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OL이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토리 Aug 15. 2016

LCK 서머 2016 SKT vs KT 5경기 밴픽분석

지난 8월 12일 펼쳐진 LCK 서머 2016 플레이오프 SKT T1 vs KT 롤스터의 경기는 패패승승승의 대 역전극이 펼쳐지며 KT 롤스터의 승리로 끝맺어졌다. 항상 당하던(?) 입장이었던 KT 롤스터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짜릿한 승리는 없었을 것이다. 필자는 이 드라마틱한 경기 속에서 5경기 밴픽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5경기를 말하기 위해서는 앞선 경기들을 빼놓을 수 없으니 5경기 밴픽에 영향을 끼친 부분만 짧게 설명해보겠다. 1,2세트를 승리한 SKT T1은 말자하와 렉사이를 가져가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개인적으로 1경기가 끝나자마자 일단 말자하는 무조건 밴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KT는 2경기에도 말자하를 풀어줬고 결과적으로 패배했다. 그러자 KT는 말자하를 밴하고 렉사이를 빼앗아오는 밴픽구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SKT T1의 구멍으로 꼽히는 포지션은 정글이다. 그 정글이 렉사이를 잡고 괜찮은 경기력을 보여주자 렉사이를 내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밴픽구도가 먹혀들어갔고 KT는 진과 렉사이를 필두로 3,4세트를 가져왔다. 


이렇게 시작한 5경기였다. 5경기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일단 계속 퍼플 사이드를 가져갔던 SKT T1이 블루 사이드를 가져간 것이다. 블루 사이드의 이점은 가장 가져오고 싶은 챔피언 하나를 먼저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왜 갑자기 SKT T1이 블루 사이드로 전략을 바꿨을까? 간단하다. 블랭크에게 정글 렉사이를 쥐어주고 싶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블랭크의 1,2경기 경기력과 3,4경기 경기력은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렉사이를 플레이 했을 때와 그렇지 못했을 때의 경기력이 너무 차이가 나니 일단 블랭크가 잘하는 챔피언을 쥐어주고 싶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밴픽은 항상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SKT T1은 아우렐리온 솔, 블라디미르, 탈리야를 밴했고 KT는 말자하, 렉사이, 그라가스를 밴했다. 밴을 놓고 보자면 SKT T1은 실책이었고 KT는 굉장히 영리했다. 


SKT T1은 노골적으로 미드라인을 견제했다. 플라이를 억제하면 경기를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1,2경기 말자하로 페이커는 플라이를 확실히 찍어 눌렀고 승리를 가져왔다. 하지만 3,4경기를 생각해보면 미드 3밴까지는 조금 지나친 감이 있었다. 3,4경기에서 SKT T1은 계속해서 KT가 원하는 타이밍에 싸움이 걸렸다. 그 기저에는 진이라는 핵심픽이 있었다. 진이 무서운 이유는 살상연희와 커튼콜로 CC연계를 하며 한타나 국지전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3,4경기 내내 SKT T1은 진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으며 그 결과 진은 단 한 번도 죽지 않고 경기를 끝마쳤다. 진이 단 한 번도 죽지 않았다는 점을 볼 때 얼마나 경기를 압도적으로 그리고 유리하게 이끌어갔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럼에도 SKT T1은 진을 밴하지 않았다. 


결국 진을 밴하지 않은 것도 블랭크에게 정글 하나 쥐어주자라는 전략 때문이다. 페이커도 탈리야나 블라디미르를 소화할 수 있지만 1픽으로 정글을 가져와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져올 수 없었다. 그런데 상대에게 내주기에는 껄끄럽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냥 모조리 밴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건 분명한 밴에서의 실책이다. 진은 반드시 밴했어야 하는 챔피언이다. 차라리 블라디 정도를 상대에게 내주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왜냐면 정규시즌에서 페이커는 블라디미르를 상대로 애니비아를 꺼내들며 완벽한 경기력을 여러차례 보여줬다. 또한 경기 내내 페이커가 플라이를 라인전에서 압도한 점을 생각해보면 그냥 라인에서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챔피언을 플라이에게 내주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플라이가 에코, 아우렐리온 솔, 리산드라 등을 활용해 로밍위주로 경기를 풀어버리니 오히려 SKT T1에겐 독이 되버렸다. 하지만 블라디마저 밴한 것도 아무런 근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상대 정글러인 스코어가 그라가스를 워낙 잘 다루기 때문에 블라디미를 풀어주고 애니비아를 가져왔을 때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잘 모르겠다. 쨌든 진에 대한 대처법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멋진 활약을 보여주는 진을 상대에게 내준 건 미스였다. 


KT는 영리했다. 말자하는 당연히 밴해야하는 챔피언이었고 상대가 정글을 가져가려는 움직임인 걸 눈치채자 렉사이와 그라가스까지 밴해버린다. 그나마 블랭크가 1인분을 하는 챔피언이 렉사이와 그라가스였는데 둘 다 못하면 너 뭐할래? 라고 물어본 것이다. 아주 좋은 밴이었다.


SKT T1은 1픽에서 카르마를 가져온다. 별로 좋은 수로 보이지는 않는다. 렉사이와 그라가스가 밴되버리니 난감했을 것이다. 그러니 SKT T1은 그냥 정글 조금 더 보고 뽑을까? 그럼 1픽으로 뭐 뽑지? 이런 와중에 그냥 정말 무난한 카르마를 가져온 것이다. 블루 사이드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픽이었다. 애초에 블랭크에게 정글을 쥐어주려고 블루 사이드를 택했으면 그냥 끝까지 밀어붙였어야 했다. 엘리스 정도를 가져오면서 말이다. 렉사이, 그라가스, 엘리스, 니달리 정도가 괜찮은 픽이라고 생각해봤을 때 니달리는 못다루고 렉사이, 그라가스가 밴 된 상황에서는 엘리스가 그나마 가장 무난무난하게 좋은 픽이었다.


KT는 진과 엘리스를 가져온다. 당연한 선택이다. 진은 경기 내내 좋은 활약을 펼쳤기에 가져오지 않을 이유가 없고 엘리스 역시 스코어가 굉장히 잘 다루는 챔피언이다. 스코어가 못 다루는 정글이 뭐겠냐만은... 쨌든 좋은 픽이었다.


SKT T1은 이어서 헤카림과 시비르를 가져온다. 헤카림은 이제 어쩔 수 없는 픽이었다. 엘리스마저 빼앗겼으니 헤카림과 시비르를 함께 뽑으며 그리고 먼저 뽑았던 카르마와의 시너지를 통해 쭉쭉 돌진해 들어가는 조합을 만들었다. 하지만 블랭크의 폼을 생각해봤을 때 헤카림이 좋은 픽인지는 잘 모르겠다. 정말 어쩔 수 없이 가져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이런건 밴픽에서 좋지 않다.


KT는 나르와 타릭을 가져온다. 경기 내내 탑 구도는 재밌었다. 특히 나르와 갱플 구도가 재밌었는데 항상 나르를 잡은 쪽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갱플을 괴롭혔다. KT는 탑 라인전에서 주도권을 쥐고 싶었을 것이다. 진과 갱플랭크의 조합은 시너지가 좋긴 갱플을 뽑으면 상대가 나르를 뽑아서 계속 괴롭힘 당할 수도 있었다. 이것보다는 차라리 나르를 통해서 상대의 갱플픽을 억제하면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이었다. 타릭은 SKT T1과 같은 돌진 조합에 좋은 카운터 역할을 한다. 확 들어와서 딜사이클을 돌려야하는 데 이 기점에 타릭의 궁극기와 스턴이 들어가면 돌진조합은 그냥 데꿀멍이다. 정말 좋은 서포터 선택이었다.


이렇게 되자 SKT T1은 에코와 트런들을 가져오며 카르마를 미드로 확정짓고 트런들 서폿을 기용한다. 상대가 나르를 뽑았기 때문에 갱플을 뽑기에는 부담이 되었고 에코 정도가 무난했겠지만 차라리 쉔과 같은 픽을 뽑아서 헤카림+쉔으로 완전 컨셉을 잡고 가는 게 어땠을까 싶긴 하다. 물론 5경기에서 듀크는 잘했지만...

트런들도 조합컨셉적인 픽이었다. 나머지가 전부 들어가고 트런들은 기둥과 슬로우로 우리 팀ㅇ 돌진할 때 상대가 도망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생각하고 뽑았을 것이다.  그냥 무난한 픽이었다.


마지막으로 중요했던 게 KT 플라이가 무엇을 뽑느냐였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은 리산드라였다. 정말 무난한 선택이었지만 경기 내에서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리산드라와 엘리스의 어그로 핑퐁에 SKT T1은 속절없이 무너져내렸다. 라인전에서 조금 고생하더라도 로밍과 한타를 바라본 좋은 선택이었다. 미드 3밴으로 저격을 당했음에도 이렇게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은 플라이가 얼마나 훌륭한 미드라이너로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모든 숭부는 한 끝 차이다. 밴픽도 한 끝 차이였다. SKT T1의 패착이라면 진을 밴하지 않은 점, 그리고 1픽으로 카르마를 가져온 점. KT가 잘한 점은 렉사이와 그라가스를 모두 밴한 점, 그리고 리산드라라는 픽 정도일 것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5경기 자체는 블랭크의 헤카림이 워낙 이상한(?) 활약을 하는 바람에 SKT T1이 무너져내린 것이긴 하다. 하지만 이건 예견된 결과였다. 블랭크에게 1픽으로 정글을 쥐어주지 못하며 시작한 밴픽이었고 이 때문에 모든 밴픽이 차례차례 꼬여버렸다. 


KT가 역시 여름 강자이긴하다. 또 결승에 올랐다. 숙적인 SKT T1을 드디어 꺾어내고 말이다. KT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며 이 글은 이만 끝마치도록 하겠다. 아마 결승에선 진을 볼 일이 없을 것 같다. 락스도 애로우의 진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았고 KT도 '진종인' 프레이의 진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진은... 밴했어야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