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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차 Oct 21. 2019

'나'라는 불안

결국 내 몫, 불안을 업고 살아가기

[Instagram] lacha_studio



불안하다.


시작은 그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만족스럽지 않아."

쉴 새 없이 떠드는 그의 불평은 즉 지금 처한 상황이 본인의 미래설계에 크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상황을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여러 수를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보는 그는 실력 있는 전문가이고 실력을 뒷받침할만한 커리어를 갖고 있었다.

나의 격려에도 그는 조바심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조바심은 나에게 큰 파도도 다가왔다.

유유히 물살대로 떠내려가던 내 옆에 큰 모터보트가 지나갔다. 

보트가 지나간 자리에 큰 너울이 생겼고 그 너울은 내 물살을 흩트려 놓았다.


"지금의 내가 불만족스러운 건가?"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난 지금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 걸까?"

"이 고민 자체도 내가 중심이 잡히지 않아서 생기는 게 아닐까?"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더 큰 불안이 온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걸까?"


퇴근길. 

유난히도 사람들은 빨리 걷고 내 생각의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신호등 앞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이 떴다.

나와 달은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서서 한참 동안을 마주했다.

달과 나만 서있구나.


"달님이시여.

 나의 불안을 모두 가져가 주세요"

 

달과 마주하며 평안을 빌었다.

그때는 참 위안이 되더라. 어리석게도.

달도 쉬지 않고 공전하여 그믐달로 향한다는 것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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