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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론가 Feb 17. 2017

6. 어차피

'어차피'의 양면성, 그래도 난 어차피

25년간 살면서

그리고 26년째를 살면서

내게도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어떤 26살 모두에게 그랬듯이-

정말 딱 그만큼.



감사하게도 집안이 찢어지게 어려워

정말 힘든 가난을 경험해본 것도 아니오,

내가 혹은 가족이 아파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냈던 것도 아니오,

입시는 내게도 물론 어려웠지만

재수, 삼수를 겪으며

입시 지옥의 터널을 몇년씩 더 겪은 것도 아니었다.


딱 정말 그 어떤 26살이든 겪을 수 있는

그정도의 일들을 겪으며 살아온 거 같다.





누군가 내게는

운명론자라고 말한다.


"내 남자는 운명적으로 만날꺼야!"라는

말들을 읊었기에 들었던 말은 아니었다.

또 이상하게도 그쪽으로는 완벽한 현실주의자이기에-


"어차피 사람은 죽을 때가 다 되면 죽어.

탄 고기를 잘라 먹고, 각종 건강식품을 잔뜩 챙겨먹으면 뭘해.

지나가다가 누군가의 실수로 차에 치여 죽으면 끝인걸."


"어차피 벌어질 일이었어.

아무리 내가 애를 쓰고, 발버둥을 쳤어도-

아무리 네가 벗어나려고, 겪지 않으려고 노력했어도-

어차피 벌어질 일들이었을 거야"


라는 말들을 끊임없이 해왔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해왔던 데에는

인생 속 약간의 경험때문이기도 했다.


탄 고기를 꼭 잘라 드시던,

각종 영양제는 꼭 챙겨드시던 친척 어른이

갑작스러운 암 선고로 세상을 뜨셨을 때


치매에 걸리셨지만

누구보다 정정했기에

할아버지는 이렇게 100년은 거뜬히 사실 거라고

엄마도, 이모도, 외삼촌도 말씀했지만

갑자기 추워진 어느 겨울 날,

화장실에서 씻고 계시던 할아버지가

정말 갑자기 세상을 뜨셨을 때

 


이런 일련의 경험들 이후로

대부분의 일들은 어차피 벌어질 일들,

어차피 내가 겪어야할 일들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런 생각들은

경우에 따라

나를 굉장히 편하게 해주기도 하고,

나를 굉장히 게으르게 해주기도 한다.


양날의 검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쓴다고나 할까.


예를 들어-


제주여행 첫째날,

좁디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 후진하다가

나의 앞 범퍼에 스크래치가 나는 일은 날 괴롭게 했지만

결국 하나의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어차피 벌어질 일이었을지 몰라.

그냥 편하게 생각하자"

라며 남은 여행 길 나를 조금은 편안하게 했다.


★아 물론, 완전자차보험을 들었기에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어 할 수 있었던 생각

언제나 여러분 보험은 필수입니다. 데헷-



-

하지만 이런 생각에 빠져

노력하지 않았던 그 모든 일에 '어차피'를 붙이기 시작하면

정말 골치아프다.


언제나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고,

'양면성'이 존재한다.


-

제주에 와서 혼자 3박 4일을 보내면서

서울에 있을 때보다 많은 생각을 했고

또 많은 생각을 조금이나마 글로 남겼다.


제주 여행 3일차를 지나고 있는 지금,

내게 벌어졌던 또 어떤 일들이 '어차피'였을까.

그리고 또 내게 벌어질 또 어떤 일들이 '어차피'일까.


-

내 삶으로 돌아가기 전

내게는 어떤 일들에 '어차피'를 붙일지

곰곰히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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