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카롱 같은 도시. 카잔.
"김치냉장고 잘 있어?"
러시아에서 두 달 머물고 출국 이틀 전에 본가에 전화하자마자 꺼낸 첫마디였다. 치즈와 햄, 빵과 샤우르마(터키의 케밥과 비슷한)로 단련된 오장육부에서 비명을 질렀다. 상상만으로도 침샘이 자극되고, 위가 아려 오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맛은 아는 맛이랬던가.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보다.
보통 러시아 간다고 하면 블라디보스토크나 모스크바, 그나마 조금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나온다. 노노. 나는 열에 열 모르는 카잔으로 갔다. 그래도 여행이라면 되도록 한국인이 없는 곳으로. 최소한의 정보와 최소한의 한국인. 그야말로 도심 어드벤처.
카잔은 자고로 로맨틱한 도시다. 도시 중앙에 위치한 카잔 강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강남과 강북처럼 나눠진 지역은 각각의 특색을 갖고 있다. 강 주변으로 야경은 말도 못 하게 아름다우며, 산책로와 공원 같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커플들이나 가족들이 즐기기에 매우 좋다.
카반 호수는 오리배, 카누, 보트 등의 레저가 잘 갖춰져 있다. 낮 동안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 서서히 지는 저녁 시간이면 많은 커플들이 페달을 밟으며 호수의 한가운데로 모여든다. 그곳에서 보는 노을은 하늘을 핑크색으로 적시기 충분하다.
굴랴쯔라는 문화가 있다. 그저 걷고 또 걷는. 산책 그 자체이다. 커플, 썸, 심지어 단순한 친구사이에서도 굴랴쯔를 입에 담으면 다바이!(하자!)라고 피드백이 온다. 산책을 즐기고 사랑하는 도시이다. 단순한 산책이지만 에메랄드 빛을 머금은 지붕, 정열을 상징하는 듯한 색상의 외벽, 각각의 종교 사원들이 갖고 있는 우아함까지 더하니 굴랴쯔를 하며 입도 즐겁고 눈도 즐거울 따름이다. 신식 건축물 또한 세련되게 뻗은 아치형 창문과 투박해 보이지만 절도 있는 외벽의 조화를 보고 있자니 눈이 부시다. 유럽의 여느 도시처럼 카잔의 알록달록한 건축물들을 끄레믈 성벽 위에서 보니, 마치 잘 진열된 마카롱 가게에 온 듯 달달한 추억을 만들었다.
3줄 요약 : 1. 굴랴쯔(산책만으로도)
2. 로맨틱(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
3. 성공적(인 카잔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