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의 반이 겨울인 스웨덴 우메오에서 운동하기
운동.. 사실 말만 들어도 벌써 힘들다.. 한국에서는 운동이라 하면 구강운동과 숨쉬기 운동밖에 하지 않았다. 가끔 특정 운동(예를 들어 요가라던가..)을 해보고자 학원(?)을 다녀도 금세 질려버려서 흥미를 잃곤 했다.
운동은 끔찍이 싫어하는 나인데.. 주변 친구의 권유와 한국 집에서의 잔소리 덕에 운동을 해야지 마음을 먹게 되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아... 근데 눈 쌓였잖아.. 자전거도 못 타는데 무슨 운동이야... 추워 죽겠는데... 체육관은... 비싸지 않아..?'라는 핑계로 몇 달을 훌쩍 보냈다. 하지만 이곳 우메오에서라면 운동만큼은 추운 것도, 비싼 것도, 질리는 것에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수업 마치고 또는 팀플 마치고서는 반은 집에 가고 반은 익수에 간다. 아예 스포츠 가방까지 가방 두 개를 메고 오는 애들도 많다. 처음에는 익수가 뭐하는 덴지 몰라서 그냥 짐(헬스장)이려니 추측만 했다. 하지만 "너 가서 무슨 운동해?"에 대한 대답은 제각각이었다.
"나 오늘은 요가하고 밤에 푹 자려고"
"Of course the football."
"짐(Gym) 가서 근력운동할 거야"
"스쿼시 하려고 라켓 들고 왔어"
"수영 가면 샤워까지 하고 와서 집 와서 바로 잘 수 있어"
IKSU... 도대체 뭐하는 곳이지? 처음에는 대답만 듣고 '아~ 여러 종류의 운동을 갖추어놓은 곳이구나' 싶었는데.. 문제는 애들이 매일 다른 걸 하고 온다는 것이다. 어제는 요가 오늘은 짐, 내일은 수영..
그렇게 궁금점만 늘어갈 때, 같이 운동하자는 친구의 권유로 결국 나도 익수 회원권을 끊었다. 친구에게 설명을 듣고, 연 3회 친구 초대 찬스로 친구 따라 '바디 밸런스' 클래스를 듣고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1년에 4400크로나, 한국 돈으로 60만 원이 채 안 되는 가격이다. 물론 수입 없는 유학생으로서 한 번에 끊기에는 좀 큰 금액이지만 월 5만 원에 운동이라니.. 한국보다 훨씬 싼 가격에 우선 카드를 긁었다. 처음 한번 입장이 어려워서 그렇지.. 한번 입장하면 신기한 것들이 너무 많아 전부 구경도 못하면서 이것저것 사게 되는 백화점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돈은 더 안 든다는 점!) 40개가 넘는 실내 운동 클래스(수업)가 있어서 원하는 종목을 원하는 시간대에 예약하고 참여하면 된다. 심지어 하키나 축구, 비치발리볼도 실내에서 할 수 있다. 주짓수나 검도를 제외하고는 추가금액 없이 필요한 장비만 있다면(예를 들어 수영복, 라켓, 운동화 등등) 체력이 허락하는 한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다. 원래는 바디 밸런스나 필라테스, 요가처럼 운동화도 필요 없는 종목부터 시작했는데 이게 스트레칭과 자세교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엄청 힘들지는 않아서, 땀 흘리는 운동이 필요할 때에는 인도어 워킹, 사이클, 코어 트레이닝도 종종 신청해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기종목이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서 아마존에서 라켓까지 구입해 스쿼시를 시작했다. 비록 아직은 벽치기이지만...
익수 카드를 샀다는 때부터 바로 초대된 단톡.. 약간 개미지옥이다.. (친구가 자꾸 소환해.. @나현 윌유 조인어스?) 100프로 다 참여하지는 않아도 친구 만난다는 핑계로 주섬주섬 운동화를 신는다. 각자 카드에 연결된 계정이 있어서 IKSU 앱에서 미리 예약을 할 수 있다. 친구와 함께 할 생각이라면 같이 예약을 하고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예약을 안 하고도 리셉션 앞에서 각 클래스 3시간 전부터 직접 표(?)를 끊을 수 있지만, 앱에서 미리 예약을 하면 인기 있는 수업이라도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예약을 해놓고 놓치면.. 카드가 막혀버린다. 카드가 막히면 다시 풀기 위해 50크로나(약 6500원) 돈을 내야 하고 풀기 전까지 다른 예약도 못한다.
학교에서 운동한다는 애들은 예외 없이 익수에서 하기 때문에 좀 더 친해질 기회를 찾는다면 같이 운동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운동 끝나고 둘러앉아 차도 한잔 마시고, 타이밍이 맞다면 그대로 집으로 직행해 같이 요리하고 밥 먹기도 하니 학교 밖에서 새로운 활동을 하고 싶다면 이곳 익수가 제격이다.(실제로 40개가 넘는 클래스가 있으니.. 진짜 매번 다른 걸 할 수도 있다.)
Cover image - credits: Sara Ingman/imagebank.swed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