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링 (1998), 주온 - 극장판 (2002)
한국의 여고괴담(女高怪談, Whispering Corridors, 1998)과 장화홍련(A Tale Of Two Sisters, 2003)
일본의 링(リング: The Ring, 1998)과 주온 - 극장판(The Grudge, 呪怨: Ju-on, 2002), 주온 - 비디오판(呪怨, Ju-on, 1999)이 동양 공포영화에 새 바람을 일으킨 대표적인 영화들이다.
많은 속편들이 나왔고 헐리웃에서도 리메이크를 하는 등 동양 공포영화 시장을 넓히고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서양 공포영화와 동양 공포영화의 차이점에서 비롯된 결과를 넘어서 동양 공포영화의 수준 높은 연출력과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 한몫했다.
서양 공포영화의 특징은 주로 악마와 같은 종교적 관점에서 다루는 '오컬트'(초자연적인, 불가사의한 이라는 뜻으로 악령, 악마, 빙의 등과 관련한 초자연적이고 기이한 현상)와 살인마의 잔인한 살인 수법, 좀비, 흡혈귀, 괴수 등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부분의 서양 공포영화에서 공포를 주는 주체가 대부분 남자다.
동양 공포영화의 특징은 주로 원한을 품고 있는 귀신과 원령을 다루며 대부분의 주체가 여자다. 이야기의 구성은 '한'과 '저주'에 대해 원인과 해결을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본 글에서는 링1(1998)과 주온-극장판(2002)만 다뤘다.)
동양 공포영화에서 귀신이 나오는 작품에는 저주와 원한은 있지만 '악'은 없다. 원한을 풀어주면 자연스레 저주가 풀리는 이야기로 구성되는 작품들이 많았다. 여기서 말하는 '악'은 어떤 욕심이나 자극이 관련되었다면, '저주'는 오로지 원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링과 주온에서 '저주'는 계속 반복된다.
링에서 저주받은 비디오를 본 사람들은 일주일 뒤에 사망하게 되는데, 이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저주받은 비디오를 더빙, 복사하여 타인에게 보여주는 식으로 저주를 옮긴다. 기존의 동양 공포영화는 원한 - 저주 - 해결의 구조였다면 링은 원한 - 저주 - 저주 -... 가 돼버린다. 이러한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저주의 반복이 관객에게 하나의 충격과 공포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주온에서 카야코와 토시오는 자신들이 살해당한 그 집에서 지박령으로 존재하게 된다.
살해당했던 원한으로 카야코와 토시오가 지박령으로 존재하는 그 집에 방문한 사람들에 대해 저주를 걸고 저주에 걸린 이들은 모두 실종되거나 사망한다. 주온 또한 원한 - 저주 - 해결의 구성을 벗어나 원한 - 저주 - 저주 -... 가 돼버린다. 다만, 주온에서 저주가 반복되는 것에 있어 설득력이 조금은 떨어진다. 왜 방문하거나 연관된 사람들이 다 저주에 걸려 죽어야 하는 걸까.
물론 링과 주온이 개봉하기 전에도 훌륭한 작품들은 많았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는 링과 주온을 모티브로 한 영화들도 적지 않게 등장했다.
이후 공포영화의 많은 귀신들은 꺾기를 보여주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등장하는 것이 약속이나한 듯 클리셰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자극을 받거나 영감을 얻어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여 관객에게 새롭게 다가가기도 한다.
나이트메어의 '프레디 크루거',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 부히스', 할로윈의 '마이클 마이어스' 등 서양 슬래셔 무비는 일찌감치 그 캐릭터가 굳게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링과 주온이 동양 공포영화의 태풍에 앞장서게 되며, '사다코'와 '카야코'의 캐릭터가 자리를 잡게 된 것이 너무나도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