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녕 Jan 13. 2021

엄마 대신 열심히 살기

엄마가 만들어 준 나의 몸, 나의 심장, 나의 숨결로

안녕하세요, 저 률이에요. 오늘도 저의 글을 읽으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가 밝았네요. 이렇게 시간이 가고 새로운 계절이 오는 것이 신기합니다.   


  12월부터 2월까지, 이 기간에 유난히 엄마가 더 그리운 것 같아요. 이맘때쯤이면 저는 항상 엄마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에요.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거리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 시기는 매년 11월에 있는 임용고사 결과 발표가 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저는 시험에 떨어진 아픔을 항상 엄마로 치유했어요.


  작년에는 춘천에서 시험을 봤었는데, 거리가 멀어 하루 전 날에 시험장 근처에 가 있어야 했습니다. 저는 낮 시간쯤 가 있기로 했고 엄마는 퇴근을 하고 밤에 오기로 했어요. 제가 먼저 춘천에 도착을 해서 엄마가 예약 해 놓았다는 호텔로 갔는데 어플에 문제가 있었던건지 자동으로 취소가 되어서 예약이 안 되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남은 방을 예약하려고 보니 그 호텔은 물론이고 주변 호텔까지 모조리 만실이었어요. 하~ 그 날 엄마한테 짜증을 얼마나 부렸는지 몰라요. 길도 모르겠고 방도 없다고 하고 억울하고 속상해서 길 가에 앉아서 엉엉 울다가 갑자기 배가 너무 고파서 혼자 춘천 닭갈비를 먹으러 갔습니다. 입에 고기가 들어가니 마음이 안정이 되면서 기분도 좋아지더라구요. 밥을 먹으면서 어플을 다 뒤진 결과 구석진 모텔에 남은 방 하나를 발견해서 곧바로 예약했습니다. 


  방에 도착했더니 웬걸, 벽부터 천장까지 모조리 거울이고 방 한가운데에는 욕조가 떡 하니 있었습니다. 이 방이 호텔보다 비싸다니.. 기가 차서 웃겼습니다. 밤늦게 엄마가 도착해서는 이거 다 비밀의 문 아니냐며 거울 하나하나를 다 밀어보고 당겨보고 하는 모습에 한 번 더 웃었습니다. 그렇게 여차저차 시험을 보고 나와서 추어탕을 먹으러 갔었는데.. 

  아. 모든 기억이 이다지도 생생한데 이제는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엄마와 함께 보냈던 모든 시간들이 점점 빛 바란 옛날이야기가 되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친 시험에서 저는 1점차로 떨어졌습니다. 엄마는 엉엉 우는 저를 안아주며 까짓거, 괜찮다고 했습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가도 엄마가 괜찮다고 말하면 정말로 그 순간 모든 것이 다 괜찮게 느껴졌어요. 엄마는 제가 내년에 또 떨어져도 괜찮고 10년 내내 떨어져도 괜찮고 그냥 포기해버려도 괜찮다고 했어요. 꼭 정해진 길을 갈 필요는 없다고, 제가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가 저로 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엄마의 위로로 다시 힘을 내서 시간강사 일을 구했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올 해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공부를 못 했는데, 운이 좋게도 사립학교 임용고사에 합격했었습니다. 1차 필기시험, 2차 수업시연과 실기 시험을 통과하고 최종 임원면접까지 갔었는데 마지막에서 떨어졌어요. 

  하. 이번만큼 엄마가 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엄마가 간절하게 그리웠습니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서 탈락하니 더 괴로웠고 낭떠러지에서 끝도 없이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는 기분이었어요. 아무래도 이제 나한테 좋은 일이라고는 안생기려나보다 하는 생각도 들고.. 이제 제 옆에는 늘 괜찮다고 말해주는 엄마가 없었고, 앞으로도 영영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앞으로 이 세상을 나 혼자 어떻게 견뎌내야할지 막막해서 또 눈물이 나고..


  아무튼 지금은 다시 올라오고 있습니다.ㅎㅎ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완전히 혼자 힘으로 기어 올라가는 중입니다. 엄마가 있었다면 당연히 작년과 같이 저를 안아주면서 괜찮다고 했을 것입니다. 당연히 내년에, 내후년에 또 떨어져도 그것도 괜찮다고 했을 것입니다. 앞으로 제가 마주 할 인생의 수많은 낭떠러지에서 저는 스스로 괜찮다고 말해주어야 합니다. 이번이 아마 그 첫 번째였나 봅니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을 때, 그리울 워서 눈물이 날 때, 저는 크게 숨을 쉬어요.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집중해서 숨을 쉬고 있으면 제가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엄마가 만들어 준 나의 몸, 나의 숨결에 집중하다 보면 심장이 뛰고 있음에 감사하고 ‘아,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2021년, 엄마가 되어 항상 스스로에게 괜찮다 말해주며, 뛰는 심장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항상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혼의 완성은 재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