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인생을 담은 미팅, 결국 취재가 성사되었다.
망망대해 항해를 시작한 유튜브 채널의 취재 기업을 섭외하며
이런 저런 고민을 앓고 있는 찰나에 '내가 굉장히 팬인' 브랜드와 인연이 닿을 수 있었고,
미팅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유튜브 콘텐츠 취재 제안의 날.
https://brunch.co.kr/@alexkidd/143
내가 느끼는 부담은 아래의 세 가지 정도였다.
한참이나 부족한 우리 채널, 그리고 유일한 MC인 나의 인지도의 부족
보여줄 수 있는 레퍼런스의 부재(첫 취재 영상은 촬영 이후 3주차에 올라왔음)
취재에 응하는 브랜드(기업)이 만족할만한 콘텐츠 퀄리티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길은 단순했다.
내가 쌓아온 인생의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알리는 일
나와 내 인생을 담아 취재 희망 기업을 홍보하는 방안을 제안
이를 통해, 그들이 윗선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일
새롭게 시작하는 유튜브, 기업을 취재함에 있어 처음 마주친 어려움은 아래에
https://brunch.co.kr/@alexkidd/131
취재하는 기업에게는 그 어떠한 금전적 지원도 없었고,
반대로 우리가 기업으로부터 받는 협찬도 전혀 없었다.
섭외, 기업, 취재, 촬영, 편집과 홍보까지 오롯이 우리가 담당하였고,
취재 대상 기업은 본인들의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과 시간을 내어 협조를 하는 일이었다.
우리 회사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하는데 기업에서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나는 반대다. 나는 기업에서 취재에 응하기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담당자가 촬영을 성사시키기까지의 내부 설득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니까.
모르는 사람(그리고 회사와 채널)이 와서 우리 기업을 찍겠다고 하는데,
다른 일도 많은데 이 촬영이 왜 우선 순위에 가야하는지를 설득해야 하니까.
기업의 담당자가 오롯이. 나 하나만을 믿고 말이다.
그럼에도 미팅의 자리까지 가게 됐다는 건 굉장히 고무적인 일.
나를 증명함으로써, 담당자분들에게 힘을 실어줘야하는 중요한 단계다.
미팅 날이 밝았고, 나는 그들의 브랜드 컬러와 가장 비슷한 파란 팬츠를 입고 그들을 찾아갔다.
상술한 것처럼, 지금 상황에서는 부담이 앞서야하는데,
거짓말처럼 두려움은 사라지고 기대가 가득했다.
그래. 이 느낌은 그때와 똑같다.
10여년 전, 삼성 신입 공채 면접을 보던 날의 바로 그 느낌.
사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이제 겨우 한개의 회사를 촬영했고, 앞으로도 섭외는 묘연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나를 포함한 'F&B를 좋아하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 회사와의 미팅 자리.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성공하면 동 브랜드의 팬들이 우리 채널로 유입될 수 있다.
커피 마니아인 내가 덕업일치의 기회를 얻는 큰 영광의 기회다.
이 촬영을 통해, 다음 취재에 좋은 레퍼런스가 되는 건 그 다음 일.
실패하면? 결국 달라진 것은 없게 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잊은 대신,
내가 쌓아온 다양한 경험에 기반한 자신감을 되뇌었다.
자신있게, 내가 쌓아온 퍼스널 브랜드 자산들을-
실제 첫 경력 면접을 본 회사가 커피 회사였음
대학생 때부터 혼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걸 선호할만큼 커피 문화에 익숙
예전부터 해외 여행을 가면 꼭 로컬 카페부터 찾아 매일 방문
커피를 아는 사람은 많아도, 나보다 '잘 이야기하고 삶에 스토리가 있는 사람'은 적다는 확신
브랜드와 내가 나눠가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의 경험은 콘텐츠에 필수인 스토리텔링
대기업 인사팀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 이후 다양한 분야의 경력 면접 기회를 얻었음
공공기관 이직 후, 창업/홍보 부서 경험을 통해 쌓아온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기업 구조의 이해
무엇보다, 지금껏 이런 콘텐츠를 만들지 않은 브랜드에서
본 촬영 제안에 대해서 미팅이라도 해보겠다는 아주 작은 긍정의 메시지를 보낸 이 상황을 주목했다.
전과는 무언가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그것이 무엇일지는 몰라도, 덤벼보자.
약속한 시간, 담당자분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어진 한 시간의 미팅,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미팅을 준비하며 답을 찾지 못했던 한가지가 있다.
어떤 자세로 말할까
초지일관 진지하게 말하면? 진정성이 보이겠지만, 유튜브 콘텐츠에 적합한 텐션이 안보이겠지
그렇다고 너무 신나게 떠들어대면?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깊이가 부족해 보이겠지
프로젝트의 PM으로서,
콘텐츠의 출연자로서 두가지 고민이 공존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현장에 도착해서 나답게 진행해보자는 생각
인사를 나누고나면, 아마 내 능력이 발현 되겠지
그렇게 명함을 교환하고,
자리에 앉아 인사를 나눈 바로 그 순간부터
미팅에 임하는 나를 보며 그려지는 수식어가 있었다
모든 흐름이 정교하게 짜여진 PT는 아니었지만,
인생에서 진하게 우러난, 브랜드에 대한 고민과 경험, 그리고 살아온 내 캐릭터가
완전히 하나되어 한 편의 그림을 그리는 그런 느낌. 내 있는 그대로 준비된.
어찌보면 시시할수 있지만, 담백하게 나의 경험들을 이야기하면서 내 인생과 브랜드를 담아냈다
커피 회사 경력 면접 경험담
초등학생 시절 경험한 카페 이야기
엄마랑 둘이 자주 내려 먹던 드립 커피 이야기
백화점에 있던 매장부터, 브랜드의 원두를 사서 회사에서 내려먹던 이야기
그리고 커피 계에서 해당 브랜드의 포지션과 브랜드 팬으로서의 내가 생각하는 콘텐츠의 방향
내 캐릭터(잡학다식, 하이텐션)를 활용한 촬영 계획
이런 이야기들을 막힘 없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팅을 하는 내내 몇번의 중요한 순간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히 앞자리에 앉아 계신 브랜드 담당자들은 나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시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건낸 브랜드에 대한 나의 생각과 컨텐츠를 내가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제법 긍정적으로 들어 주셨다.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연락 드리겠다고 하는 굉장히 신중하고,
비즈니스 자리에서 어울리는 답변을 듣고, 나는 다시 내 사무실로 향했다.
이제 결정권은 내 손을 떠났다.
이 이상 내가 더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는 모든 패를 다 꺼낸 것 같았고, 만약 회사에서 고사한다고 해도
"나"라는 브랜드가 핏이 맞지 않아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그들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합격 결과를 통보받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다.
....저희도 즐겁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쭉 뻗었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걸 느꼈다!
일을 하면서도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구나.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연장 후반에 결승골을 넣은 에이스처럼,
누군가에게 축하를 받을 필요도 못 느낄만큼
혹시나 오해가 없으시길 바라는 쓰는 몇 마디를 남기자면,
지금도 나는 이 회사를 포함, "첫 촬영 회사" 또한 나의 은인이라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의 우리를 믿고 촬영해준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글을 쓰는 현재, 8개사 촬영 완료) 콘텐츠를 만들어올 수 있었다.
다만 '처음 섭외 단계'부터 내가 관여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고맙습니다.
꼭 당신들께 필요한 좋은 기회를 만들도록,
브랜드 팬들과 업계 종사자들이 봤을때 재밌게 볼 수 있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겠습니다.
이건 내 인생이 담긴 콘텐츠니까요.
촬영일이 다가왔고,
첫번째 촬영에서 얻은 귀한 경험과 당시 회사의 직원분들이 주셨던
격려와 파이팅, 좋은 기운을 기억하며 촬영장에 도착하여, 스탭분들과 직원분들께 인사드렸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