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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은 Aug 12. 2019

The record #18_‘지금’ 내 마음에 드는 나

홍콩영화 <나의 서른에게>를 보았다.

@나의 서른에게

홍콩영화 <나의 서른에게>를 보았다.


제목처럼 '(여자 나이) 서른'이라는 숫자가 만들어낸 클리셰로 흘러가는 영화다. 주인공으로는 이제 막 서른을 맞은, 아주 상반된 삶을 살아온 두 여자가 등장하는데, 결정적인 사건들이 좀 상투적이고 그래서 중간중간 지루한 부분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서른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라고 답을 제시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괜찮은 영화였다.


내 생각에 줄곧 치열하게 살아온 임약군은 짧은 휴식이 지나가면 어디에서든 다시 예전처럼, 살던 대로 타이트하게 살 것 같다.(사람은 쉽게 안 바뀐다) 걱정일랑 없어 보이던 황천락에겐 생애 큰 시련이 내려졌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 삶을 더 태평하게 바라보며 즐겁게 살아낼 것이다.


결국 이 둘은 서른 때문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에 예기치 않은 상황과 사연이 더해지면서 자신의 앞에 또 다른 길이 나 있음을, 내킨다면 그 길을 좀 걸어봐도 괜찮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그건 서른이 아니어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고, 어쩌면 나이를 먹는다는 건 이런 식으로 반복되는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임약군

요즘은 '달라지지 않는다,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는 좀 처연하게 들렸던 그 말이 문득 위로처럼 다가오곤 한다. 그냥 어느 시점에서든 '지금 내 마음에 드는 나'로서 지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만 않는다면. 여태껏 애써 가꿔온 인생이, 스스로가 갑자기 달라지기를 구태여 기대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것이 지금 서른을 살고 있는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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