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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키 Jan 27. 2018

스톡홀름 여행기 1/2

From Umeå  To Stockholm: 650km를 이동하는 방법

  크리스마스 연휴기간 동안 머나먼 한국에서 동생이 놀러와 짧게나마 '국내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는 지난 지 한참인데.. 이제야 글을 올리는 건.. 첫째는 사진을 정리하지 못함이요, 둘째는 학교일로 바쁘다는 핑계 때문일까..

  학부 때 천둥벌거숭이 같던 나를 잘 달래 길을 안내해주신 교수님께도 안부 메일을 드릴 때면 '그래, 학교 일에 여유가 생긴다면 주변 지역을 꼭 여행해보길 바란다. 모두들 궁금해하는 여행 지니..'라는 답신을 꼭 받곤 했다. 하긴.. 서유럽, 남유럽 국가 위주의 여행기들이 많으니 비록 많은 곳은 다니지 못했지만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더군다나 사진들이 너무나도 예쁘게 나와서 '스웨덴은 이런 곳입니다!'라고 뽐낼 수 있을 것만 같다. 함께 대동해주신 사진작가님(본업:5세 반 선생님)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이번 여행기는 둘로 나눠 첫 파트에서는 이동기를, 두 번째 파트에서는 스톡홀름 탐방기를 올리 자고 한다.



650km 이동기

  나와 동생은 이 머나먼 거리를 어떻게 이동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까 많이 고민했다. 아무래도 가장 빠른 방법은 역시 비행기이긴 하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기차보다 낫다..) 이곳 우메오에서 스톡홀름으로 갈 일이 있다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비행기일 것 같다. 하지만 크나큰 문제가 있었으니... 23일, 24일, 25일 그리고 26일 아침까지는... 비행기가.. 없다... 25일은 단 한 대도 없었고, 23일은 동생이 스톡홀름에서 우메오로 올라오는 날이었는데 저녁 비행기도, 다음날 아침 비행기도 없어서 결국 24일 점심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었다(아마 이게 그날의 유일무이한 비행기였을 걸..?).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에는 거의 우리나라의 설, 추석 명절과 비슷한 데다가 '명절은 가족과 함께'인 경우가 많아서 비행기 대수도 줄고, 다른 대중교통 수단도 발걸음이 느려지는 시기이다. 우리의 여행 계획은 25일 저녁 또는 26일 아침 스톡홀름을 내려가는 거였는데..? 아.. 어쩌지..?


기차를 타요

그래, 이가 없으면 잇몸이랬다. 시간은 오래 걸려도 어찌 됐든 내려가면 되지 않을까?

출처: https://www.sj.se

...? 여덟 시간이요..? 730크로나요..? 처음 기차를 찾아 나서고는 시간에, 그리고 가격에 놀랐다. 비행기를 타면 1시간이면 가고 왕복에 1000크로나 이하로 끊을 수 있는데..

하지만 방법이 없던 우리는 결국 기차를 타기로 했다. 그것도 밤기차! 밤기차를 타면 다른 일정에 무리를 거의 주지 않을 것 같은 데다가 숙소비로 나가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니 그럭저럭 탈만했다. 앉아서 가는 일반 좌석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Sleeping car로 타고 가기로 했다. (4년 전 내일로 여행은 어떻게 다녔나 싶다.. 식당칸에 구겨져 갔었는데..) 

6인용 Sleeping car

슬리핑 카는 6인실, 3인실을 선택할 수 있었다. 우리는 돈 조금 더 주고 3인실을 샀건만... 직원은 같은 표를 두 번 팔아버렸다며 이미 그 방을 다른 사람들이 쓰고 있고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제안은 다른 3인실 방에 빈 두 자리를 줄 수 있고(이미 한 사람이 쓰고 있었다), 값은 싼 데지만 6인실 전체를 다 쓰게 해줄 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다. 동생과 나는 망설임 없이 6인실을 달라고 하고는 짐을 간단히 풀었다. 의자는 변신 가능한 디자인이어서, 등받이를 들어 올려서 6개의 침대를 만들 수 있다. 슬리핑 카에 대한 생생 후기는.. 어.. 재미는 있는데 여러 가지로 불편은 하다. 일단 위생과는 안녕을 해야 한다. 깨끗하게 빨은 시트를 주긴 하지만 계속 유지되는 담요와 베갯속은... 결국 베개는 나의 목베개를 베고 롱 패딩을 이불 삼아 잤다. 그리고 건조해서 마스크를 끼고 잤어야했다. 게다가 화장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다 비슷한지 땅콩 같은 화장실에 줄은 길고 그 화장실마저 세수할 곳은 못되었다. 그래도 눈곱은 뗄 수 있었기에 사람의 몰골을 하고 내리긴 했다. 그래도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던 건 따뜻한 객실과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기차를 타러 가는 날은 우메오가 영하 12도에 흔치 않은 칼바람이 부는 날이었는데 객실은 따뜻해서 반팔로 입고 자도 될 정도였다. 그리고 기차가 출발하고 멈출 때마다 깰까 봐 걱정했는데 천천히 출발하고 멈추어서 깨어있을 때에도 잘 못 느낄 정도였다. 쓰고 보니 단점만 많이 이야기한 것 같은데 '잘곳'으로 생각하고 숙소와 비교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을 운용하기에는 좋은 옵션이었고 새로운 경험에 재미도 있던 기차여행이었다.

게다가 기차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 있으니... 시내와 시내를 연결해준다는 것이다. 비행기를 타면 우메오에서도 1시간에 한대 오는 공항버스 타고 공항까지 나가야 하고, 스톡홀름에서도 (알란다에서 내린다면) 공항버스를 다시 타고 50분가량 스톡홀름 중심지로 와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차역은 우메오에서도 중앙에, 스톡홀름에서도 중심가에 있으니 다른 곳으로의 이동도 편하고 이어지는 교통편에 대한 고려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비행기를 타요

스톡홀름에서 다시 우메오로 돌아올 때에는 어차피 동생을 공항에서 배웅해야 하니 나도 비행기를 타는 게 금전적, 시간적으로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여덟 시간.. 동행하는 사람도 없고 노트북도 없는 데다가 잠을 잘 시간도 아니어서 여덟 시간을 소모하기에는 몸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사실 비행기를 예약하는 절차는 굳이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 손으로 끊어본 비행기 표는 단 두 장이기 때문에(..) 그리고 사람마다 선호하는 조건(시간, 가격, 어느 공항에서 내리고 탈 것인지 등..)이 다르기 때문에 선뜻 권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팁?은 만 25세 이하라면 SAS항공(https://www.sas.se)의 Youth 표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는 것이다. 물론 가끔은 이 할인 티켓보다 싼 조건으로 표를 구할 수도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Youth 표가 싼 편이다.


우메오는 공항이 하나뿐이라 별 고민 없이 타면 되지만, 스톡홀름에는 알란다(Arlanda) 공항과 브롬마(Bromma) 공항이 있어, 선호하는 공항을 선택하면 좋을 듯하다. 시내에서는 브롬마 공항이 가깝지만 국제공항은 알란다이니 (어쩜 이렇게 서울이랑 똑같을까) 일정에 맞춰 이동하면 좋을듯하다. 두 공항에서 시내까지 오는 가장 빠른 방법은 공항버스(https://www.flygbussarna.se/)인데, 미리 알아보고 예약하면 현장 표를 사는 것보다 편하고 저렴하니 혹시 이용할 분들이 있다면 미리 알아보시길 권한다!

스톡홀름에서 우메오까지. 한시간 날았을 뿐인데 맞아주는 풍경이 너무나 다르다. 역시 겨울왕국은 우메오!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니, 한국에 있을 때 주변 국을 다녔어야 했고, 이 곳 스웨덴에 있을 때 유럽국을 다녀야 한다는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확실히 연휴 때, 가족행사 때마다 집에 가는 독일 친구들에 비해 집 한번 가기 힘든 건 사실이라 석사가 끝나고 다시 한국에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자주 든다. 과연 앞으로 공부하면서 더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 고민은 되지만 출발은 가볍게 국내여행으로 시작해 종종 국경을 넘어서도 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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