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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ju Ivana Kim Jul 29. 2016

몬테레이 센트로의 골목길에서, "민주장터"를 외치다

몬테레이에서의 남은 열흘, 길고 긴 휴식 끝에 내린 결심

오늘 드디어 Por Fin, 몬테레이에 시원하게 비가 주륵 주륵 내려 그동안의 더위를 씻겨주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기아노의 일상에서도 그랬지만 폭풍처럼 모든것이 지나가고 편안하고 아늑할것만 같았던 퇴직 후의 몬테레이 삶은 오히려 나에게 지루함과 무더위를 안겨주어 지치고도 우울할 때가 종종 찾아왔다.


(벌써) 두달 전만해도 오전 5시면 온갖 짜증을 있는대로 부리며 기상해서 공장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빰빰거리는 멕시코 라디오와 함께 붐비는 교통 체증 속에서 밝아오는 아침을 보지도 못한채 비서실에 도착해서 부랴부랴 커피머신을 붙잡고 쟁반과 그날 배달된 신문을 들고 뛰기를 반복해왔는데,  

처음에는 그 알람 시계가 체내에 습관이 되어서 일찍 깨곤했지만 요즘은 오전 10시는 쉽게 넘기는 것 같다.

기아차 업무를 마치고 몬테레이에서 머무는 시간이 연장된 이유는 :  


1. 과나화또 Don Quijote 에서 DELE B2 시험  

2. 콜롬비아 보고타, 카르타헤나 여행 (파나마, 멕시코 시티 경유)


정해진 일정들이 끝나고나니 다음으로 행진해야될 노선인 "통번역대학원 시험 공부"를 하겠다고 여러 자료를 찾고 책상에 앉으려고 시도해보았으나 막상 부담스럽고 괜히 스트레스가 쌓여서 몇일간은 정말 병에 걸린것처럼 공부 시작하기도 힘든 날이 많았다. 중간 시간을 활용하여 포트폴리오 작성도 해가면서 힘을 내보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시트가 다 젖을 정도로 땀이 나는 몬테레이의 40도 가까운 무더위, 그리고 아포다카의 삶이 힘들다고 느껴진게 대부분의 이유였다. 물을 다 써버려서 요리도 할 수 없고 한모금 마실 수도 없을때 옆에 편의점이나 조그만한 슈퍼라도 있으면 좋으려만, 나는 비록 가까운 거리라도 택시를 잡아서 타고 또 나가야함에 불편하고 짜증이 났고 집에 있는시간이 답답하게도 늘어만 갔다. 그나마 날 위로해준건 주택단지 내의 시원한 풀장..놀러 나갈만 한곳은 쇼핑몰이나 레스토랑이 전부임을 한탄하게 된것도 오래되었고 그만큼 우리집 마들역이 그립고 정말 행복한 공간임을 깨닫게되었다.


그렇다고 냉큼 한국에 가버리는 것도 해결책은 안될것 같았고 사실 여행 말고도 "진정한 힐링"이 필요한데 그것을 계획할 의욕도 좀처럼 나지를 않았으니..몬테레이 환경 탓만 하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항상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지내는 나인데, 멕시코 한인 사회 + 몬테레이 환경 + 기아차 공장에서 고생과 역경을 겪고나니 불평도 많아지고, 감사함이 줄어들고 나의 original 밝은 하회탈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던것 같다.

      

멕시코 생활의 마지막을 정리하며 엄마가 늘 장난처럼 말씀만 하셨던 "옷장사"를 하기 위해 나의 좋은 품질 Alta Calidad의 옷들을 다 꺼내어서 Economico저렴해 보이지만 중고품 치곤 꽤나 나가는 가격표를 일일히 옷상표에 다 붙여서 바자회를 열었고, 결과는 대....박!! :D

집에 있는 빨래다이와 옷걸이를 총동원해서 시작된 민주 장터에는 한글 학교 학생인 Graciela아줌마와 두 딸들이 와주었고, 보고싶었던 나의 동료 Gabriel 가족도 방문해주었다. 쭉 둘러보고 이옷 저옷 화장실로 들어가 입어보며 좋아하는 모습에 Descuento 할인을 왕창해주기도, 몇 아이템은 Regalo선물로 주기도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민주장터 고객이 된 막내딸 Mia, 그리웠던 Gabriel 가족과 함께

특히 막내 딸 Mia는 새로 보는 한국 옷들과 장신구를 구경하며 신이 났는지, 짜장면을 먹으면서도 계속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깜찍했다. 결국은 맘에드는 머리띠며 티셔츠, 샌달까지 다 착용했는데 너무 잘 어울려서 마치 내가 부모가 된것처럼 뿌듯해졌다. 그래서 선택한 모든걸 다 선물해주기로!! 첫째딸 Daisy는 생각보다 체격이 있어서 입어보면 꽉 조이는 옷들이 많았다. 입학하는 고등학교에 입을 옷들을 같이 골라주고, 치마는 무조건 무릎을 10센치 이상은 덮어야한다는 못말리는 딸바보 Gabri의 말에 나는 우리 나라 옛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ㅋㅋ기다리는 동안 우린 내가 퇴사하던 순간들.. 함께 일했던 나날들을 추억하면서 기나긴 수다를 떨었다.



 

일요일에는 Barrio Antiguo 센트로 구시가지에 나가서 장터를 열어보겠다는 큰 결심을 하고, 포돌이에 짐을 차곡차곡 실어 센트로로 출발했다. 몬테레이의 핫뜨거운 날씨(거의 사막 수준)덕분에 손님들은 menos.. 평소보다 훨씬 적었다. 게다가 알레한드로가 우리를 도와 빌려준 주차장 창고 자리는 사람들이 붐비는 길거리 바로 옆 골목이였는데 마법에 거린 마냥 사람들은 메인 스트리트 외에 우리쪽은 쳐다보지도 않는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땀이 죽 흐르는 날씨에 센트로까지 차 한대에 꽉차는 짐을 이끌고 나온것이 아깝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우리 장터를 좀더 홍보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나는 "Bazar Corea" 간판을 만들어 사람이 붐비는 거리로 나갔다! 신기한건 땀 뻘뻘흘리는 조그만 한국 여자인 나와 그 간판의 문구를 읽어보며 흥미를 가지던 멕시코 현지인들이였다. Dónde se encuentra? 우리 장터가 어디있냐고 물으며 나를 따라와서 옷구경을 하던 가족들, 학생들.. 굳이 옷을 사지 않아도 나의 가게를 방문해주고 곧 한국으로 돌아가냐며 인사를 나눌 수 있던것만으로 반갑고 고마웠던 하루였다.


 

매주 일요일 몬테레이 구시가지에 열리는 골동품 시장. 날씨는 인기만큼 뜨거웠다.



가게를 지키며 많은 시민들을 만났고, 그들은 내가 몬테레이에서 경험한 삭만한 사람들보다는 훨씬 마음이 열리고 낙천적인 소박한 인상이 많았다. 그래서 한동안 마음의 문을 꾹 닫고 결국은 나와 다른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던 날들이 아쉬울 정도로,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그동안 아껴왔던 물건들을 나눠주고 소개해주는데 오후 3시부터 8시라는 시간은 땀방울 하나 뚝 떨어지듯 금방 지나가버렸고 어느새 하나 둘 장터 문을 닫는 시간이 돌아왔다.

설치했던 옷들과 장신구를 치워야하는 뒷정리는 만만치 않았고 나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정리가 힘들어서라도 그곳에서 24시간 장터를 열었을 수도 있었던 상황 ㅎㅎ




만남과 헤어짐이 교차하는 이곳 장터처럼, 삶에서 마주하게 될 시간들도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겠지.

오랬동안 정들었던 나의 물건들이 다른 이들의 품에 간직될거라고 생각하니, 그동안 숨어있던 나의 하회탈이 "빙그레"하며 다시 떠올랐다.  


Gracias por su visita y compra en nuestro bazar de Asia!

저희 아시아 바자를 방문해주신 손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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