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없다고..?
서울에 있었을 때에는 학교에 가도, 친구들을 만나도 지하철을 타지 않고 어딜 간다는 생각은 어려웠다. 그 15분 거리에 있는 지하철마저 걸어가지 않고 집 코앞에 있는 2분 거리 버스정류장에 오는 버스 7대 중에 아무거나 골라 타곤 했다. (사실 아침 시간에 차가 막혀 그게 그건데... 그거 안 걸으려고 기를 썼나..)
우메오에 오고 나선 이런 '이동'과 관련해서 생활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물론 행동반경 자체가 많이 줄은 것도 있지만 (집-학교-... 끗..) 학교와의 거리도 많이 줄었고 (1시간 반에서 걸어서 15분으로 줄었다!!) 지하철이 없어 완전히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이곳에 오고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수많은 자전거들이다. 모든 건물 앞에 자전거를 위한 주차공간이 있고, 학교 곳곳에도 자전거 주차공간이, 시내의 길가에는 양쪽으로 자전거들이 늘어져있다. 이곳은 자전거 도시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요즘같이 눈이 쏟아지는 날에도 '스노타이어'를 장착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나는 도저히 무서워서 탈 엄두를 안 낸다...) 그래서 오자마자 한 일은 자전거 구하기! 새 자전거는 꽤나 비싸 중고 자전거를 구입하였다.
사실 자전거가 굳이 굳이 없어도 되긴 하지만, 자전거가 있으면 걸어서 15분 거리의 학교가 5분 만에 도착하는 마법이 일어나고(나 같은 지각쟁이에게 진짜 필요하다... 9시 55분에만 나가도 10시 도착!) 시내까지 걸어서 40분 걸리는 곳도 자전거면 20분 컷에 도착한다. 다만 9월 말쯤 넘어가기 시작하면 바람이 차고 쌩쌩 달리는 탓에 손이 많이 시려우니 장갑은 필수! 이렇게 자전거만 있다면 지각쟁이도 무서울 것이 없다.
요즘은 한반도가 추위가 기승이어서 감히 이곳이 춥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가끔(!)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영하 10도쯤 되더라 하더라도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얼굴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눈은 정말 많이 오는데, 팝콘 같은 눈이 내릴 때도 있고, '미스트가 얼었나' 싶은 눈이 올 때도 있지만 이 모든 눈들은 녹지 않고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덕분에 자전거 타기도 포기했다. 10분만 일찍 나가면 학교는 충분히 갈 수 있고, 눈길은 미끄러운 데다가.. 무엇보다도.. 내 자전거는 눈에 파묻혀버렸다.. 눈 치우는 차가.. 길가로 눈을 모아두었는데 내 자전거는 그 눈더미에 앞바퀴가 묶여버렸다.. ㅎㅎ
학교까지는 어떻게든 간다고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에 가고 싶어질 때 부터다. 사실 자전거를 자신 있게 탈 수 없어서 날씨가 좋을 때에도 멀리는 못 나갔다.(이케아라든지.. 이까막시같은 대형 슈퍼라든지.. 특히 짐 들고 와야 한다면..) 그럴 때는 역시 버스인데, 아마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나가는 버스를 구경만 했을 수도 있다.
✳︎ 지불수단 마련하기
내 첫 번째 관문은 역시 이거였다. 어떻게 돈 내지..? 1) 버스에서 신용카드로 내기(현금X) 정말 권하고 싶지 않지만 급할 때는 어쩔 수 없다. 굳이 미리 버스카드를 사지 않아도 버스에 타서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하지만 미리 결제하는 것보다 거의 10kr(크로나)를 더 내야 하는 데다가 환승도 안된다. 만일 환승을 한다면 편도에 2500원가량 '더' 내야 한다. 현재 만 26세 이상을 기준으로 버스에서 바로 결제할 경우 한 번에 35kr이니 환승이라도 하면.. 10분 조금 넘게 타는데 만 원 가까이 내야한다ㅎㅎ 하지만 급할 때는 이런 방법도 있으니 어떻게든 버스는 탈 수 있다.
2) 선불카드 사기
현재 내가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선불 카드는 가까운 마트에서 살 수 있고, 직원에게 이야기해 원하는 옵션으로 충전할 수 있다. 버스 선불카드의 장점은 'n 회권'을 살 수 있다는 것인데 6~40회 이용권을 충전하면 그때그때 한 장씩 사는 것보다 회당 4~7kr 정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ㅇ머니 카드처럼 카드 값을 25kr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에 소개하는 앱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60일 이상의 장기 정기권도 충전할 수 있는데, 30일 정기권보다 조금 더 저렴하다.
3) 앱으로 결제하기
가장 편한 방법으로 버스를 타는 방법! 앱에 결제카드를 등록하고 버스 타기 전에 티켓을 구입하는 방법이다. 앱스토어 또는 구글 플레이에서 'Ultra vill mer' 앱을 다운로드하면 된다. (국가 변경 없이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원래는 편도 1시간 권만 살 수 있었는데, 최근에 업데이트되면서 정기권과 종일권, 3일권도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카드로 살 수 있는 'n 회권'은 살 수가 없다. 정기권은 30일마다 결제해야 하는데, 한 달에 28번 이상(14일 이상) 탈 예정이라면 정기권이 훨씬 싸다. 하지만 그 이하로 탈 것 같으면 카드로 n 회권(몇 달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을 끊는 것이 낫다.
✳︎ 버스 시간 확인하기 스웨덴 친구가 그랬다. '이놈의 버스는 시간표보다 일찍 가있으면 꼭 5분씩 지각하고 1분만 지각해도 버스는 떠나있다'라고... 그렇게 한번 떠난 버스는 보통 15분을 기다려야 한다. 주말이나 점심시간, 밤늦은 시간이 되면 30분, 1시간도 기다려야 한다... 버스 운행 간격이 긴 게 꽤나 충격이었는데, 서울에서는 웬만큼 늦은 시간에도 12분 간격이면 다음 버스가 오는데... 덕분에 버스를 타야 하는 날이면 미리미리 버스 시간표를 챙겨본다. 5분을 더 기다리더라도 다음 걸 타는 것보단 나으니까.. 버스 시간은 구글맵에서도, 버스 앱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아직은 구글맵이 나은 것 같다. 버스 앱을 분명 영어로 설정했는데도 중간중간 스웨덴 어가 섞여 나오고 레이아웃도 보기 힘들어서 시간표는 구글맵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나은 것 같다.
✳︎ Vasaplan 환승하기 우메오 도심의 환승센터 Vasaplan는 혼돈의 카오스다. 처음에 이케아에 가려고 환승을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원하는 4번 버스는 오질 않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총 13개 정도의 흩어진 정류장이 있는데, 예를 들어 5번 버스는 E 플랫폼에서, 4번 버스는 P 플랫폼에서 타야 한다. 5번을 타고 4번을 환승하려 했는데 E 플랫폼에서만 5번 버스를 세 번 정도 보내고 나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버스를 환승할 때에는 어떤 플랫폼에서 타야 하는지 꼭 확인하도록 하자.
'흰 천과 바람'만으로 어디든 갈 수 있는 능력은 되지 않지만, 자전거와 버스만 있다면 이 소도시 우메오에서는 제법 다양한 곳을 다닐 수 있다. 사람들 말로는 자전거로 1시간 반이면 도시를 횡단할 수 있다는데,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다리 근력만 된다면 시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커버사진: 우메오 버스 Ultra (출처:https://www.tabussen.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