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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 다시 책 읽을 용기를 내다

먹고 살기 위한 책이 아닌, 오롯이 나만을 위한 독서를

by 알렉스키드

대학 시절에는 언제나 책을 가지고 다녔다

가방에 책을 담고 다니다가 책을 읽고 싶어지는 때면,

카페 벤치 공원 미술관 그 어디서든 털썩 주저 앉아서

읽고 싶은 만큼 충분히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돌아보면 너무나 귀한 시간이고,

그 자체가 얼마나 호사스라운 순간이었는지-

책을 좋아하고 아끼던 나 자신을 칭찬하고플만큼


직장인이 되고 일에 치여가며,

굉장히 재미 없고 딱딱한 독서를 한다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주는 감흥이 사라져버리고,

살면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 행위만 남은 것이다


자기계발, 재테크 이런 식의 글들을 전자책으로다운 받아서 급하게 읽는다.
직접 책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대부분 빨리 읽고 빨리 끝내 버린다.


곱씹으며 읽을 책들이 아니고,

주변의 공기와 배경에 동화되어 느긋하게 앉아서 읽는

’한 장의 그림‘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어려워서


무심코 지나가던 서울시청 광장에서,
요즘 통 읽을 일 없는 시인의 시집 몇 소절과
사회초년시절 교양삼아 즐기던 위스키 백서를 꺼내
잠시 앉아 읽어보던 30분의 귀한 순간 덕분에
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생각을 함께 흘리고 대화할 수 있는 독서와

거리가 멀어졌다는걸 실감할 수 있던 책읽기 시간,

그리고 맑은 가을 하늘과 사람들


책을 펼치면 많은 것들이 보인다

가을 하늘 아래 뛰노는 아이들의 걸음

인쇄된 활자 너머의 작가와 나의 이야기

못다 읽은 책을 덮고 약속 장소로 향하던 내 시절


다시, 내가 읽고싶은 책들을
마음껏 펼쳐서 읽어야겠다. 오직 나만을 위해.


파아란 하늘의 햇볓을 잔뜩 머금고 하얀 빛을 돌려주던 어떤 시인의 책. 마음까지 환해진 것 같다는 유치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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