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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녕 Dec 31. 2020

이혼의 완성은 재혼

엄마의 재혼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

  ‘솔직히 말해서 엄마의 재혼이 싫었다.’고 했지만 작년엔가 엄마에게 ‘엄마가 재혼을 해서 참 좋다’는 말을 했었다.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다고 말하면 주변의 어른들은 이런 질문을 자주들 한다. ‘엄마 재혼 하셨니?’ 혹은 ‘아빠 재혼 하셨니?’ 엄마는 재혼을 했으니 ‘네’ 하고 대답했고 아빠는 재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꼭 측은지심 한 바가지를 덧붙여 이런 말이 돌아왔다. 

‘아빠도 얼른 좋은 사람 만나셔야 할 텐데.’ 


  엄마가 나를 혼자 키울 때는 사람들이 엄마를 다 불쌍하게 봤다. 말로는 ‘혼자 애 키우느라 힘들겠다.’ ‘니가 고생이 많다.’ 하지만 속으로는 ‘내가 쟤보다는 낫지’ 하며 위안을 삼았다. 재혼을 했더니 그 중 몇몇은 슬그머니 연락을 끊었단다. 재혼 이후, 사람들은 엄마를 만날 때 마다 ‘신혼이라 좋으시겠어요.’라든가 ‘정말 행복해보여요.’같은 말을 자주 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엄마는 재혼 이전에도, 이후에도 언제나 스스로 행복을 개척할 줄 아는 강한 사람이었다. 한 번도 타인에게서 행복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었던 적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엄마가 재혼을 통해 이제야 진정한 인생을 찾은 사람이라 여겼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것에 목숨을 걸고 사는지에 대해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엄마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된 것이다. 


  “엄마, 나는 엄마가 언제나 최선을 다 해 행복했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재혼을 해서 비로소 엄마의 인생이 꽃이 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고. 그래서 나는 엄마가 재혼을 한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제야 다들 엄마의 진짜 모습을 알아주니까.” 


  엄마가 죽고, 행복한 것과 행복해 ‘보이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엄마는 재혼과 관계없이 언제나 강단형 그 자체였고 또 행복했던 것도 맞지만 재혼 이후에 훨씬 자유롭고 밝았던 것은 사실이다. ‘이혼녀로 살면서 혼자 애를 키운다.’며 불쌍하게 보는 시선이 걷어지니 비로소 반짝반짝 빛나는 강단형이라는 사람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또 어떤 면에서는 행복해 ‘보이는’것이 중요할 때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엄마는 본디 스스로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었기에 행복해 '보이는' 것도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 엄마가 행복해 보이는 것에만 집착 했다면 이혼도 못했겠지. 그러면 재혼으로 완성할 수도 없었을테고!


  엄마가 카카오톡 프로필에 나랑 찍은 사진은 잘 안 해놓으면서 브래들리랑 찍은 사진은 악착같이 도배를 해 놓는 것이 왠지 엄마답지 않은 것 같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엄마는 왜 그렇게 보여주지 못해서 안달이야? 남자로 행복이 완성 되는 게 아니야~”

“내가 그거 모르겠냐? 나도 남편 있을 때 빠짝 해볼라고 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엄마가 한 번이라도 마음껏 행복해 ‘보일 수’ 있었기에 나는 엄마의 재혼이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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