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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키드 Jul 06. 2024

유명하지 않은 사람과 채널이 만나, 섭외난항을 겪는다

그들에게 우리는 가능성일까 귀찮은 일더미일까.

사회생활 15년차,

더이상 새로울 것 없는 매일과 매해가 같은 직장인의 일상을 보내던 중-

사장님의 지시로 올해부터 '회사 유튜브 채널'의 한 코너를 맡게 되었다.


정확히는 단 2개의 오리지널 콘텐츠 시리즈를 내게 되었고,
둘다 기획하고 운영하지만, 그 중 하나가 '내가 직접 출연하는' 콘텐츠라는 것.
어쩌다 회사의 유튜브의 얼굴이 된 사연은 아래의 글에서.


https://brunch.co.kr/@alexkidd/127


새로운 도전, 회사에서 시도하는(만약 이직을 하지 않는 이상) 마지막 시도라고 생각하고,

가슴이 쫄깃해지는 Challenge에 임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타의로 시작했어도 결국은 자의로 밀어붙이게 되니, 결국 내 의지 아니겠는가.


우리는 행정을 하는 회사다. 문서로 일하고, 파트너가 필요하다.

결국 기획과 아이디어는 나와 우리 팀에서 만들어져도,

자체 제작할 수 있는 조직이 없기에 입찰을 통해서 파트너사를 선정한다.


선정된 파트너사의 PD와 상견례를 하고,

그와 그의 회사가 제안하는 연간 계획을 함께 만들어가게 되었다.


상술했던 두 가지 중 한가지는 경제 상식에 대한 토크쇼라서,

몇가지 토픽을 만들어서 공유하고 이에 걸맞는 패널을 섭외하고 작가님이 대본을 쓴다.

나머지 한가지, 내가 출연해야하는 콘텐츠는 '좋은 회사'를 섭외하고,

그 회사의 사람들과 공간을 취재하며 '구직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야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구독과 좋아요'에 날로 인색해지는

수만의 구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나를 모르는 다른 회사 직장인들에게 내 얼굴을 들이밀며,

우리 회사를 모르는 구독자들이 보게하기 위해 '그들이 아는' 회사를 취재한다.

'그들이 아는' 이름난 회사는 대부분 홍보를 알아서 잘하고 있다.

그래서 많이 어렵다.


막연한 자신감. 그게 내 강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끔은 그 막연함에도 근거가 필요할 때가 있더라. 이번처럼 남을 설득해야하는 때가 바로 그랬다. 근거.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가장 중요한 건 섭외.

채널 자체의 브랜드 파워가 약한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더 파급력을 주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가 볼만한 콘텐츠와 채널'을 꾸리기 위해서,

적어도 우리 회사보다는 유명하고,

그중에서도 주 타겟인 2030이 알만한 브랜드를 섭외해야 한다.


2030 세대가 가고싶은 회사를 소개하고,
일자리와 직무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든다.
이건 사실 내 관심사고, 브런치에 쓰고 있는 소재기도 하다.

그들의 브랜드 파워를 우리가 빌리고,

우리는 그들에게 재미있고 살아있는, 다른데서 보여주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제공하며, 우리가 가진 홍보 채널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배포하는 것이다.


어려우리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섭외는 어려웠다.

콜드 메일을 열심히 보내도 돌아오는 답은 '당장 홍보 계획이 없다'는

차갑고 삭막한,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은' 답장들이 돌아오기 일수였다.


그렇지.

회의적이고 사무적인 내가 봐도 이해가 된다.

연예인도, 인플루언서도, 유명 스튜디오도, 그렇다고 돈을 쥐어주는 것도 아닌데

회사 홍보팀 입장에서는 잘 모르는 채널과 회사에서 찍겠다는데

품의를 올리고 내부 상관을 설득하는 것이 어려울테고,

촬영에 임하게 된다고한들 정확히 뭘 얻을 수 있을지도 가늠이 안될터


더군다나 지금 '레퍼런스'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기에,

그들이 조직 내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는 소스조차 없는 상황이다.


촬영일과 오픈일이 다가오고, 상부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도대체 어떻게 할거냐고. 아무것도 캐스팅이 안되는데 뭘 하겠냐고.


속이 타들어간다.

발주처인 내가 가진 컨디션이 고작 이정도인데,

내가 파트너사를 탓할 것인가 뜻을 모아주지 않는 회사들을 탓할 것인가.


더이상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게 되었다. 도전이고 기회고 이건 그냥 '위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외통수라는 것이 바로 이런건가. 오랜만에 느끼는 극한 위기.


정신을 다 잡고, 신발끈을 묶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동감해주신 파트너사의 본부장님과 대표님께서

본인들의 인맥을 최대한 동원하여 다시 섭외를 진행해주셨고,

나도 나름대로 백방으로 유관 부서, 지인, 친구, 홈페이지 대표메일을 통해

콜드 메일을 보내고 영업 전화를 시작했다.


당연히 힘들지.

가장 힘든 것을 하나 꼽으라면,

"나같아도 안하겠다"는 스스로의 회의감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평소에도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인 내가,

스스로 납득하기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는 사실은

업무와 삶을 철저히 분리하지 않고서야 절대 불가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결정했다.

어차피 마지막 도전 아닌가. 쪽 팔릴 것 어디 있는가?


콜드 메일을 보낼 때 적극적으로 나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문과 출신임에도 나는 정말 영업맨이 되기 싫었다.
평생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는 것을 끔찍히 싫어했기에.


그러나 이젠 결정했다.

내가 물러서면 이 프로젝트는 산으로 가게 될 것이고,

무능하고 대책없는 책임자가 되어 파트너사나 우리 팀장님, 실장님,

그리고 후배 직원들에게 누를 끼치는 패배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를 바라보는 가족들에게,

대단한 도전을 하는 것처럼 실컷 말해두고는

이제와서 내빼는 모습을 보일 순 없지 않나?


'어딘가에 굉장히 몰려있다'는 느낌. 이정도의 압박감은 회사 다니면서 많아야 한번 정도 느낀 것 같다. 그떄보다 더한 압박이 찾아왔다. 그래.  다시 스스로에게 배팅을 걸어보자.


나는 영업맨이 되기로 결심했다.
철저히 나를 팔자. 나의 스토리를 세일즈하자.

그때부터 나는, 기획안과 메일에 "나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토록 목놓아 외치던 워라밸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괜찮다. 마지막 도전이다. 제대로 해보자.


마음을 다잡고 메일 상단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MC이자 담당자인 저는 런웨이2, 크크루삥뽕, 전부 노래잘함 등 회사를 소개하는 브렌디드 콘텐츠에 출연하며 회사를 대표하여 외부 홍보를 담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저희 기관 유튜브 신입 직원 공채 홍보 콘텐츠에 직접 출연하며 그들이 원하는 소통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대기업 인사팀 및 현업 부서, 그리고 이직의 경험을 통해 쌓은 커리어 관리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귀사의 다양한 커리어와 직무 인사이트를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습니다."


퍼스널 브랜딩에 기반한 세일즈.

나는 영업맨이다. 인센티브도, 특진도 없지만 내가 맡은 도전을 끝까지 책임져보자.


그렇게 본격적으로 영업판에 나를 세일즈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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