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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영화의 즐거움

B급 영화를 주목하라

by 키네마스코프


사실 B급 영화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갑자기 튀어나오는 야쿠자 영화가 뭔지 의아하실 겁니다. 또 호러 장르야 B급 영화를 부를 때 유명하다지만, '로망포르노'라니요. 이건 그냥 야한 영화 아닙니까? 물론 그런 반응이 모두 이해됩니다만, 저는 이 영화들이 우리가 흔하게 접해오던 B급 영화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B급 영화는 이미 우리에게 너무 친숙하게 다가왔고, 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소비하고 있거든요.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보리스 칼로프가 연기한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 (1931) 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이 크리처의 형상이 익숙할 겁니다. 하지만 사실 원작 소설인 <프랑켄슈타인> 에서는 단지 '크리처' 라고 부를 뿐, 이름도 없어요. 그냥 '크리처' 입니다. 이걸 만든 박사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 박사일 뿐이죠. 하지만 우리는 이 B급 영화에서 나온 프랑켄슈타인을 진짜라고 보지 않습니까?


물론 1931년 작품인 <프랑켄슈타인>이 무슨 B급 이냐! 이러면 할 말은 없지만요. 중요한 건,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었느냐, 에 가깝습니다. 지금 보면 고딕 호러의 영화들은 모두 B급 영화의 정의에 가깝기 때문이죠.


워너 브라더스가 공포 영화로 유명한 스튜디오란 건, 옛날의 공포 영화의 명작들이 탄생했기 때문이죠. 아주 적은 예산과 '헤이스 코드' 가 불어 닥치기 이전,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는 아주 많은 작품들을 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드라큘라, 늑대인간, 앞에서 말한 프랑켄슈타인, 투명인간까지요. 메인으로 잡는 영화와 곁다리로 나오는 영화.


이것이 바로 B급 영화의 정의입니다.


사실 B급의 시작을 영화사에 맞춰서 바라본다면, 할리우르를 반드시 언급해야 합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심볼

할리우드의 BIG 스튜디오들, 1920~1930년대 영화 산업을 주도했던 스튜디오 다섯 개가 있습니다.


파라마운트, 워너, 20세기 폭스, RKO, MGM


이 다섯 개의 스튜디오들은 할리우드 영화 산업을 이끌면서 여러 대작들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영화 산업을 지배하던 스튜디오들은 말 그대로 독과점 상태였습니다.


영화 제작, 영화 배급, 영화 상영까지. 게다가 작은 독립 극장을 견제하면서, 가격 답합부터 독점 계약을 통한 배우들의 작품을 제한하기도 했죠. 이러한 스튜디오 시스템은 영화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만들어주었지만, 결국 반독점법에 의해 해체되었습니다.


당시의 시대상을 표현하는 영화들도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넘어가는 시기를 다룬 <바빌론>이 있습니다.


<바빌론>

대량 생산과 수직 구조. 당시의 시튜디오 시스템의 영화 스튜디오에는 두 가지의 영화가 있었습니다. A 작품, 그리고 B 작품.


A급 영화는 스튜디오의 예산을 대거 투입해서 만들어야 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반드시 흥행해야 하는 작품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예산이나 사이를 메꿔야 하는 작품이 필요한데, 이것이 B급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B급 영화들이 좀 짧은 편입니다. 당시엔 A급 영화를 위해서, 동시 상영을 자주 하곤 했는데 1시간 10분 내지는 1시간 20분짜리를 메꿀 영화가 필요했습니다. 그 때, B급 영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죠.


하지만 전성시대가 곧 저물고, 1948년 '파라마운트 판결' 에 의해서 주요 스튜디오들의 독점이 해체되고 맙니다. 또한 텔레비전의 등장은 영화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게 되었습니다.


A급만으로도 승부를 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죠. 하지만 B급 영화의 향수는 계속 되고, 그 역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아직도 호러 장르는 우리에게 B급 영화의 대명사처럼 활용되고, 무엇보다 예산이 적게 들어간다는 점에서 여러 감독 지망생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아는 감독 중에서 B급 영화로 커리어를 시작한 감독들은 매우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이블 데드> 를 만든 감독인 샘 레이미 감독이나, 영화 <이레이저 헤드>를 찍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있습니다. 이들의 데뷔작은 흔히 말하는 A급 영화라고 할 수 없는 작품이지만, 우리에게 '컬트' 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샘 레이미 감독은 나중에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이블데드> 시리즈를 연속으로 내놓았습니다. 나아가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는 자신의 작가적 성품을 그대로 드러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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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레이미 감독의 작품들, 왼쪽부터 <이블 데드>,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B급 영화의 의미가 이제는 '못 만든 영화', 혹은 짜임새가 부족한 영화라고 말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습니다. 감독들의 첫 번째 작품들이 완벽할 수 없듯, B급 영화의 향수를 품고 있는 작품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색채를 드러내고 있거든요.


결론적으로....


못 만들었다고 B급 영화라고 말하면, B급 영화가 너무 불쌍한 게 아닐까요?


다만 B급 영화가 이렇게 괴상한지, 이렇게 무시무시한 이미지를 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야할 거 같습니다. B급 영화는 왜 그렇게 잔인하고, 야한 걸까요? 그건 다음 파트인 '컬트 영화' 를 살펴보면서 이야기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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