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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k Jan 26. 2019

베스와 베라

Incident in a Ghost Land, 2018

한 때, 가장 충격적인 영화로 떠들썩했던 파스칼 로지에 감독의 <마터스, Martyrs, 2008>.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놉시스

사진 제공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정체불명의 괴한으로부터 끔찍한 일을 겪은 어린 ‘베스’와 ‘베라’.

  
사고 이후, 언니 ‘베스’는 자전적 소설을 출간하며 성공하지만,
동생 ‘베라’는 여전히 그날의 공포에 사로잡힌 채 괴로워한다.
  
제발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절규하는 ‘베라’ 곁으로 다시 돌아온 ‘베스’.
하지만 끝내 끝나지 않고 되풀이되는 악몽 같은 현실과 엇갈린 진실은
두 자매를 점점 더 깊은 혼란에 빠뜨리는데…




  영화는 미국의 유명한 공포, 호러 소설가 Howard Phillips Lovecraft(1890~1937)의 소개로 시작합니다.

러브크래프트는 호러 소설가이며, 일각에선 크툴루 신화의 창조에 더 시선을 두곤 합니다. 크툴루 신화는 소설, 영화, 게임 등의 다양한 매체에서 다룰 정도로 저명합니다. 파스칼 로지에 감독은 언니 베스가 러브크래프트를 우상화하고, 꿈속에서 까지 등장시키면서 간접적으로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리스펙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베스와 베라, 자매의 어머니 폴린. 그들이 도착한 이모집은 기괴한 인형과 음침함으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언니 베스의 취향엔 꼭 들어맞지만 동생 베라에겐 내키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그때, 자매에게 불청객이 찾아옵니다. 시놉시스에선 언급하지 않은 '사탕 버스' 괴한들은 베라가 휴게소에서 마주했던 신문의 내용(시체를 곁에 둔 채 파렴치한 사건을 다룬 뉴스)의 당사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두 자매와 엄마인 플린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어렵지 않게 복선의 장치들을 다뤄 관객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사진 제공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파스칼 로지에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잔혹한 폭력으로 관객에게 고통의 시각화를 선사합니다. 전작인 영화 '마터스'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위압감과 공포감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불편함과 꺼림칙한 구석으로 끝까지 몰아가는 부분에선 마찬가지 같네요.


  자매와 엄마 플린이 함께 살게 되는 이모집은 그로테스크하며 음침합니다. 언니 베스의 취향에 아주 걸맞은 곳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취향에 맞고 맘에 들어하는 곳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들로 하여금 그녀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심어주죠. 감독은 한번 더 이러한 상황을 관객에게 던져 봅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맘에 드는 어떤 것으로 하여금 반대로 끔찍한 트라우마를 심어 주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베스는 자신이 공포 소설가로서 성공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꿈꿉니다. 우상이었던 러브크래프트를 만나고, 인터뷰, 성공적인 판매까지. 심각한 트라우마로 인한 도피적인 상상을 합니다. 베스는 크게 두 번 상상합니다. 이전 '사탕 버스' 괴한들에게 당한 뒤 트라우마에 빠져 사는 동생 베라의 존재에 대한 재인식의 계기. 두 번째 상상에선 베라를 향한 외면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이 꿈꿔온 우상을 뒤로한 채 베라를 구하기 위해 상상에서 깨어나 용기를 발휘합니다. 각각 상상, 꿈을 통해 쳐해 진 상황에서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보여주는 살갗이 찢어지는 고통의 성장 드라마를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사진 제공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이 영화의 원제는 'Incident in a Ghost Land'입니다. 국내에 '베스와 베라'로 제목이 바뀌어서 수입이 되었는데, 이 부분 또한 관객에게 전달되는 정서적 차이를 두는 섬세함까지 느꼈습니다.


사진 제공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베스가 상상하는 '언어적' 꿈과 대비되는 무차별적 폭력에 휩싸인 '비언어적' 현실을 통해 관객 자신에게 꿈과 현실은 무엇인지 질문하는, 괴기하고 폭력의 끝을 달리는 성장 드라마 '베스와 베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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