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녕 Dec 17. 2020

엄마 장례식에 노래를 불러줄래?

엄마만을 위해서 만든 노래

   나는 노래를 잘한다. 노래만 잘 하는 게 아니라 노래를 만들기도 한다. 가사도 내가 쓰고 반주도 내가 하고 노래도 내가 부른다. 자랑 아닌 자랑이긴 한데, 내가 자작곡을 만든다고 하면 다들 음악을 전공 했으니 어련히 작곡을 ‘배워서’ 곡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자작곡 만드는 법 같은 것은 안 가르쳐준다. 그냥 느낌으로 하는 것이다.   


  엄마는 이런 나를 무진장 자랑스러워했다. 엄마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유튜브, 브런치에는 내가 노래하는 영상이 천지다. 출판사와 계약을 하는 자리에서도 내가 전국노래자랑에 나간 동영상을 보여줬다고 하니 이걸 주책이라고 해야 할지 사랑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하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엄마 따라 어디 모임에라도 가면 앞에 나가서 노래 좀 하라고 내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노래랑 전혀 상관이 없는 자리인데도 갑자기 나가서 노래를 하라고 하니 황당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얼마나 자랑스러웠으면 그랬을까 싶다. 그런 엄마였으니 나는 곡을 만들면 무조건 엄마에게 맨 먼저 보냈다. 엄마는 나의 영원한 1번 팬이자, 언제나 나의 노래를 제일 소중하게 들어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엄마를 위한 맨 첫 자작곡 ‘엄마에게’라는 곡도 고3때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결혼발표를 듣고 만든 곡인데, 엄마가 누군가의 아내가 된다는 혼란스러운 마음과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만든 곡이다. 잘 들어보면 목소리가 계속 불안하게 떨리는데 눈물을 참느라 그런거다. 엄마가 브런치에도 올린 적이 있는 곡이다.


  함께 음악을 전공했던 대학교 친구들이 엄마 장례식에 왔다. 새벽이 늦어갈 때 쯤 친구들이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

  “어머니가 올리신 유튜브 봤는데, ‘엄마에게’ 노래 너무 좋더라. 우리가 그걸 준비 해 봤는데 여기서 불러도 될까?”


  친구들이 내 자작곡 영상을 보고 반주를 따서, 노래를 연습 해 온 것이다. 게다가 마지막 부분에는 직접 가사를 붙여서 노래를 더 만들어왔다. 그걸 직접 다 녹음을 해서 빈소에서 같이 부르려고 블루투스 스피커 까지 챙겨왔다. 그 때도 그랬지만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리는 지금도 그 친구들에게 정말 고맙고 감동이다.


노래 가사는 이렇다.


제목: 엄마에게

이 코드는 내가 좋은 노래가 생기면 붙여보려고 직접 만든 코드야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지만 이 노래에 힘을 빌려 하고 싶은 말을 해 볼게

이제라도 엄마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해

앞으로 내 인생에 무슨 일들이 생길지 모르지만 엄마라는 존재가 있다는 게 내겐 참 힘이 돼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좋은 친구를 또 선배를 만난 기분이야

난 노래로 거짓말 안해 지금 하는 말 다 진심이야

엄마가 어디에서 뭘 하든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도 행복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어


(여기부터 친구들이 쓴 가사다.)

이 노래를 쓸 땐 엄마와 영원할 줄 알았어 하늘이 질투하는 것 같아 원망스러워

하지만 엄마는 내 맘속에 영원히 있다는 걸 알아 사랑해요     


  빈소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 누군가의 눈에는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엄마는 그 곳에서 내가 노래하는 것을 정말 좋아 했을 것이다. 내가 안다. 우리 엄마는 내가 그 빈소에서 드럼을 쳐도 좋아했을 사람이다.

  엄마를 위해서, 또 나를 위해서 앞으로도 열심히 노래를 할 것이다. 그리고 엄마를 담은 노래를 만들어 매일매일 불러야지. 엄마가 준 목소리를 아끼지 않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