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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사진첩 23

A Little More or Less than Nothing

by 안락한 은둔



©Jeonghyun Lee




잠들기



주위가 조용해지면 머릿속과 마음 안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해

재잘재잘 떠드는 사람들의 소리를 찾아 그 옆에 눕는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의 소란은 흐물 하게 묽어진다.



©Jeonghyun Lee



어린 시절 방에서 잠이 들었다 설핏 깨었을 때

밖에서 엄마가 움직이는 소리, 엄마랑 아빠가 조용히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들려오면

안심이 되던 어린 시절의 기분과 닮았다.



©Jeonghyun Lee



무엇으로부터 안심하는 걸까.

무엇이 조용해 지길 바라는 걸까.


나무라는 소리도, 위로하는 소리도, 변명하는 소리도, 이해하는 소리도 다 잔잔해지고

덜그럭 대는 마음이 멈추기를 기다린다.


조그맣고 더 조그매져 작은 점처럼 되기를 기다린다.

소리들과 화해한 작은 점이 동그랗게 몸을 말고 두둥실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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