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의외의 Jan 23. 2022

트뤼프 오일 감자 샐러드



‘일찍 일어난 새가 더 일찍 배고프다.’ 아침을 거르고 느지막이 첫 끼를 먹는 요즘, 오랜만에 일찍부터 배고픈 날이었다. 많은 음식 재료가 머릿속을 스쳤지만, 줄줄이 탈락했다. 이유는 공복이기 때문에. 오늘따라 나의 위장은 안녕하신지 챙겨주고 싶은 날이었다. 사려 깊은 선택의 결과는 공복에 좋은 감자와 달걀이었다. 그리고 불현듯 떠오른 레시피 ‘트뤼프 오일 감자 샐러드’. 페이지 모서리 곱게 접어놓은 책을 폈다. <나의 프랑스식 샐러드> 생일 선물로 받은 책이다. 사랑하는 프랑스와 간단한 양식 요리를 즐기는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랑스러운 선물이었다.


요리하기에 앞서 중요한 드레싱이 필요하다. 책의 저자, 이선혜 작가님의 이니셜을 따 만든 ‘SH 드레싱’이다. 책에도 자주 등장하는 시그니처 드레싱이다. 간략히 나열해 적자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3큰술, 다진 양파 1큰술, 화이트 와인 식초 1큰술, 홀 그레인 머스터드 1작은술이 들어간다. 잘게 다진 양파를 볼에 담아 식초를 부어 1~2분 정도 두었다가 올리브 오일, 홀 그레인 머스터드를 넣어 섞으면 된다. 화이트 와인 식초는 구비된 사과 식초로 대체했다. 레드 와인 식초를 써도 된다고 하셨는데 발사믹 식초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본 레시피에는 껍질 벗긴 감자를 강황 가루 1/2작은술과 소금 1작은술을 넣고 삶는다고 되어있다. 우리 집엔 냉동해둔 찐 알감자가 있었기 때문에 노선을 바꿨다. 전자레인지로 감자를 해동하고 달걀을 삶았다. 달걀을 삶을 땐 ‘꼬꼬찜기’를 사용한다. 이름처럼 귀여운 꼬꼬 모양의 찜기인데 물을 끓일 필요도, 콘센트조차 필요 없으며 단시간에 완성된다. 삼성 페이급 간편함이다(본인 아이폰 유저). 강력 추천을 넘어 강매하고 싶다. 찜기에 물 조금 넣고 전자레인지 6분이면 반숙, 8분이면 완숙이 된다. 익힌 감자와 달걀을 반으로 잘라 볼에 넣고 드레싱을 2큰술 뿌린다. 강황 푼 물에 삶는 과정을 생략했으므로 직접 강황 가루 조금을 뿌리고 뒤섞어 줬다. 그 위에 파슬리를 뿌리고 통후추를 갈아 올린다. 마지막 화룡점정, 트뤼프 오일 2작은술을 뿌려 주면 된다.



수일간 밀가루로 혹사한 나의 소화 계통을 위한 아침. 포슬 하고 쫀득한 감자, 취향에 맞게 잘 익은 반숙 달걀은 본연의 맛을 잃지 않았다. 드레싱에 양파가 아쉽지 않게 식감을 채워주고 드레싱과 오일의 향이 후각을 채웠다.

질 좋은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조합은 바람직했다. 해가 지날수록 머리가 아닌 몸의 소리에도 귀 기울여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느낀다. ‘건강한 육신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소리를 불문하고 외치는 이유가 있다. 건강만을 위해 제한된 각박한 식단은 정신 건강에 좋지 않고, 몸이 피로한 식단은 신체 건강에 좋지 않다. 중간 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당장 오늘의 아침을 건강하게 여는 건 나의 선택이다. 누구도 챙겨 줄 수 없는 내 몸을 건사하고 있다는 명분 있는 식사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닭 한 마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