐츠를 맡으라는 대표이사님의 지시를 받고, 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유튜버가 되었는지,
자세한 내막은 아래 에피소드를 읽어주세요

https://brunch.co.kr/@alexkidd/125​​


쉬운 MC는 없다.

그러나 조금 더 어려운 MC는 있다.


MC라고해서 스튜디오에 앉아 정해진 대본을 토대로,

말을 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과 마주 앉아 대화를 주도하는 그런 역할은 아닙니다.


개편된 회사 유튜브는 두개의 컨텐츠가 있습니다.

하나, 기업을 찾아가 기업을 소개하고 직원들과 소통하며 구직자들이 원하는 그 회사의 일자리에 대해 소개하는 웹 예능

둘, 시의성 있고 실생활에 밀접한 경제 토픽을 주제로 경제 전문가, 업계 종사자 등 여러 전문 패널들이 모여 대화하는 패널 토크쇼


둘 중에 한가지는 시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고 만약 하게 되면 후자를 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내심 저와 저희 팀에선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대표이사 보고 때 대표이사께서 결정을 내려 주셨습니다.


예능인 부를 것 없이 네가 해. 너 잘하지?


“네?”


“기업 소개만 하는게 아니고 실제 취업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스토리나 정보가 있어야 돼. 이건 아무나 못 시켜. 너 말도 잘하고 캐릭터가 있잖아? 네가 해. 너 이거 잘되면 대박이야. 진짜 나한테 고마워할걸.“


“네..”


“어디보자. 캐릭터가 있어야되는데. 노란 나비넥타이나 형광색 노란 조끼 이런거 입어봐. 키다리아저씨 컨셉으로 뭔가 하든가. 한결 같은 컨셉이 있어야 해.“


(그..그만!!)


회사 퇴근하면서 스위치를 off하는 나인데, 워라밸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실시간 채널 관리에, 기업 인터뷰를 위해 홀로 감내해야할 수많은 설정과 고민들.


보고를 마치고 황망히 나와 자리에 앉았고,

실장님은 정말 괜찮겠냐고 물으셨는데 사실 사장님이 지시하시는데 안 할 이유가(안할수가) 있겠나요


다만 제가 미리 예측하는 명확한 한계는 있습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누군가 우리 회사에 촬영을 온다고 했을 때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죠. 처음 질문은 당연히 이것 아닐까요?

그래서 누가 촬영온대? 연예인이야?
우리와 똑같은 직장인들이 일하는 회사 사무실로 찾아가서, 그들이 처음보는 보통 사람인 제가 마이크를 들고, 그들이 잘 모르는 채널과 회사에서 왔다는 ‘레퍼런스 없는’ 상황에서 현장 촬영을 합니다.


당연히 사무실에서 근무 하시고 계시는 직장인 분들 입장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도 힘들죠.  


잘 알고 있습니다. 촬영에 협조하는 동안 주변의 민망함을 감수해야 하고, 촬영하는 시간만큼 고스란히 내 업무에 들어가야 할 시간을 빼앗기게 됩니다. 막상 촬영에 협조한다고 나에게 당장 남는 것도 없죠.


저라도 제가 장성규씨나 미미미누 같은 유명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촬영하는 콘텐츠가 워크맨이나 미미미생 같은 유명 콘텐츠도 아닌데 바쁜 시간 쪼개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냉정하게 말해 경영진과 합의된 촬영이지,
모든 직원과 합의된 촬영은 아니니까요.
인터뷰를 강요할 수도, 참여한다고해도
적극성을 당연히 바랄 수도 없는 일입니다.

같은 회사 동료 직원들을 대상으로 촬영할 때
 이미 수없이 겪은 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한계가 명확히 보이는 프로젝트. 냉수 한잔 하면서 속을 달래도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맡겨진데는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 해보자. 언제 또 하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해야합니다.

이왕 하는거 불평하지 않고 의욕을 내보려합니다.


사장님이 시켜서 시작은 했지만, 사실 저도 유튜브의 세계가 늘 궁금했어요. 그리고 제 성향 상 예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했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 보는 것 또한 많이 궁금했습니다.


저를 아는 지인들은 어느순간부터는 “너 유튜브하면 진짜 잘 할 거야. 유튜브해서 대박 나라”라는 말을 많이 해줬습니다.


실제로 작년에 잠시 YouTube를 시작하려고 썸네일도 만들어 보고 채널명도 구상해 보고, 구체적인 회차별 아젠다까지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러다 마지막에 포기한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자극적인 컨텐츠가 아니면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감이었습니다.


도파민을 자극하거나 끝내주는 정보를 인사이트를 줘야하는데 나는 못해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원활한 운영을 위한 일정 광고비가 있어야할텐데 그렇게까지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일이나 하자. 하이리스크 로우리턴이다.

그렇게 개인 유튜버의 마음은 접게 됐습니다.


위기일지 기회일지, 도전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불평하거나 그럴 시간조차 아껴서 달려가거나. 그렇다면 선택은 굉장히 심플하다. 이건 기회가 될거다.


일 년이 지나고, 거짓말처럼 유튜버 제안이 온겁니다.

맨 땅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좋은 면도 있습니다. 제가 만나기 힘든 기업들을 어쨌든 저라는 개인보다 회사의 이름을 가지고 만나니까 더 캐스팅도 쉽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해서 마음을 다잡고 시작하게 된 회사 유튜브.

기존에 했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 썸네일, 메뉴, 연계 SNS 채널 이용 방안, 스토리보드 그리고 연간 취재 대상 기업 섭외 등 많은 산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리뉴얼되는 채널에는 회사명이 없습니다.

오직 제 얼굴과 이름, 초대되는 기업들만 있죠.

이제는 단순 PM을 넘어 주인장 역할을 해야합니다.


이정도의 챌린지는 회사 다니면서 처음인 것 같네요.

제가 얼마나 잘 해내는가보다, 얼마나 기업분들에게 도움이 될수 있고, 취재에 응하시는 직원분들이 얼마나 즐거워하는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촬영 가기 전에, 콘텐츠를 준비히며 떠오르던 여러 가지 고민거리들에 대해, 그리고그 안에서 얻은 가능성과 자극에 대해서 편안하게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어디까지 해 볼 수 있을까요.

저도 많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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