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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k Jul 12. 2016

선생님, 그때 왜 그러셨어요..

선생님, 복수 그리고 슬래셔. 스승의 은혜(My Teacher 2006)

우리는 선생님이란 존재를 기억 한 편에 두고 있다. 그게 좋은 선생님이든 나쁜 선생님이든.

영화 스승의 은혜는 한국 슬래셔 무비(살인이나 범죄를 소재로 한 난도질 영화) 역사상 최고의 퀄리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장르나 분위기에 가려져 헤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1


스승의 '은혜' 속에 담긴 역설적 이야기


과거 박여옥 선생(오미희)은 조산하여 낳은 영민이란 아이가 있다. 영민의 외모는 기형이었고, 영민에게 창피함을 느낀 박 선생은 영민을 지하실에 가둬 키웠다.  세월이 지나 박 선생은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들을 모은다.



선생과 제자들은 만찬을 즐기며 대화를 하고, 그 대화 속엔 탐탁지 않은 느낌들이 오고 갔다.

각 제자마다의 사연이 있다. 스승의 날 선물, 운동회 때의 실수, 뚱뚱한 몸매로 당시 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선생에게 혼난 사연들이다. 그로 인해 자신들은 인생의 패배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제자들은 각자 박 선생에게 복수심이 담긴 언행을 보여주지만 토끼 가면을 쓴 영민에게 무참히 살해당하며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치닫게 된다.


이 영화에서 초반에 사용한 맥거핀으로 극 중 영민이란 캐릭터가 범인인 것처럼 나오지만 사실 미자(서영희)의 계획된 살인극이다. 미자를 제외한 모든 제자들이 죽고 영민이란 캐릭터는 온데간데없이 등장하지 않는다.

강렬한 토끼 가면 살인마의 분량이 이 정도라니, 당황할 수밖에.




2


편견, 참신함, 성공적


영화 스승의 은혜에서 영민이 사용한 살인 도구는 보통의 슬래셔 무비(살인이나 범죄를 소재로 한 난도질 영화)와는 다르게 스테이플러와 커터칼을 사용한다. 문방구와 미술시간이 먼저 떠오르는 도구들이다. 이런 도구들을 사용해서 관객들에게 살인도구에 대한 편견을 깨버린다. 한국영화에서 이런 도전을 한 것 자체가 박수 칠 일이 아닌가 싶다.


영민은 토끼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자신의 흉한 외모를 귀여운 토끼 가면으로 가리고, 귀여운 토끼 가면을 쓴 영민이 잔인한 수법으로 살인하는 장면은 반전의 묘미를 보여준다. 급기야 고개를 꺾는 디테일은 서비스.




3


배우 서영희 그리고 월광 소나타


배우 서영희는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 억울함과 슬픔, 근심, 걱정 등이 녹아있는 배우다.

공포, 스릴러 장르에 있어서 국내 배우 중 서영희만큼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그녀가 범인이든 피해자든 어떤 역할을 맡아도 충분한 배우다.

영화 추격자(2008),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 등 그녀가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포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소름 끼쳐본 적 있는가.

이 영화에서 클라이맥스로 넘어갈 때에 나오는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1악장은 이 영화가 단순히 잔인하기만 한 슬래셔 무비가 아니라고 외친다. 무섭고도 잔인한 영화라고.

불길하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월광 소나타, 월광 소나타가 이렇게 섬뜩하게 다가온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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