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부터 촬영감독님까지 모두가 존중받는 곳. 힘든만큼 배운다.
공공기관에서 일을 하면 당연히,
굵직한 오프라인 행사가 연중 진행된다.
기관 유튜브(라이브, 콘텐츠 촬영), 아카이빙(사진/영상 취재), 대학생 기자단 취재, 외부 채널 협업 등 다양한 일을 담당하다보니, 당연히 사업부서의 크고 작은 행사를 직접 간다.
행사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사실상 취재는 시작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일정을 파악해둬야하고,
행사 담당자와 상시 소통하여 어떤 포인트를 잡아야이 행사를 어떤 방법으로 잘 보여줄지 고민한다.
이런 계획들을 나를 도와주시는 기능별 담당자들과 협의하고
이를 잘 펼칠 수 있는 채널과 일정을 잡는다
그리고 행사의 피크를 찍는 날 우리의 모든 홍보 리소스를 투입한다.
이리와 죽빵 한대 맞어 아오
실제 그렇게 생각하는 관리자도 많음 ;ㅁ;
현장 관리를 못하는 담당자는 자격이 없다
경험은 행사를 준비하는, 그리고 현장에서 운영하는
사람들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걸 보고 끊임없이
변수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
옷을 좋아하는 내가,
구두를 포기하고 무조건 운동화에
땀 흡수가 잘되는 굵은 양말을 신는 날은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에 걸쳐,
종일 현장에서 행사 취재를 진행했다.
상술한 모든 계획과 리소스를 제대로 투입한 이틀!
나는 행사의 꽃 중 하나가 “VIP"라는
의견에 제법 동의하는 편이다. 왜냐고?
VIP(격은 상황마다 다름)가 입장하고
그가 스피치를 하고, 언론과 매체가 집중하고
단상을 내려와 스타트업이 만든 부스에 가서
그들의 제품을 소개받고 체험하는 모습, 열심히 준비하고 경영하는 스타트업 대표와 소통하는
모습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퍼져나가고
이 사진과 영상들이 레퍼런스가 되어 기업들이 신뢰를 얻고 홍보에 도움이 되는 일련의 프로세스
찬반이 갈릴 수 있지만,
창업지원부서에서 직접 행사를 할 때부터
홍보팀에서 일하는 지금에 이르러보니 찬성하게 된다.
오전 내내 촬영 감독님들과 카메라를 들고 뛰었다면,
기사 배포를 위한 촬영 사진 전달이 남아 있다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여야한다.
오전부터 현장에 온 이유를 증명하는 순간이니까.
행사 운영팀보다 상부의 요청으로,
또는 외부 누군가의 요청으로 5분 전에 퇴청한(!) 귀빈의 사진을 바로 달라고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요청하는 담당자 입장도 백분 이해하기 때문에,
아래의 일들을 현장에서 직접 치뤄낸다
직접 내가 카메라를 가지고 촬영 하든가
촬영 감독님과 동행 아니 몸싸움 후(의외로 좋은 포지션에서 촬영하려고 자리 싸움이 치열함) 양해를 구하고 카메라 메모리를 빼서
직접 내가 챙겨간 랩탑과 젠더로 파일을 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사진 용량 엄청 크다.
쓸만한 사진을 피씨로 옮기고,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으로 리사이징까지 하고
현장 와이파이가 잘 잡힐리가 없으니 테더링으로 급하게 사진을 보내주면 당장 급한 불을 끈다.
이렇게 전달 드린 사진을 통해서 행사,
그리고 기업들이 VIP를 만나서 소통하는 순간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뻗어 나가는 것이다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라는 사실!
다음 취재를 바로 이어 간다
남아 있는 프로그램에 뛰어 다니며,
사진 한장 영상 한컷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유튜브 콘텐츠를 촬영한다(숏/롱폼 콘텐츠)
유튜브 라이브를 켜서 1시간 반 동안 대본도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탤런트를 쏟아부어서 행사와 기업, 제품에 대한 모든 배경 지식을 현장에서 쏟아 붓는다
그리고 현장에 참여한 시민들과 함께 현장 분위기도 업시키고 이를 담기 위해서 우리 기관 캐릭터와 시민들이 함께 소통하고 도전하는 챌린지 컨텐츠를 찍으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이러니 현장에서 뛰는 감독님들께
내 회사 동료보다 잘 해드려야 하는 거다
장비를 정리하고 있는 동안,
행사가 끝나가고 행사 담당부서원들이 다가온다.
감독님들께 말이라도 한마디 잘 해주는 선배님,
후배님들이 계시면, 내가 더 감사하다
(그러면 인지상정으로 더 잘해 드리게 되고)
좋은 사람은 더 가까워지고, 아닌 사람은 뭐. ㅎ내가 힘들어도 현장을 좋아하는 이유. 이런 것.
현장 취재를 마치고, 사진을 옮기려고 내 랩탑을 켰는데, 처음 뵌 사진 감독님께서 배경화면을 보시더니 직접 찍으셨냐며 되게 잘 찍으신다고 말씀 해 주셨다.
퇴사 후 혼자 여행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찍은
파스타 사진이었다. 원래 인물만 찍는데, 그 여행에서는 유독 정물 사진을 많이 찍었다.
원래부터 사진을 좋아하기도 하고
10년 넘게 쓴 소니 RX100마크가 완전히 가버려서,
다음 기종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잠시 나눴다.
오랜만에 처음 본 누군가와 소년처럼,
퇴사후 여행간 이탈리아 이야기,
취미로도 사진을 찍으시는지 이런 가벼운 이야기를
잠시 나눌 수 있었다.
처음 본 사이, 사담에 익숙치않은 어른들끼리
소소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이유?
현장을 종일 같이 굴렀기 때문이다. 힘들게.
짧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느정도 사람을 알 수 있는데
현장에 계신 분임에도 제법 감수성이 엿보였다.
다음 현장에서 또 뵙자며 심심한 인사를 나눴다.
새벽에 잠에서 깨 호텔 창문을 열어서 본,
동 트기 전 창밖을 내다보는 그 행복감을 느끼던
10년전 1월의 어느 새벽처럼,
은은한 웃음을 띄며 나만을 위한 사진을 찍고 싶다
나만을 위한 사진을 찍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만을 만나는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어른의 삶을 살고 있지만
오직 현장의 스폿라이트 뒤에서 함께 뛰는
“하루만큼의 전우애” 덕분에, 가장 순수하던 시절의
잊고지낸 어떤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구두를 좋아하는 내가 운동화를 신고,
매너와 여유를 갖추는 내가 속도전에 열을 올려도,
내 손을 거치지 않으면 누구도 오늘의 일들을
절대 알 수가 없다는 아주 작은 뿌듯함
사람은 이런 작은 가치로 살아가게 된다.
다음주에도 현장에서, 열심히 뛰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