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퍽한 닭가슴살에 콜라 한모금을!!
즐겨보는 웹툰의 한 남자주인공은 친구의 '미안하다' 라는 사과 한마디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친구에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해를, 그렇지 않은 친구와는 끝끝내 멀어지는..
미안해.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사과합니다. 라는 말은 고맙다는, 감사하다는, 사랑한다는 말들과 더불어 대표적인 표현의 인사법이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들은 지극히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미안하다는 말에는 다른 인사법과는 달리 다소 부정적인 행위에 대한 자신의 뉘우침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1년 가까이의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추억과 경험을 쌓은 나에게 몇 안되는 문화충격의 사건은 이러했다. 미국인들의 미안하다는 표현 Sorry, 혹은 It's My fault 와 같은 말들이 [정말 내가 잘못했다고 느껴질 때만 사용되는] 단어라는 사실이었다. 간단한 예로써 가벼운 부딪침이 있었을 경우, 한국에선 으레 서로 죄송합니다~ 하며 지나친다면, 미국인의 It's my fault는 말 그대로 내가 전적으로 잘못했다는 뜻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나니 한국에서 으레 사용하던 것처럼 미안하다는 말을 사용하기가 상당히 껄끄러웠다..
말에는 힘이 있다. 이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말을 제어하고 스스로 통제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통제, 제어하고자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할지 모른다. 우리에게 제어되지 않는(실수하는) 가장 대표적인 말이 있다면 타인을 향한 부정적인 말이라고 생각한다. 입에서 출발하면 이미 주어담을 수 없는 아픈 말. 발사되어 나가면 내가 미처 후회하기도 전에 상대방의 마음에 비수가 되어 꽂히는지..
쏟아진 말을 주어담기 위해선 더욱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에는 나의 쓸데없는 자존심과 여러 생각들이 함께 담긴다. 흔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자존심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에게, 사랑하는 연인에게는 미안하다는 그 말이 그토록 애잔하게 들리는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미안하다는 한 마디를 하지 않고자 더 목을 뻗뻗하게 세우기도 한다. 안타까운 것은 무엇인가를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굽혀지지 않는 목도 함께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 무서운 점은 우리 한국이 점점 더 무엇인가를 많이 갖게 된다는 사실이다. 재벌이나 정치가들의 행태만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 한 명 한 명이 왜인지 모르게 점차 미안하다는 인사에 인색해지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미국에서 느꼈던 문화충격처럼,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마치 법정에서 내가 졌습니다라고 인정하는 말처럼 되어버린 기분이다. 의미 있는 이 말이.......
어렸을 적 친구와 다투고 나면 먼저 사과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사과하기 위해서는 비닐하우스가 아니라 그보다 더 크고 따듯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또 내가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내가 뭘! 이라는 안하무인적인 자세보다도 '미안합니다^^' 라는 넓은 아량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날은 더워지지만 여전히 차갑기만 한 도시인심에 뜨듯한 오뎅국물을 선물해보자! 미안합니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