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되면 거리는 온통 달콤한 향기로 뒤덮인다. 망고의 계절이 온 것이다. 5월은 녹색이던 망고가 노랗게 익기 시작하는 때이다. 5월 말이 되면 우기가 시작되고 망고 나무에 걸려있던 망고들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진다. 그야말로 망고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망고 나무 바로 아래는 떨어진 망고들이 발에 치인다.
바닥에 떨어지는 망고는 대부분 짓눌리거나 깨져서 갈라진 채로 있다. 길거리에 달콤한 향이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바닥만 한 망고부터 웬만한 아이의 얼굴만 한 망고까지 그 크기가 다양하다. 값도 싸다. 1달러에 두세 개는 기본이다. 아이의 얼굴만 한 것도 1달러를 넘지 않는다. 내가 한국에서 망고는 10달러를 주면 2개 정도 살 수 있다고 말하면 다들 망고 들고 한국에 가서 팔자고 말한다. 금방 부자가 될 수 있겠다며 말이다.
5월은 자동차의 보닛이 가장 많이 찌그러지는 달일 것이다. 멋모르고 망고나무 아래에 주차한 차들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망고가 떨어질 걸 알면서도 오늘은 아니겠지. 내 차는 아니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주차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보닛에 떨어지면 그나마 운이 좋은 것이다. 앞 유리에 떨어지면 유리에 금이 간다. 통계는 없지만 5월에 앞유리에 금이 가는 자동차의 수는 다른 때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누군가는 아무리 주차할 데가 없다고 망고 나무 아래에 주차하냐고 혀를 끌끌 차기도 한다.
자동차가 찌그러질 정도인데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5월이 되면 망고나무 아래는 지나쳐가지도 않는다. 커다란 망고를 맞고 다음날 신문에 "한국인, 망고에 맞아 중태"라는 헤드라인을 보고 싶지 않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 절반이 딱딱한 씨앗이나 마찬가지여서 결코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살바도르의 망고는 맛있다. 나는 특히 5~6월의 잘 익은 망고를 좋아했다. 껍질째 톤째로 먹기도 했고, 격자모양으로 잘라서 베어 먹기도 했다. 과즙과 과육이 입안에 가득 찼다 못해 입꼬리를 열고 흘러내렸다. 덜 익은 망고인 망고 베르데 Mango verde는 매우 시다. 현지인들은 망고 베르데에 주로 핫소스와 시드분말을 양념으로 뿌려서 먹는다. 그들은 아주 맛있다며 내게 주곤 했지만 나는 양념을 한 망고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아예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잘 익은 망고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망고의 계절인 5월이 되면 지금도 코끝에 망고향이 찾아와 걸릴 것만 같다 그때 망고를 실컷 먹은 것 같은데도 좀 더 먹지 못한 게 아쉬운 요즘이다. 그곳은 싸고 맛있는 망고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곳이었다. 어쩌면 그곳은 파라다이스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