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 여행
두바이를 떠나서 다음 목적지는 이번 여행에서 기대를 많이 했던 조지아가 있는 코카서스 3국이었다. 바로 조지아로 갈까 하다가 항공편을 검색해보니까 여기서 아제르바이잔으로 가는 항공편이 20만 원 정도로 가장 저렴해서 그렇게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가게 되었다.
아제르바이잔은 비자가 필요한 나라였는데 도착 비자를 받으면 된다고 해서 비자를 따로 준비해서 가지는 않았다. 공항에 도착해서 도착 비자를 받는데 자판기에 돈을 넣고 몇 가지 항목을 입력하면 영수증처럼 생긴 종이가 나오는데 그게 비자였다. 금방 비자를 받는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여기는 비자를 여권에 붙여주지 않기 때문에 그 종이를 가지고 다녀야 된다는 것이다.
바쿠에서 조지아 트빌리시로 가는 기차를 타고 갈 때, 국경에서 출국 심사에서 그 비자를 보여줘야 했다. 난 그 종이를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어디에 뒀는지도 몰라서 당황했는데 다행히 여권케이스에 있는 주머니에 넣어놔서 보여줄 수가 있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일주일 정도 있었는데 바쿠에서만 있으면서 바쿠를 구경하고 주변에는 당일 투어로 구경을 했다. 그럼 이제 아제르바이잔 여행을 시작해보자.
“아름다운 디자인의 건물이 많이 있던 곳“
바쿠의 공항에 도착한 첫인상은 정말 멋있는 공항 건물이었다. 어떤 도시든지 첫인상이라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바쿠 공항의 멋진 디자인은 바쿠의 시내를 아직 가보지는 않았지만 좋은 느낌을 주고 어떤 도시인지 기대를 하게 해 주었다. 공항은 크지는 않았는데 곡선의 미가 있는 건물이었고 문이 있는 벽면이 벽이 아니라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서 밝아 보이고 답답하지 않고 시원해 보이는 느낌을 주었다. 외관도 예술적인 느낌으로 공항이라기보다 디자인 센터 같아 보였다. 그때가 해 질 녘이었는데 석양과 공항의 모습이 정말 잘 어울렸다.
공항뿐만 아니라 디자인이 독특한 건물이 더 있었는데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Heydar Aliyev Center)가 있었다. 자하 하디드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건축가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도 그녀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DDP를 봤을 때는 동대문 운동장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 건축가가 왜 유명한지 잘 이해가 안 갔는데 여기에 있는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를 보니까 정말 대단한 건축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존에 아는 건물에 대한 상식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냥 이것은 건물이 아니라 이곳의 땅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자연의 일부 같은 느낌이었다.
곡선의 굴곡도 대단하고 여러 각도에서 전혀 다른 건물의 모습으로 보이는데 그 모습들이 독특하고 아름다웠다. 주변의 공원과도 잘 어울렸고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지니까 더욱 화려하고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 생각보다 세련된 분위기의 도시”
아제르바이잔이라는 나라는 중앙아시아의 서쪽 지역으로 흑해와 카스피해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유럽과는 바로 맞닿아있지는 않고 아르메니아와 터키를 지나서야 동유럽 국가들이 나온다. 오히려 아제르바이잔의 근처에의 나라는 이란, 터키, 투르크메니스탄 등 이슬람 나라들이 많다. 그럼에도 바쿠의 도시의 느낌은 동유럽 도시의 느낌이 났다. 아마도 예전에 소비에트 연방 국가 중의 하나여서 러시아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유럽풍의 건물과 노천 음식점들과 카페와 잘 정돈된 넓은 거리가 아직 유럽에는 가지 않았지만 이미 유럽에 온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여기의 날씨는 시원하고 걷기에 정말 적합한 온도와 습도였다. 너무나도 습하고 더웠던 두바이에서 와서 그런지 더욱 이 도시가 멋지고 걷기만 해도 즐거웠다.
특히 카스피해 연안으로 조성된 공원은 사람들의 마음의 여유를 찾기에 손색이 없었고 그 크기도 커서 다 돌아보지도 못했다. 이 공원뿐만 아니라 도시 근처에 있는 공원도 바닥의 무늬며. 나무의 배치, 분수들, 운치 있는 가로등, 편히 쉴 수 있는 많은 벤치들 등 수준급의 공원이었다.
아제르바이잔이라는 나라는 생소했고 기대도 안 했는데 우리나라보다 조경이 잘 되어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까 이 나라에는 기름이 있어서 꽤 부자나라라고 했다. 역시 이 도시의 분위기가 왠지 고급스러워 보였다.
여행의 중요성을 이 나라에서 다시 느꼈는데 내가 이곳에 와보지 않았다면 아제르바이잔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별 볼일 없는 나라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세계에는 많은 나라들이 있고 우리는 보통 그 나라들을 생각할 때, 유명한 랜드마크나 GDP 순위나 어떤 스포츠를 잘하는 것 등으로 많이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일단 어떤 분야에서 높은 순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큰 비중을 두고 그 나라의 이미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높은 순위에 있는 것이 당연히 그 나라의 홍보에 엄청난 영향력을 주는 것 같다. 어쨌든 이번 여행에서 얻게 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그런 순위에 없고 생소한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정말 보석 같은 나라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분위기는 경쟁에서 높은 순위가 대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작은 나라지만 놀랍게도 GDP나 경제력, 군사력, 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떨어지는 나라들은 별 볼일 없다고 생각을 해왔었던 면이 있었다.
그런데 여행을 하다 보면 정말 GDP가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 되게 낮은데도 그 사람들의 삶의 질은 내가 느끼기에는 우리보다 훨씬 여유롭고 풍요로운 곳도 있었다. 그런 얼마나 잘 사는지에 대한 국가 간의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나라안의 사회적 분위기가 사람들의 행복에 더 중요한 것이라고 느꼈다.
부유하면 더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은 될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것만 해결이 되면 가족과 친구들과 같이 웃으면 이야기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그런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