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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정 Oct 29. 2018

[날적이] 2018.10.30

베프의 결혼. 친구야 잘 살아야 해. 행복해야 해.

 2013년. 약대 편입 시험을 준비하다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자반증이라는 피부질환을 얻었다.

다리부터 시작해 얼굴과 두피....온통 빨간 반점들이 내 몸을 덮었다.

그 때가 한창 더운 6~7월이었다. (자반증은 겨울부터 났고, 여름에 정점을 찍었다.)

다들 반팔을 입는데 나는 긴 팔을 입어야만 했다.

수업 후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갈 때마다 마주하는 ...빨간 반점이 뒤덮힌 허벅지를 보고 하염없이 울기도 했다.


점점 심해지는 빨간 반점은 두꺼운 메이크업으로도 가릴 수 없게 되었고 학원에서는 빨간 반점이 난 얼굴과 긴 팔 차림새를 한 나를 보고 수근덕 거리고 비웃기 시작했다.

옮는 것도 아닌데 전염병인줄 알고 착각한 학생들은 계단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마주하면

슬그머니 몸을 내빼고 나와 최대한 떨어지려 했다.

그들은 티가 안 나겠거니 생각했지만
나는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후 학원에 간다는 거짓말을 하곤 혼자 버스를 타고 정처 없이 떠돌거나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했다. 그런데 독서실에서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고 친구와 마주하자마자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하지만 친하게 지낸 사이가 아니었고 2학년 때 반이 갈리고 난 이후 한 번도 서로 연락한 적도 없다.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었다.

그녀는 나의 사정을 완벽히 몰랐지만 다짜고짜 우는 나를 안아서 토닥여줬다.

당황했을 법도 한데 침착하게 달래주었다.

조금 진정된 후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얘기를 술술 꺼냈다. 친구는 이해해줬고 같이 울어주었다. 친구는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4년 간 사귄 남자친구에게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를 받았고 그 때문에 공부에 집중이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모의고사 점수마저 엉망이었다고... 어찌 보면 나와 비슷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아픔을 잘 이해해줬을 지도 모른다.


이후 우리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17살에 만나 24살에 친구가 된 것이다.

친구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우리는 지금까지도 돈독하게 지내고 있다.

그런...나의 베프가 곧 결혼한다.

지난 추석에는 친구가 예비 신랑도 정식으로 소개해주고 밥을 사주었다.

사실 결혼할 거란 건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친구의 옆자리에 평생 동반자가 앉아있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예전에는 우리 둘뿐이었는데) 기분도 싱숭생숭했다.


보통 친구가 시집가면 예전처럼 가깝게 지낼 수 없다고 한다. 점점 공통관심사가 달라지면서 멀어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겁이 좀 나지만, 친구가 행복만 하다면
 신랑 분께 너그러이 보내줄 수 있다.

따흑.....


친구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주일마다 예배드릴 때 꼭 넣는 기도가

"은정이가 꼭 하고 싶은 글 쓰게 해주세요." 라고 한다. 너무 귀엽다.

나는 어떤 종교도 믿지 않지만 정말 신이 있다면

내게 절대 없어선 안될 그녀가 꼭 결혼해서도 행복하길...바란다.


잘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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