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머리 꼭대기를 오르락내리락
평소에 생각이 많던 나는 한 때 두개골이 동서남북으로 지끈거렸다.
생각이 많다는 게 우유부단이나 철저하게 실리를 따지는 것과 다른 그 어떤 무언가다.
하루만 생각하면 하루 동안 생각했던 양만큼만 아프고
한 달 내내 생각하면 한 달짜리 만큼 아팠다. 그러니 작년 고민을 올해의 고민으로
물갈이하듯 바꾸기란 말도 안 되는 것이지.
요 '생각'이란 녀석은 분명 내 머리 꼭대기까지 등산하는 녀석임에 분명하다.
점점 정상까지 오르는 것은 느낄 수 없으나, 등정의 순간에 깃발을 내리꽂을 땐
기가 막히게 감지해버린다.
만약 당신도 두 손 꼼짝 못 하고 흔들의자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면
이 방법을 추천한다. 운동, 알코올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감히 3대 해법이라 칭하고 싶다.
어차피 생각이란 녀석은 머리 끝까지 오르기 마련이니. 등정의 순간에 깃발을
내리꽂기 전에 글로 써 내려가는 '하산(下山)'의 길로 모시길.
자 그럼
생각이 잔뜩 올라왔으니, 이제 글로 써 내려가 봅시다. 존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