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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유 Oct 25. 2023

일본 미술관 테마 기행 1편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 하는 미술관 관람기

 시작은 이 책에서부터였다. <일본으로 떠나는 서양미술기행>.

 책의 저자인 노유니아님은 현재 국내의 한 대학에서 일어일문학 교수로 재직하고 계신다. 저자가 일본에 대해 가진 높은 이해와 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을 녹여내어, 일본에 여러 지역에 있는 굵직굵직한 미술관을 직접 둘러보고 역사와 설립 배경, 그리고 그들이 보유중인 작품에 대해 상세히 안내한 책이었다.   


 사실 책을 읽으며 조금 충격을 받았다.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일본 미술관의 컬렉션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정말 어마어마했다. 고흐, 피카소, 모네, 뭉크, 램브란트, 르누아르, 세잔의 작품을 원한다면 언제나 보러갈 수 있다니, 그런 미술관들이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가까이 있다니...! 


 언젠가 한 번쯤 꼭 일본에 있는 미술관들을 둘러보고는 싶었었다. 일본은 꽤 오랜시간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도국이었고, 그 동안 축적한 부로 개인부터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미술 컬렉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명화 작품을 실제로 보고 가장 큰 감동을 느낀곳도 유럽의 모두가 아는 걸출한 미술관이 아닌, 바로 일본 나오시마의 지추미술관이었다. 


 나는 모네가 자신의 일평생을 던져 쫓았던 그 빛의 아름다움 - 수많은 계절과 날씨, 시간이라는 변수가 조각하는 그 환상적인 빛의 변주가 주는 아름다움- 을 일본의 지추미술관에서 본 <수련>작품을 통해 알았다. 

 <수련>은 더 일찍이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보았었고 오랑주리의 작품 규모가 더 압도적이지만, 나는 그날 지추 미술관에서의 감상을 통해 처음으로 모네가 빛의 주는 아름다움에 황홀경에 빠진, 바로 그 시간과 연결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예술을 다루는 방식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빛나는 명작들을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날 때면,  매번 동시에 한 편에서는 그들에 의해서 우리나라가 빼앗긴 것들이 함께 떠올랐다. 그래서 늘 뭔가 달갑게 갈 수 있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가능한 유럽에 있는 미술관을 많이 방문하려 했다. 하지만 물리적인 거리와 삶에 주어진 여러 책임들 때문에 그런 기회는 그렇게 자주, 쉽게 만들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망설이는 도중에 코로나로 인해 하늘길이 닫혔다. 예술품을 보기 위해서 비행기를 탄다는 것, 아니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지는 시기를 난생 처음으로 지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시기, 나 또한 거기서 예외가 될 수 없는 시기에 미술관을 가지 못하는 일 정도에 불만을 가질 순 없었다. 하지만 3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예술작품들을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은 잔잔히 쌓여나갔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시기의 끝에 우연히 이 책을 만나게 됐다.


 서둘러서 준비하고, 또 아이와 가족들을 주렁주렁 달고 간 미술 감상+육아+효도+관광의 잡탕찌개(?)같은 여행이었기에, 모든 미술관과 작품을 심도있게 봤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예술 애호가로서 잘 운영되는 미술관들을 둘러보고, 세계적인 명작들을 2시간 여의 비행만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만족감을 주었다.


 가깝지만 먼 나라. 잔인한 전쟁을 주도했던 나라. 그러면서도 동시에 문화적인 자산을 아주 소중히 일궈온 나라. 복잡미묘한 감정이 드는 일본에서 그들이 예술을 어떻게 사랑하고 지켜왔는지를 둘러 보고 왔다.

그 4박 5일간의 짧은 여정의 첫 시작은 도쿄 근교의 <DIC 가와무라 미술관>이었다.


<DIC 가와무라 미술관> 출처: 나리타시 관광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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