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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토리 Jul 10. 2017

LCK의 안일함 (리프트 라이벌스 결승 후기)

LPL No.1


이번 LCK vs LPL 리프트 라이벌스 결승에서 보여준 LCK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LCK의 밴픽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1경기 삼성의 밴픽은 우리는 그냥 무난히 하던 픽 하면 이길 수 있어. 상대가 뭘 하든의 마인드가 보였다. 애쉬 선픽이 그 단적이 예시일 것이다.


애쉬 선픽하고 상대에게 칼리/라칸이라는 사기적인 조합을 쥐어준 것은 밴픽의 실패이다. 이미 칼리/라칸의 파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LCK 내에서도 나왔었다. 그럼에도 애쉬를 선픽한 것은 그냥 무난하니까이다.

이니시에이팅 능력도 있고 후반에 포지셔닝에 따라 어느정도 딜도 뽑아낼 수 있는 유틸성이 높은 원딜.

실제로 LCK에서 애쉬와 진은 선호되는 픽 중 하나이긴 하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거치면서 애쉬와 진의 티어는 상당히 내려갔다고 생각했는데 LCK 팀들은 꿋꿋이 애쉬를 가져갔다. 


1픽 선픽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니 결국 마지막픽을 먼저 해야하는 블루 사이드에서 선택한 삼성의 미드카드는 오리아나였다. 오리아나 역시 무난한 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상대인 EDG가 탈리야를 뽑아가며 칼리/라칸/탈리야/렉사이/클레드의 어그로 핑퐁과 기동성과 전투에 좋은 아주 좋은 조합을 갖춘 반면 삼성은 레넥톤/그라가스/오리아나/애쉬/브라움 이라는 참 삼성스러운 픽을 뽑아갔다. 무난하고 단단한 조합. 하지만 조합적으로 놓고 보면 상대가 훨씬 컨셉도 확실하고 납득이 가는 조합이었다. EDG는 경기 내에서 칼리/라칸의 사기적인 이니시에이팅과 클레드/렉사이의 돌진과 어그로 핑퐁, 그리고 탈리야의 기동성과 궁극기를 통한 유틸성을 잘 활용하며 삼성을 압살해냈다. 


2경기 SKT는 더 심각했다. SKT는 갈리오를 상대에게 풀어줬다. 갈리오의 위엄 역시 LCK에서 이미 나왔었다. 사기적인 탱킹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딜도 은근 아프다. 그런데 강력한 CC기에 준글로벌 궁극기까지 가지고 있으니 이만한 사기 챔프가 없는데 이걸 풀어줬다. 더 웃긴건 이렇게 풀어주고 가져간 픽이 또 애쉬라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가 잘 다루는 모습을 보여줬던 코그모에 대한 견제도 없었다. 결국 완성된 조합을 보면

WE는 자르반/렉사이/코그모/브라움/갈리오로 굉장히 좋은 조합이다. 자르반과 렉사이에 갈리오 궁을 덮는 식의 좋은 이니시에이팅 수단을 가지고 있으며 후반캐리를 도모할 수 있는 코그모가 있다. 그리고 브라움과 갈리오는 코그모를 지켜주기 아주 좋은 챔피언들이다. 반면 SKT는 잭스/리신/카시오페아/애쉬/카르마이다. 도대체 어떤 점이 강점인지 전혀 모르겠다. 딱히 후반을 간다고 상대보다 좋은 조합이라고 보기도 힘들고 탱커가 없기 때문에 조합의 안정성이 극도로 낮다. 초반에 빠르게 스노우볼을 굴려서 잭스를 아무도 못막게 키우고 이걸 바탕으로 잭스를 스플릿 돌리면서 운영을 해나가야하는 조합인데 그냥 상대 조합이 훨씬 좋다.


그런데 SKT는 인게임 플레이 마저 가관이었다. 페이커가 상대 챔피언의 위치를 모두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칼날부리 견제를 들어갔고 이걸 놓치지 않고 1렙 퍼스트 블러드를 WE는 따냈다. 이후에도 그냥 빠질 수 있는 각인데도 무리하게 상대와 지속적인 싸움을 하다가 한 번 더 킬을 내주고 이 순간 경기는 이미 많이 기울버렸다. 쭉쭉 WE가 스노우볼을 굴리더니 SKT는 멘탈이 터진 것마냥 던져댔다. 미드 1차를 그냥 내줘야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항전을 하더니 울프의 카르마가 먼저 터지고 리신은 자살하러 들어가고 애쉬는 바로 앞에 있는데 궁 잘못 쓰고; 그냥 뭐에 홀린듯이 전부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오늘 페이커는 진짜 안일함의 끝이었고.


KT는 잘했다. 유일하게 이긴 LCK팀이니 KT는 뭐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MVP는 사실 이기길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긴 했다. LCK 9위팀에 최근 경기력이 너무 안좋았기 때문이다.그래도 RNG를 상대로 꽤나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결과는 졌잘싸. MVP 밴픽도 너무 아쉽긴 했다. 상대에게 케이틀린을 열어주고 라칸 엘리스를 가져가는 순간 우리는 고통의 가시밭길을 걷겠소.를 선언한 것이다. 이후 MVP도 애쉬를 가져갔고. 그냥 무슨 단체로 약먹은 것마냥 애쉬만 주구장창 뽑고 상대에게 조합적 시너지가 좋거나 그냥 OP급인 원딜을 내주고 밴픽을 진행했다. 너무 안일했다.


LCK는 사전 인터뷰에서 3:0으로 승리하겠다라고 말했다. 뚜껑은 열어보니 1:3 떡실신이었다. 

밴픽도 LPL이 훨씬 잘했고 팀을 붙이는 것도 전부 LPL의 예상대로 들어맞았다. (이건 LPL 코치들의 인터뷰에도 나와있는 사실이다. 1경기 삼성을 EDG 코치인 노페는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2경기에는 안정적으로 SKT가 나올 것을 예측했다. 그래서 WE를 붙였고 3경기는 KT가 나올 걸 알았기에 약간 논개 느낌으로 OMG를 던지고 MVP를 RNG로 잡는다. LPL 코치들이 전부 읽어냈다.)


나는 오늘 LCK가 패배했지만 그럼에도 LCK가 최고의 리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일한 모습을 보여주고 패배한 것은 굉장히 실망스럽다. 단판제라는걸 감안해보면 조금 더 빡빡하게 밴픽을 짜고 연구할 필요가 있었다.LPL 코치들은 LCK 3:0을 막기 위해 새벽 4시까지 모두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WE 코치인 옴므는 "어제 그들이 3:0 으로 이길거라고 모두가 말할때 자만심에 찬 것 같아 보여서 우리는 그들의 픽밴을 예측할 수 있었다." 라고 발언했다. LCK가 최고 리그임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타리그보다 수준이 높다고 자만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당분간 LPL > LCK라고 말해도 할 말이 없어졌다. 지난 15년 MSI에서 SKT가 EDG에게 패배하고 LCK 위기설이 나돌았던 것처럼 지금도 딱 그 상황과 똑같다. 이번 롤드컵도 기대가 된다. LCK는 이번 패배를 절치부심해서 롤드컵에서 좋은 모습으로 되갚아줬으면 좋겠다. 안일함은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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