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아주 오래 걸었다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들르는 동안
한 곳의 정처도 갖지 않았다
가끔 부르는 말소리에는
갈 길이 멀다고
못 들은 체였고,
머물고 싶었던 어느 풍경은
도저히 내가 서 있을 곳이 못돼보였다.
그렇게 여남은 세월
가슴속에는 한줄기 풍광이 스민다.
어디로 향해가고 있는지
그 목적지는 분명해졌으나
그곳에 가고 싶었던 마음이
기대로 가득 찼던 그 순간이
다 타버린 재처럼
수레바퀴 자국을 확인하는 일처럼
몹시도 고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아무도 모르게
스러져가는 것이
필시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황량한 여행길은
어찌 보면 있어야 할 곳을 찾고 있는
생채기 가득한 어린아이의 길이었고,
또 어찌 보면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의 길이었으며,
또 어찌 보면 떠밀리듯 떠나왔지만
종착지가 분명할 가시밭 길이었다.
언제나 선택의 내용은 단순하다
가느냐, 멈추느냐..
아직 그 결정을 이야기해 줄 때는 못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서 듣지 못한 수많은 말들이
당신의 행동들을 예정했던 것처럼
여전히...
당신도 나도,
계속 주욱
모르는 편이
종착지로 향할 마지막 단서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