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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시형 Oct 03. 2016

여행 후의 '삶'

세계여행을, 장기여행을 다녀온 뒤에 이어지는 삶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


'여행이 당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았나요?'

'여행 후 뭐가 달라졌죠?'

'여행을 다녀와서 깨달은 것이 있나요?'



그리고 이런 얘기도 많이 듣는다.

'역시 여행을 다녀오니 스케일이 다르네.'

'생각이 트였어'

'뭐가 달라도 달라'



아니, 미안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두번의 장기여행을 했다.


'장기'의 기준에 따라서 몇 번 더 했는지도 모르겠다.

400일간의 김치버스 여행, 220일간의 유럽 무전여행, 100일간의 남미,

다시 50일간의 남미, 30일간의 남아공,30일간의 대한민국 ...


더 길게, 더 많이 다녀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첫 장기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정말 많이 바뀌었다. 돌아 가면 끝이야 이제.'

 

끝난 건 하나도 없었다.

다시 시작이었다.


아무것도 바뀌어 있지 않았다.

나를 뺀 모든 것이 그대로 돌아가고 있었고

내 여행이 어떤 의미를 가졌든 그건 온전히 나만의 것이었다.



나이를 먹었고, 모아둔 돈도 없었다.

뭔가 쭉 쭉 이루어 질거라 생각했는데 다시 원점에서 도전해야 했다.

아니 원점이 아닌, 남들보다 더 좋지 않은 시작점에서.


독특한 여행이었기에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3년이라는 시간에 걸쳐서 겨우겨우.

언론의 주목도 있었고 그 덕에 강연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책이나 강연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고 그런 관심도 금새 사그러들었다.


그때 깨달았다.

장기여행을 다녀온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그저 220일간의 무전여행을 다녀온 류시형에 대한 기대가 좀 더 커지고

해야만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그 기대가 더 커졌다는 것 외엔.



몇번의 장기여행을 더 한 뒤 나는 창업을 했다.




김치버스를 푸드트럭으로 창업한 이유는 단 한가지다.


김치버스라는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가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


차가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폐차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괜찮은 장소가 생겼고 기회를 얻었다.


많은 사람들은 여행 후 창업으로 아이템이 잘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것이 영리와 비영리가 조화를 이루며 서로 홍보 수단이 되어 주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발판을 만들어 주니 말이다.


덕분에 이제는 책도 두권 더 썼고 강연도 자주 다닌다.

푸드트럭 역시 태국 방콕 매장 오픈을 눈 앞에 두고 있고

외국에서의 홍보 프로젝트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나쁘지 않게 여행 후에, 여행을 계속 이어가며

새로운 삶으로 연착륙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장기여행을 떠난다.

학생들도 있지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는 사람도 적지 않은 요즘이다.


'다녀와서 뭐 할 생각이야?'


여행 후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뭐든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고

그 여행이 여행 후의 삶을 책임져 주진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면 떠나라.


달라지는 것은 없어도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떠남'이란 언제나 설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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