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하늘이 내려준 구황작물이다. 지금도 해시 브라운 샌드위치를 먹으며 글을 쓰고 있어서 사심 가득 담아 말할 수 있다. 원래는 무조건 감자보단 고구마 편에 서 있었다. 살을 뺄 때도 밥을 대신하던 고구마 하나가 소중했다. 그러다 무슨 일인지 감자가 먹고 싶던 적이 있었다. 바로 주문해서 다음 날 아침 도착한 알감자를 대량으로 쪄뒀다. 전자레인지로 쪄두고 냉동해두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바질페스토를 곁들어 먹고 치즈도 올려 먹고 포테이토 피자도 만들어 먹었다. 그때 감자의 매력을 알게 됐다. 속은 포슬포슬하면서 살짝 쫀득한 겉면과 어느 재료와 요리해도 맛을 해치지 않고 어우러지는 담백함. 어디든 어울릴 수 있는 ‘인싸’랄까?
“입이 심심하네…” 야식을 먹겠다는 친구의 선전포고다. 과자 하나 꺼내오는 친구를 만류하고 건강한 야식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쪄서 얼려둔 알감자 몇 알이 보였다. 구석에서 모차렐라 치즈도 발견한다. 일단 감자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녹으면서 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키친타올을 깔고 감자를 올렸다. 김이 모락나는 감자를 꺼내고 껍질 벗겨 유리 볼에 담는다. 감자를 으깨고 짭조름하게 소금 간해준다. 으깬 감자가 묽다면 전분을 넣어주는데 그렇게 묽은 편이 아니라 살짝만 넣었다. 잘 섞인 으깬 감자를 동그랗게 모양 잡는다. 호떡에다 흑설탕을 넣듯 감자에 치즈를 듬뿍 올려 덮어준다. 겉에 밀가루나 빵가루는 묻히지 않았다. 기름을 두르고 달군 프라이팬에 동그란 모양으로 잘 만든 감자를 올린다. 감자는 어차피 익었기 때문에 속에 든 치즈와 겉만 노릇하게 구워지면 된다.
엄마의 마음으로 건강한 야식을 준비한 만큼 아이를 위한 맞춤 플레이팅을 선보였다. 케첩으로 토끼를 만들고 파슬리로 토끼가 뛰노는 잔디를 표현했다. 새빨간 케첩 탓에 섬뜩한 모양새가 됐지만 내 탓이 아니다. 다행히 치즈가 잘 녹아 늘어났다. 소금간도 적절했고 모양도 뭉개지거나 부서지지 않았다. 성공적인 야매 요리였다.
친구는 내가 요리해 주는 걸 고맙지만서도 늘 미안해한다. 내게 완성된 요리를 보는 건 냄새와 함께 깊게 숨을 마시는 들숨이고, 그 음식을 잘 먹어주는 사람을 보는 건 안도의 숨이 뱉어지는 날숨이다. 숨통 트이는 기회를 준 친구에게 고맙고 잘 먹어주니 더 좋다. 보다 건강한 밤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