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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Sep 10. 2023

죽음 앞에선 당당하게

나의 친애하는 폰메크 부인!

당신의 마음이 어떤지...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어떤지...

그게 궁금하다고 하는게 맞겠지요.


참 알 수가 없네요.

나에게 무언가 언짢았나요?

벌써 몇 달 째, 풀리지 않는 상태의 먹먹한 가슴을 안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신의 거역하였기에...

 신의 가호를 바랄 수도,

희망 할 수도 없는 것이란 말인가?




이제, 더 이상 내게는 희망이라는 단어는 삶에 존재하지 않은 

걸까요?


 내 삶이 마음 속 꼬깃꼬깃 구겨짓 종잇장처럼

쳐 박아  습니다.

그런 건, 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싶습니다.


세상은 그런 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

그들은 나의 당당한 모습을 보면서,

나를 아주 거만한 사람이거나  혹은 멍청하고 엉뚱한 인간으로 취급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나를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나는 상관없니다.


그들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으니깐요.

그래서, 이제 더 이상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밀류코바와 잘못된 만남과 결혼.

 그녀와 헤어진 이후로...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평정심을 찾아가며 살았던 지난 날들!!


음악을 통해서 온전한 내 자아를 찾기 위한 노력을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지금까지 지내  나의 모든 속에,

나에 관한 한 진실과 비밀내  음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오선지 위에 음표들이 나의 일상을 대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표트리 일리 차이코프스키 초상화


그랬기에, 나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세상에 나의 덧없는 그림자를 지워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별이란, 본디 슬픔의 단어이지요.

나를 기억하는 모든이들이여~

나를 위해 흘리는 눈물은 딱 한번 만 흘리소서.


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한번 왔다가, 한번 지나가는 것이니까요.


며칠전 완성한 '비창'의 악보가 아른거리네요.

이것이 내 생애 마지막 창작곡이 될 것입니다.


이제 며칠 후, 저는 모스크바 음악원 동기들을 시내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보다 진지하고 진일보한 대화가 더 이어지겠지요?

아니면 그 곳에서 모든 것이 결론나고,

나는 더 물러날 수 없는 구석으로 내몰릴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결정에 저의 마지막을 부탁할 것 입니다.


인생에서 자부심은 나만의 색깔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쉬운 오후 햇살이 나를 감추고 그림자도 사라지는 날.

두려움을 비켜서 마음을 곧추 세운 정열의 음악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서러운 지난 날의 발자욱이 나의 가슴을 요동치게 합니다.

아듀 내 영혼의 친구~~



 차이코프스키 마지막 작품인 교향곡 NO.6 비창이 완성되고, 1893.10.28. 상트페테르부르크 연주홀에서 그의 지휘로 초연됐다.

초연된 지 9일 후, 그는

 당시 유행하던 콜레라로 사망했다.


그러나, 그의 지인들은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콜레라를 가장한 비소중독으로 인한 자살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나는 이 작품을 작곡하며 종종 펑펑 울었다. 아마 이 곡은 나의 작품 중 최상이 될 것이다."


차이코프스키 죽음에 관한 진실은 그가 죽은 지 1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추측과 검증이 산재돼 있다.


나테츠다 폰메크부인


그를 14여년 간 후원했던 나테츠다 폰 메크 부인이 어느날 갑자기 재정적 지원을 끊은 이후로, 그의 삶을 향한 희망이 희미해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녀가 재정적 지원을 끊었던 직접적인 이유도 몰랐고,

이후의 1400여통의 편지를 왕래했었던 영혼의 친구와 같은  교류도  끝이 나버렸다.


절망감이 그를 이토록 비참한 심경을 갖게 하는 동인이었을까?




죽음을 미리 통감할 수 있는 것 처럼 썼던 그의 마지막 교향곡 N0. 6 비창을 들으며,


이 가을!!

나는 그의 진심이 통하는 마음의 소리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2023.09.10.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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