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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외의 Jan 29. 2022

고구바게트 샌드위치



맛있는 음식을 맛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샅샅이 관찰하듯 재료를 들여다보게 된다. 친한 동생과 오랜만에 만나던 날이었다. 뭘 먹을까 고민하던 중 샌드위치를 사랑하는 나에게 딱 맞은 성수동에 위치한 ‘앤드밀’을 가게 됐다. 먹음직한 샌드위치, 파니니와 수프 종류가 다양했지만 마음속 점 찍어둔 메뉴가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주문을 하러 갔는데 카운터 앞에 화려한 스티커로 장식된 한정 메뉴. 내가 찾던 ‘가을밤게트 샌드위치’. 안 시킬 이유가 없었다.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초반엔 색다른 샌드위치 맛에 반했고 후반엔 적당히 단맛의 디저트 같기도 했다. 자연스레 재료를 들여다보게 됐다.



가을밤게트 샌드위치를 따라 했지만, 동일 재료는 같은 빵집에서 산 바게트뿐인 레시피. 재료는 루꼴라, 생햄, 크림치즈가 필요한데 청상추, 베이컨, 체다 슬라이스 치즈 순으로 대체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밤 무스는 고구마를 사용했다. 고구마 무스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지만 일단, 쪄서 냉동해 둔 고구마를 전자레인지로 해동 시켜 껍질을 벗기고 볼에 넣는다. 포크로 고구마를 으깨며 농도를 보면서 무가당 두유를 부어준다. 흐르지 않을 정도만 걸쭉해 지면 된다. 추가로 시나몬 가루도 뿌려줬다. 이제 바게트 반을 두 쪽으로 썰어 팬에 구워준다. 남은 바게트도 샌드위치용으로 썰어 밀봉 후 냉동 보관했다. 냉동 보관한 빵은 팬에 구워주면 처음 맛과 식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구워진 바게트 한쪽에 홀 그레인 머스터드를 바르고 만들어 둔 고구마 무스를 발랐다. 베이컨 한 줄은 뜨거운 물로 헹궈 물기 닦아 올렸다. 치즈 한 장도 빵 크기에 맞게 깔아준 뒤 청상추를 올려 바게트로 뚜껑을 덮어준다. 손으로 잘 고정하며 반으로 썰어주면 완성이다. 그라인더로 갈아 올린 치즈도 뿌려져 있었지만 생략했다.



가을밤게트 샌드위치를 좇아 만든 고구바게트샌드위치. 즐겨 쓰던 치아바타나 식빵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바게트의 생명은 입천장이 까질 정도의 겉 바삭, 속 쫄깃이다. 원조 샌드위치는 디저트라고 느낄 정도의 단맛을 냈다면 내가 만든 샌드위치는 조금 더 식사류 샌드위치 같은 맛이었다. 밤을 밤고구마로 대체한 건 옳았다. 아무래도 크림치즈를 체다 슬라이스 치즈로 대체 한 점에서 맛이 좌우된 거 같다. 그날의 맛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다른 맛과 비슷한 맛을 느꼈다. 그날 함께 했던 동생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다. 어떤 날을 사진이나 기록으로 곱씹어 보는 것도 좋지만 맛으로 곱씹는 방법도 꽤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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