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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k Jul 22. 2016

'부산행', 좀비를 태우고 한국에 안착.

우리 입맛에 맞는 좀비 영화, 부산행(TRAIN TO BUSAN 2016

한국영화에서 유명한 좀비 영화가 있던가.

아니, 어떤 이들은 "한국영화에서 좀비가 나온 적이 있었어?"라고 하는 이들도 꽤 있다.

그만큼 '좀비'라는 소재는 한국영화에서 그렇게 친숙한 소재는 아니었다. 게다가 좀비로 소재를 내세운 영화들은 빛도 보지 못한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조용히 그 존재만을 간직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좀비라는 소재는 한국인의 정서와 크게 맞지 않아서 쉽게 다루지도, 다루려고 하지도 않는다.

어설프게 베꼈다간 망하기 일쑤니까. 아마 기술력과 스토리에 대해 관객에게 크게 납득시키기 어려웠거나 설득력이 없어서였을 수도.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창', '사이비' 등 사회를 보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연상호 감독이 좀비를 소재로 제작한 '부산행'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부산행은 당신이 가진 한국 좀비 영화의 편견을 깨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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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출 건 다 갖췄다.


(1) 폐쇄적 공간과 속도감

기차라는 폐쇄적인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며, 기차가 가지고 있는 속도감으로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공간의 제약이 있는 기차 안, 빠르게 달리는 기차, 날뛰는 좀비. 중간중간 정차하는 대전역과 동대구역에서의 장면들을 놓친다면 분명 후회할 것이다.


(2) 인물

관객은 영화의 특정 장면에서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관객이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있어야 하며 필요하기 마련이다. 영화 부산행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고등학생, 노인, 임산부, 회사원 등 여러 직업의 인물들이 가진 사회적 지위를 포함한 이미지를 현실적으로 잘 묘사했다.



영화 부산행에서도 현대 좀비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갈등'과 '정치'에 대해 날카롭게 나타냈다.

노숙자(최귀화)가 등장하면서 관객에게 "당신이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동시에 노숙자에 대한 인권에 대해 우리가 가진 편견을 재고하게 된다.



용석(김의성)은 버스회사 상무로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이용해 '정치'를 한다. 기차 안이라는 폐쇄적인 공간 안에서 좀비를 사이에 둔 인간의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역할을 실감나게 표현한다. 인간의 이기적인면을 한국식으로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3) 사회에 대한 비판

과거 좀비 영화에서도 사회를 향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꽤 많다. 좀비와 세기말적인 소재를 담아 인간의 생(生)과 사(死)가 걸려있는 문제이기에 인간의 폭력성과 이기심이 극대화하여 표현했다.


이 영화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주된 시점은 기차 안이다. 관객은 기차 안의 인물들로 자연스럽게 이입되기 때문에 기차 밖의 상황은 알 수 없다. 다만, 영화의 중간중간에 보여주는 뉴스의 장면들을 통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예측해볼 수 있다.



영화 부산행에서 보이는 정부는 국가가 맞닥뜨린 재난에 대해서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몇몇 관객들은 지난날의 아픔이 다시금 떠올리며 씁쓸함과 불편함을 안고 극장을 나왔을 수도 있다.


버스회사 상무로 있는 용석과 석우(공유)를 통해 자본주의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된다.

용석은 자신이 한 기업의 상무로 있다는 특정 지위권을 앞세워 기차 안이라는 폐쇄된 사회에서 정치질과 이기심을 드러낸다. 펀드매니저인 석우도 마찬가지로 지인이 군인인 것을 이용하여 자기 자신과 딸 수안(김수안)만 살기 위해 물질적인 요소를 사용하여 인간의 이기심을 보여준다.


이런 부분들은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비교해 봤을 때 크게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다.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스타일의 연상호 감독이 놓칠래야 놓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좀비 영화에서 또 다른 주인공은 좀비다.


좀비의 아버지 조지 로메로(1940~)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 1968)을 계기로 좀비가 직접적인 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비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최초의 좀비 영화(<화이트 좀비> White Zombie, 1932)에서는 현대 좀비 영화의 좀비처럼 사람을 잡아먹지도 않는다.


과거의 좀비 영화와 현대의 좀비 영화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좀비들이 걷느냐, 뛰느냐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정통적인 좀비의 경우는 시체이기 때문에 사후경직으로 인해 뛸 수가 없다. 다만 현대 좀비 영화는 긴장감과 속도감을 위해 정통적인 좀비를 포함한 분노 바이러스 감염자 등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좀비를 소재로 한다.



과거의 좀비 영화는 시체의 이미지가 강해서 분장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고어적인 성격이 강하거나 자극적인 소재 때문인지 분장의 기술의 발전도 맞춰 진화했다. 현대에선 분장에 추가하여 CG까지 입히는 경우가 많다.


월드워Z(World War Z, 2013)의 한 장면을 오마주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박수칠 수 밖에.


영화 부산행에서의 좀비는 어떨까.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감염자들은 미친 듯이 날뛰며 사회를 마비시킨다.

좀비들의 분장에도 많은 스텝의 노력과 땀이 녹아 있음이 보였다. 비하인드 스토리 중 하나는 다음날 오후 1시 촬영이 있으면 자정부터 좀비 배역들의 메이크업을 시작했다고 할 정도로...


좀비라는 캐릭터가 관객에게 주는 임팩트는 상당하다. 제3의 주인공인데 분장에 상당한 정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 분장만으로는 좀비의 임팩트를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 좀비 영화에서는 CG에 의존하는 빈도가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는 CG에 의존하는 빈도가 생각보다 적다. 오히려 많은 엑스트라와 스턴트맨들의 노력이 이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한국 좀비 영화의 낮았던 기대치를 높이는 데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좀비의 임팩트 있는 묘사를 위해 기묘한 '꺾기' 장면도 나오는 것이 압권. 실제 무용가 박재인이 안무자로 참여했다.(무용가 박재인은 영화 곡성에도 참여했다.) 이처럼 연상호 감독은 영화 부산행을 통해 좀비로 관객에게 더 긴장감 있고, 더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heer up


영화 부산행을 응원하면서도 어찌 보면 한국영화산업을 향해 응원하고 싶다.

영화 검은 사제들(The Priests, 2015)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소재를 사용했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력으로 관객들에게 충분히 관심과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이처럼 영화 부산행도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소재를 가지고 재난 영화를 만들었으니 그 자체로도 박수쳐줄일이다. 그전에 애니메이션 '서울역'으로 영화 부산행의 프리퀄이 준비되고 있다고 하니, 이 또한 기다려지지 않는가.


한국의 CG 기술력이 세계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 또한 기대를 하면서 앞으로 어떤 다양한 소재들을 가지고 우리에게 설렘을 안겨줄지 기대 투성이다. 혹시 또 모른다. 우주를 소재로 한 높은 퀄리티의 스릴러물이 나올지. (뭐.. 어차피 배급사와 투자자 선에서 정리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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