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빌리시 여행
이번 여행에서 큰 기대를 했던 나라 중에 하나였다.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본 여행 프로그램에서의 조지아에 대한 기억으로는 푸른 산들과 산속에 있는 집들과 사람들의 여유 있는 미소와 푸근한 인심이 느껴졌다. 그것이 조지아라는 나라의 첫인상이었고 코카서스의 여행의 목적도 조지아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조지아의 여행을 직접 해본 느낌은 이런 나의 기대감을 충족을 시켰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 여행에서 별로였던 나라 중에 하나가 되었을 정도로 조지아에 대해 많이 실망을 했다. 여행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볼거리, 음식, 그 나라의 사람들의 태도인데 그중에서 사람들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지저분하고 대중교통도 이용하기 힘들고 인프라가 별로여도 거기에 사람들이 친절하고 호의적이면 그래도 여행이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는데 아무리 도시가 깨끗하고 인프라가 잘 되어 있어도 사람들이 불친절하면 그곳의 느낌은 좋지가 않다.
조지아는 정말 자연경관도 멋있고 음식과 와인도 맛있고 좋은 점이 많았지만 사람들이 별로 친절하지가 않고 잘 웃지도 않고 거의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여기서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하기가 힘들었다.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부탁을 하는데 여기서는 다들 심각한 표정이고 바빠 보여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할 틈이 잘 보이지가 않았다. 심지어 아이들이 웃고 있는 것도 잘 보지를 못했는데 이것은 정말 심각하고 느껴졌다.
별 것 아닌 일에도 까르르하며 웃을 때가 어린 시절인데 이곳에서는 아이들까지 심각한 표정으로 지내고 있었다. 물론 내가 조지아의 모든 사람을 만난 것이 아니고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 특히 불친절하고 굳은 표정으로 다니는 사람들일 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내 기억 속의 조지아는 여유가 있고 따뜻함이 있는 곳이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차갑고 웃음이 흔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도 조지아에 오래 머물렀던 이유는 갈 볼 곳이 많았던 이유도 있지만 안 좋은 느낌을 가지고 떠나기가 싫어서 좀 더 오래 머무르면서 조지아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가지고 떠나려고 오래 머물렀지만 그 실망감은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환상적인 자연경관이 있고 맛있는 음식과 와인도 있는 곳이어서 여행을 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트빌리시에 머무를 때 한국 사장님이 하시는 호스텔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 사장님도 정말 따뜻했던 분이셔서 고마운 기억들도 많다.
조지아에 대해 쓸 이야기가 많아서 서론이 길어졌다. 일단 조지아에서의 이동 경로는 트빌리시 -> 시그나기-> 트빌리시-> 카즈베기 -> 트빌리시 -> 보르조미 -> 바투미 -> 메스티아 -> 우쉬굴리 -> 주그디디 -> 트빌리시로 여행을 했다. 이 중에서 좋았던 곳은 카즈베기, 메스티아, 우쉬굴리가 좋았고 보르조미와 바투미는 별로였다. 그리고 트빌리시 근교에도 당일치기로 가본 곳이 므츠헤타 즈바리 수도원, 다비드 가레자 수도원을 갔었는데 다비드 가레자 수도원은 숙소 사장님이 강력하게 추천한 곳이었고 그 풍경이 정말 멋있었다. 이제 조지아의 여행을 시작해보자.
“ 코카서스 여행의 중심은 트빌리시였다”
코카서스 나라들을 여행을 하고 조지아 내에서도 여행을 할 때 트빌리시를 여러 번 들릴 수밖에 없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조지아로 올 때도 트빌리시를 거쳐야 했고 조지아에서 아르메니아로 이동할 때도 트빌리시에서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었다. 그리고 아르메니아에서 터키로 육로 입국이 되지가 않아서 다시 트빌리시로 와서 조지아와 터키의 국경에서 가까운 도시인 트라브존으로 이동을 해야 했다.
이 주변 국가의 사이도 좀 복잡한데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영토 분쟁이 있어서 아주 사이가 안 좋아서 절대 이동이 불가능하고 터키와 아르메니아도 사이가 안 좋아서 항공으로는 서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육로로는 이동이 불가능했다. 다행히 조지아는 그 나라들 사이에서 무난한 사이인 것 같아서 이동에 제한이 있지는 않았고 자연스럽게 조지아가 이동의 중심지처럼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지아 안에서의 여행도 트빌리시가 중심에 있기 때문에 시그나기나 카즈베기를 갔다가도 조지아에 들리게 되고 메스티아를 갔다가도 트빌리시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마치 트빌리시가 베이스캠프의 역할을 하는 도시 같았다. 그래서 트빌리시 숙소에 메인 가방을 맡기고 작은 배낭을 메고 조지아 여행을 다녀서 편하기도 했다. 다행히 트빌리시에서 마음씨 좋은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호스텔을 알게 되어서 잘 쉬고 잘 지낼 수 있었다.
“ 오랜만에 느껴본 한국의 정”
숙소를 잡는 일은 언제나 신중하고 고민스러운 일이다. 비싸고 좋은 숙소는 많지만 저렴하면서 좋은 숙소는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지아의 숙소를 보다가 저렴한 곳인데 평점도 높아서 후기를 보는데 한국인들 후기가 유난히 많았고 다들 평가가 좋아서 예약을 하고 가게 되었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는 사장님이 계셨는데 편하게 대해 주시고 숙소도 관리를 잘하셔서 깔끔하고 괜찮았다. 여기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같이 밥도 먹고 와인도 마시면서 즐겁게 보냈다. 이전에 쓴 것처럼 트빌리시가 베이스캠프여서 사람들이 이곳저곳을 다녀와서 다시 이 숙소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아서 서로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좋았던 곳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특히 거의 매일 저녁에 모여서 식사를 해서 좋았다. 한국에 와서 쉬는 느낌이었고 한국말을 듣고 한국적인 정서를 느끼는 것도 좋았다. 특히 사장님이 정이 많으셔서 손님들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보시는 것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주셨고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항상 배웅하고 인사도 해주셨다.
나도 이 숙소에서 아르메니아로 가는 야간 기차를 타러 떠나는데 이 날도 사장님과 손님들과 저녁식사를 즐겁게 하고 떠나는데 사장님께서 길가로 배웅해주시고 인사해주시는데 그동안 여기서 재미있게 지낸 시간이 생각이 나고 사장님의 아쉬운 마음이 느껴져서 울컥했다. 정말 감동적인 숙소였고 타지에서 좋은 분을 만나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이런 따뜻함을 나누고 감동을 줄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느꼈다.
이 숙소는 수지가 안 맞아서 지금은 아마 다른 나라 사람이 운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추천해주고 싶은 좋은 숙소가 없어져서 많이 아쉽다. 오랜 여행에 지친 마음을 쉴 수 있었던 편안한 곳이었다. 역시 숙소의 시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