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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콩쉐이크 Jul 04. 2023

보쌈..外

 토요일 점심이었다. 동거인 분께서는 전 날에 친정집에 갔으므로, 나는 넓은 침대에서 편히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한참을 빈둥거리다 사부작사부작 샤워를 하고 자리에 앉아 주말 식단을 생각해보고 있었다. 같이 사는 룸메님이 집에서 먹고 온 보쌈 자랑을 하셔서, 보쌈을 만들어야겠다 결심하고 마트에서 사 올 것들을 노트에 적었다. 나는 아날로그 한 사람이므로, 노트를 찢어갈까 하다가 그래도 현대인이라면 사진을 찍어가야지 싶어 핸드폰을 켰는데, 금요일에 친정에 간 룸메님에게 카톡이 와 있었다.


 "아 오빠, 2시쯤 도착할 거 같은데 울 가족 다 같이 간데이."


 세상에나 나는 그 글을 1시 40분에 봤을 뿐이고. 장인장모님이 오실 시간은 20분이 남았고, 나는 옷도 안 입고 있었고.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보니 다행히(?) 차가 막혔는지 2시 40분쯤 도착 예정이라고 해 일단 다 같이 집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급히 화장실을 좀 치우고, 침대도 정리를 하고, 또 여기저기 정리를 하고..


 고기는 삼겹살을 할까 전지를 쓸까. 대파도 사야 되고, 냉장고에 있는 된장이 맛이 없으니까 된장도 새로 사고. 된장찌개는 역시 고추가 들어가야 맛있으니 청양고추랑, 보쌈에는 사과를 좀 넣고 싶은데 없으니까 사과주스를 사 오고. 쌈장이 남아있던가. 잘 모르겠으니까 쌈장도 하나, 고기만 덩그러니 있으면 허전하니까 쌈이랑. 보쌈은 역시 배추가 맛있지. 배추가 있으면 좋겠다.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호다닥 장바구니를 챙겨서 길 건너 마트에 갔다.


 발발 장을 봐 와서는 밥을 안쳐놓고 무를 절였다. 보쌈김치는 만들어본 적이 없어 무를 얼마나 굵게 썰어야 할지 모르겠다. 중간에 마음이 몇 번 바뀌어서 가는 무 굵은 무가 제각각이다. 무에서 물이 빠지는 동안 양파를 썰고, 양파를 썰다 잠깐 울고, 대파를 썰었다. 전골냄비를 꺼내다 야채를 깔고 위에 돼지고기를 올렸다. 사과주스 약간, 냉장고를 뒤져서 나온 소주도 약간. 끓는 동안은 된장찌개를 끓였다.


 2시 40분, 밥이 다 될 때쯤 처갓댁 식구들이 도착했다. 얼마 전에 담근 매실청을 룸메님이 살살 자랑하며 시간을 끄는 사이에 김치를 조물 거리고, 고기가 익는 타이밍에 맞춰서 계란찜도 하나 올렸다. 음식을 하나씩 접시에 담고, 동거인 손에 쥐어주고 식탁으로 날랐다. 뚝딱뚝딱 1시간 만에 장보기부터 한 상 차리기까지 완성. 


 엄마들이 집에 갑자기 손님을 들이면 왜 싫어하는지 나는 이제 안다.


보쌈과 친구들

시간이 없어서 사진도 하나밖에 없다.


 재료

- 보쌈: 양파, 마늘, 대파, 사과주스, 후추, 월계수잎, 소주, 전지 1kg

- 계란찜: 계란, 대파, 소금, 멸치액젓

- 된장찌개: 된장, 감자, 두부, 청양고추

- 보쌈김치: 무, 고춧가루, 다진 마늘, 올리고당, 멸치액젓, 


만드는 법

- 보쌈

전골냄비에 양파, 대파, 마늘, 후추, 월계수잎을 깔고 돼지고기를 올린다.

사과주스와 소주를 조금 붓고 40분가량 중불에서 끓인다.

- 계란찜

계란 3개를 대파와 함께 잘 풀고 물과 2:1 비율 정도로 섞는다.

멸치액젓, 소금으로 간하고 뚝배기에서 스크램블 한다.

계란이 약간 익으면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 잔열로 마저 익힌다.

- 된장찌개

물에 된장을 풀고 팔팔 끓인다.

감자와 두부를 넣고 감자가 익을 때까지 끓인다.

마지막에 청양고추를 썰어 넣고 불을 끈다.

- 보쌈김치

채 썬 무에 올리고당을 넣고 버무린 뒤 2~4시간 둔다.

무에서 나온 물을 버리고 물기를 짜낸다.

고춧가루, 올리고당 약간, 소금, 마늘, 멸치액젓을 넣고 버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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