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의 규칙을 농락하다. 스크림(Scream, 1996)
더 보이(The Boy, 2016)와 무서운 이야기 3 : 화성에서 온 소녀(2016), 컨저링2(The Conjuring 2, 2016)를 시작으로 2016년에도 어김없이 공포영화가 찾아왔다. 역시 여름엔 공포영화가 제 맛.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극장가에 걸린 공포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다.
20세기 후반 들어 웨스 크레이븐만큼 공포영화 장르의 필모그래피가 꾸준한 감독이 있던가.
1996년 소수의 매니아 층만 있던 공포 장르는 B급, 비주류라고 칭하기도 했지만 이 영화의 개봉으로 인해 공포 장르가 주류로 발돋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할로윈(Halloween, 1978), 나이트메어(A Nightmare on Elm Street, 1984), 13일의 금요일(Friday The 13th, 1980), 엑소시스트(The Exorcist, 1973), 텍사스 전기톱 학살(The Texas Chainsaw Massacre, 1974), 이블데드(The Evil Dead, 1981), 헬레이저(Clive Barker's Hellraiser, 1987) 외에도 8개의 작품을 언급한다. 이 영화들은 현재도 많은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러 속편과 리메이크 작품을 낳은 걸작들이다.
공포영화에는 통상적으로 여러 규칙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만약 당신이 공포영화의 주인공이라면 지켜야 할 3가지 규칙이 있다.
(1) 섹스를 하면 죽는다.
(2) 술과 마약을 하면 죽는다.
(3) "곧 돌아올게."라고 말하면 죽는다.
하지만 안심하라. 이 영화에서는 위에 언급한 3가지 규칙을 가지고 논다.
당신이 만약 스크림의 주인공이라 할지라도 섹스를 해도 죽지 않고, 술과 마약을 펑펑 즐겨도 죽지 않으며, "곧 돌아올게."라고 말하고 윙크 한 번 찡긋 날려줘도 죽지 않는단 말이다. 이것들을 과감히 깨버리고 감독 자신만의 마이웨이로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켜 버렸으니 어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있으랴.
공포영화가 가진 장르적 특성상 관객이 느끼는 감정의 폭이 넓어야 공포를 느끼는 데에 유리하다.
영화 시작부터 케이시(드류 베리모어)는 살인마와 통화를 하게 된다. 살인마는 보이지 않는 위협을 가하며 케이시를 겁주며 퀴즈로 공포영화에 관련된 문제를 낸다. 그 와중에 할로윈,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가 언급되는데, 이 작품들을 이미 접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각 영화의 주인공인 마이클 마이어스, 제이슨 부히스, 프레디 크루거를 떠올릴 것이다. 죽이고 싶어도 쉽게 죽지 않는 반불사신의 캐릭터들인데, 이 영화에선 살인마에 대해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루지 않았나 싶다. 케이시와 시드니(니브 캠벨)가 살인마에게서 도망칠 때 물리적 폭력을 가하는데 일일이 다 맞아주는 살인마의 모습을 보고 당최 방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심으로 긴장의 끈이 느슨해지면서 다음에 나오는 무서운 장면들로 하여금 희열을 느끼게 된다. 영화 스크림은 감정의 폭을 넓히되, 절대 가볍지 않게 다룬다. 스크림은 몰입을 할 수밖에 없는 탄탄함을 겸비한 밀당 고수 영화다.
대사 또한 한몫한다.
섬뜩하다 못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대사들로 이 영화의 몰입감과 퀄리티를 높이는 게 아닐까.
지금의 공포영화로 "믿고 보는 제임스 완 영화"라고 한다면 이 영화가 개봉한 뒤, "믿고 보는 웨스 크레이븐 영화"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