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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울수록 맛있다

박찬욱의 복수 3부작

by 키네마스코프


오늘은 많이 더운데, 차가울 때 맛있는 걸 추천 받고 싶어요.


오늘 같은 여름날이면, 차가운 음료가 가장 마시고 싶은 법이죠. 그렇다면 손님께 아주 좋은 작품이 있습니다. 거장의 향기까지 느낄 수 있는 아주 강렬하고도, 차가운 작품이죠.


이런 말이 떠오르는 군요. 킬 빌이라는 작품에서 나오는 말이기도 한데, "복수는 식혀서 먹어야 가장 맛있는 음식과 같다." 옛 속담이라더군요.


오늘 손님께 추천드리고 싶은 작품은 마치 시원하면서도, 냉정한 맛을 가진 작품들입니다. 게다가 모두 한 사람의 손길이 닿아 있다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군요, 한 번 살펴보시죠.


이 거장을 손님께 소개하게 되어, 아주 기쁩니다. 물론 아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한국 품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명작들로도 유명합니다. 오늘 제가 손님께 소개드릴 작품은 단 세 편입니다. 하지만 이 세 편으로도 이 거장의 실력을 충분히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잠깐 말씀 드리자면, 이 거장의 작품들은 사회적의 터부와 냉정함, 냉소와 더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폭력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 작품은 2002년 빈티지입니다. 아마도, B급 작품을 취급하시냐고 물으실 수 있겠습니다만, 복수 3부작의 시작을 여는 작품이니 참고해주십시오.



바로 '복수는 나의 것'입니다. 송강호, 신하균, 배두나 배우가 출연하는 이 영화는 처음에는 B급 영화가 아니냐는 평가도 받았었던 작품입니다. 물론, 극장에서의 흥행은 아주 별로였습니다만, 작품을 보다 보면 거장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으실겁니다. 유의하실 게 있습니다. 손님이 만약 폭력과 피에 대한 거부감이 많으시다면, 복수는 나의 것을 받아드리기 힘드실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군요.



이 영화의 명대사가 떠오릅니다. '너는 내가 이러는 거 이해하지?' 작품의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라고 할 수 있겠군요. 어쩌면 아주 차갑게 먹어야 맛있다는 말은 이 작품을 보시면 한 모금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박찬욱 감독의 연출까지 합쳐진 내러티브는 손님께 뒷 맛이 아주 씁쓸하면서도, 차가운 맛을 줄 거라고 생각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만, 폭력의 미학을 어려워 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곧 밝고 스위티한 메뉴를 준비해드릴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다음 작품은 손님도 충분히 아실 작품입니다. 만들어지기 까지 아주 어려운 작품이었지만, 최고의 명작으로 남은 영화죠.


올드보이입니다. 2003년 빈티지죠. 물론 2003년도에는 아주 훌륭한 작품들이 넘쳐 났던 시기입니다.


가게에 한국 품종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오시면, 반드시 2003년도 빈티지를 하나씩 내놓는 편이죠.


잠깐 2003년 빈티지를 살펴보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장진 감독의 황산벌,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 이 정도면 한국 품종을 즐기시는 분들은 다 아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올드보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15년간 사설 감옥에 갇혀 지내던 오대수라는 사람이 자신이 왜 갇혔는가, 누가 나를 가두었는가를 추적하는 이야기라고 해두고 싶습니다.



올드보이라는 작품이 왜 명작이라고 부르는 지 설명드리려면, 하루 한 날도 부족하므로, 간단하게 이 장면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일명 롱테이크 액션씬이죠.


03년도에는 편집 없이 한 테이크로 액션씬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에 가까웠습니다. 합이 하나만 틀려도 다시 찍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배우들의 부담이 꽤 큰 연출 방식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박찬욱 감독이 롱테이크, 심지어 액션씬인 원 테이크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획기적이고도, 혁신적이었죠. 물론 다른 면모에서도 이 작품이 명작이라는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 터부를 거리낌 없이 건드린 장면들을 모아두고 싶었지만, 이 장면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결국 머리에 총을 겨누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대수는 과연 이 남자에게 어떤 죄를 저질렀을까요, 복수를 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그리고 그 복수는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요? 여러 물음 속에 사회의 터부를 넘는 작품의 의의를 느끼실 수 있으시다면, 이 작품을 명작이라고 생각하실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마지막 작품을 살펴보시죠, 아주 친절하고도 차가운 영화입니다.



바로 '친절한 금자씨'입니다. 이 작품을 소개드릴 수 있어서 기쁘군요. 어쩌면 이 작품이야말로, 차가운 걸 찾으시는 손님께 가장 어울리는 작품일 겁니다.


사회적 터부를 거리낌 없이 넘나들었던 '올드보이'나 결국 그럴 수밖에 없는 '복수는 나의 것'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하나의 주제로 나아가죠. 바로 복수. 죽어야 했던 어린 아이, 보지 못하고 입양을 간 아이, 이렇게 만든 나에 대한 복수. 이게 이 작품의 주제입니다. 곧고, 똑바로 쏘아져 나가는 화살, 오랜 시간 동안 아주 차갑게 식혀진 복수를 즐기시고 싶으시다면, 역시 이 작품이죠.





사실 옛날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복수를 할 거면, 잘 살아라. 아주 잘 살다보면, 원수의 시체가 강물에 떠내려올 것이다, 라고요. 복수를 꿈꾸시는 사람이 혹 있다면, 원수를 잊으라는 말을 차마 못하겠지만, 잘 살아라. 누구도 뭐라고 말하지 못하게 잘 살아보라, 고 말해 보고 싶군요. 오늘의 작품은 어떠하십니까, 복수는 차갑게 식어야 제 맛이라 오늘 같은 여름 날씨에는 시원한 작품 한 번 즐겨보는 게 어떠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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