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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녕 Jan 24. 2021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좋은 점

누가누가 정신승리를 잘 하나?

  엄마나 나나 사이비 종교에서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누구의 시간이 더 아깝다고 비교 할 수야 있겠냐마는, 엄마는 할 거 다 해보고 서른이 넘어 들어갔다 치지만 나는 미취학 아동일 때부터 이팔청춘을 넘어 고등학교 때 까지를 모조리 사이비 종교에 갖다 바쳤으니 나의 10년이 더 아까웠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간에 잃어버린 10여년의 시간을 우리는 참 많이 안타까워했다. 사이비종교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지켜내다 보면 정상적인 모녀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고, 나도 엄마도 항상 찌들고 지쳐있는 상태로 매일 매일을 보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밤 10시에 퇴근을 하고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새벽기도를 갔다가 정상적으로 다음 날 9시에 출근을 할 수가 있겠냐는 말이다. 조금이라도 이 신앙생활에 불만을 가지거나 주말에 교회를 가기 싫어하는 기미가 보이면 이모는 엄마와 나를 함께 혼냈다. 장담컨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빠를 만나는 주말 외에 다른 일로 주일예배를 빠져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만큼 우리는 그곳에 꽉 묶여 살았다. 어디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어디 신성한 주일에 예배를 가냐며 ‘그 돈으로 헌금을 하지’ 라는 눈치를 주는 분위기였다.  


  만약에 사이비종교에 빠지지 않았다면 엄마와 나 둘이서 알콩달콩 하며 그 시간들을 훨씬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생각하니 둘 다 속이 너무 쓰렸다. 그래서 우리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사이비에 빠져서 이거 하나는 건졌다!’ 하는 것을 찾아서 하나씩 말하는 게임이었다. 어쩌다가 이 게임을 시작하게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 날 이후로 우리는 틈만 나면 이 게임을 했다. 


“엄마부터 해!”

“음.. 엄마는 집에 티비 안 산거.(사이비에서 티비를 못 보게 함.)”

“맞네. 집에 티비가 없어서 책을 더 많이 읽었던 거 같다.”

“(갑자기 태도 돌변)근데 그건 사이비 때문이 아니라 원래 엄마의 교육 철칙이었어.”

“아 그럼 사이비 덕분이 아니네. 그건 무효.”    


“이제 나 할게. 나는 음....(진짜 안 떠올라서 한참 생각함ㅜㅜ) 사람들 앞에서 노래 많이 해 본거?(예술제가 하도 많아서 틈만 나면 특송이다 뭐다 해서 노래를 시켰음.)”

“맞네, 맞네!! 어디 가서 못하는 좋은 경험도 많이 했지.”

“뭐?! 엄마 지금 사이비 옹호하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맞잖아!!!”     


  우리 게임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머리를 굴리고 굴려 좋은 점을 억지로 찾아놓으면 그에 상응하는 커다란 단점이 하나씩 나왔다. 대화를 돌아보니 내가 엄마보다 좀 더 부정적이었던 것 같긴 하지만, 이것은 내가 엄마보다 더 시달렸기 때문이라 생각한다.ㅜㅜ 이후로도 게임은 계속 되었다. 


“자 엄마 또 할게. 엄마는 음.. 헛돈 안 쓴 거.”

“무슨 헛돈?”

“술 안 먹고(사이비에서 술을 못 먹게 했음), 담배 안 피고(담배도 못 피게 했음).”

“대신 헌금했잖아!! 자동이체까지 걸어놓고 헌금 했으면서.”

“헐 맞네.ㅠㅠ(갑자기 태도 또 돌변) 그래도 헌금에 쓴 돈이 술 먹고 노는데 썼을 돈 보단 적었을거야.”

“뭐?ㅋㅋㅋㅋ그건 너무 정신승리 아닌가?”

“정신승리면 뭐 어때? 다 그렇게 사는 거지!”    

 

  점점 이 게임이 우기기 게임으로 가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지금 생각 해 보면 인생은 '누가 누가 정신승리를 잘잘 하나' 게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티비 안사기, 헛돈 안쓰기,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기'를 얻기 위해 10년을 사이비에 갖다 바칠 사람은 아무데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쓰린 마음이 나아지고 오늘의 기분도 좋아진다면 정신승리가 꼭 나쁜 것은 아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2주 만에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파 괴로울 때 ‘간병 앞에 효자 없다는데 나 고생 안 시키려고 이렇게 서둘렀나보다.’하고 정신승리 해본다. ‘항암치료가 그렇게 괴롭다는데 투병 생활 없이 편하게 간 것이 어떤 면에서는 복일 수도 있겠다.’하고 정신승리 해본다.

  아~ 그래도 원 없이 간병이나 해봤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자꾸자꾸 들어서 가슴이 쓰리지만 아무튼 열심히 장점을 찾아본다. 엄마가 가르쳐준 살아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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