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혜은 Aug 11. 2019

The record #17_되어야 할 것은 나 자신

에단 호크는 “스물세 살에 되어야 할 것은 너 자신”이라고 했다.

@청춘 스케치

영화 <청춘 스케치>에서 에단 호크는 “스물세 살에 되어야 할 것은 너 자신”이라고 했다.


고등학생 때 이 영화를 본 나로서는 순진하게도 스물셋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나 자신’이란 건 그냥 기다린다고 절로 되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스물셋으로부터 한참 지나서야 깨달았던 것 같다.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노력이라는 것도.


더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 와 우연처럼 운명처럼 13년 동안의 일기를 아카이빙하면서는, 열아홉에도 스물에도 스물셋에도 내가 나 자신이 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조금 웃기고) 절절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그때는 그저 매일을 우당탕탕 보내느라 몰랐겠지만, 하루가 거듭될수록 자신과는 점점 더 멀어지는 기분만 가득했겠지만.


과거의 나는 마치 사정이 생겨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절친 같아서, 일기를 통한 조우가 반가운 한편, 지나간 나날이란 게 그렇듯 꼭 유쾌하지만은 않고 사이사이 짠한 모습이 드러나면 그것이 찰나라도 복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면 그 시절을 지나온 지금이 다행인 듯 싶다가도 여전히 먼 나에게는 해줄 말도 전할 길도 없어 좀 망연해진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만큼 그 시절을 잘 살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한 번 더 이별하듯 인사를 건넬 뿐이다.


서른의 나도 여전히 나 자신이 되어가는 중이다.

무엇을 위해 이 일을 벌이고 있나 자꾸만 의심스러웠는데, 아무래도 나는 나와 더 친해지기 위해 지금 이런 순간에 놓여 있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The record #16_나에게서 온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