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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 Mar 02. 2022

정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정준희의 해시태그>

콘텐츠 발굴러

넘처나는 유튜브 시사 콘텐츠들 속에서 40분 분량의 레거시 미디어로 마이웨이를 걷고 있는 시사 프로그램이 있어 소개해보려 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TBS의 <정준희의 해시태그>다. 앞서 TBS의 다른 시사 콘텐츠들을 소개한 바 있어, 또 TBS야?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지켜봐왔고, 자극적이고 경쟁적인 미디어 시장에서 자기 개성을 잃지 않고, 주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꿋꿋이 걸어나가고 있는 프로그램이라 인상적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유튜브로도' 송출될 뿐이지,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제작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유튜브와 TV의 경계가 무의미해 진 시대에서 이러한 구분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얼마나 차별화되고 재미있느냐 일뿐.  

먼저, 차별화 측면에서 본다면 <정준희의 해시태그> 분명, 뚜렷한 자기 색깔과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저널리즘을 다루는 방송으로 매회 특정 주제를 다룬 언론 보도를 살펴보고 비평한다. '저널리즘 비평'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지만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시사 평론도 같이 소화된다. 저널리즘 비평을 넘어 시사 비평으로 확장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는 사회를 비평한다. 전문가 영역이라고 알고 있는 비평의 세계를 대중에게 가깝게 만드는 데는 풍부한 사례와 예시, 그리고 날카로운 통찰과 시각으로 사안을 풀어주는 MC 정준희 교수의 진행이 큰 역할을 했다. 따라서 해시태그의 최대 장점 또한 단연 정준희 교수의 인사이트일 수밖에 없다. 정준희 교수는 공영방송의 역할과 기능을 주로 연구해온 언론학 박사이자 언론인으로, MBC 100분토론, KBS의 저널리즘J 등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그는 냉철한 시각과 분석력, 그만의 인사이트로 일정 규모의 팬덤까지 형성하고 있고 자신의 이름을 딴 '정준희의 해시태그' 방송에서 그 어느 방송에서보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한다. 

정준희의 해시태그는 메인 방송 외에도 '방과후 해시태그' '해시태그 라이브' 등 다양한 서브 콘텐츠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해시태그를 좋아하고 시청하는 시청자, 구독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해시태그의 노력과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방과후 해시태그'는 정준희 교수가 온라인 관객과 패널들에게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강연 프로그램이다. '해시태그 라이브'는 말 그대로 유튜브 라이브로 구독자들과 실시간 소통하며 특정 사안을 비롯한 시사 현안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은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각 콘텐츠의 컨셉과 색깔에 맞게 변화를 꾀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정준희 교수의 강연으로 구성된 '방과후 해시태그'는 정준희의 해시태그가 언론 보도 양상과 언론의 자세에 대해서 조명한다면, 정준희 교수의 강연으로 구성된  '방과후 해시태그'는 언론 보도에만 국한하지 않고, 역사 전반, 시사 전반에 대해서 엣지있는 주제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는 차별성이 있다. 강연 프로그램이니만큼 정준희 교수가 가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재미가 있다. 


최근에는 대선 시즌을 맞아 '정치는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강연이 진행됐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역대 대통령들의 당선 과정과 당선 이후의 정치, 사회 변화 등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정치가 기능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유권자인 우리가 정치와 정치인에게 투사하는 혐오와 열망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살펴봤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결국 정치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과 희망으로 움직이는 것이고, 정치인은 국민을 대리하여 이 일을 구체적으로 행하는 사람들일 테니까. 정준희의 해시태그는 우리가 지겹도록 보는 대선 후보의 지지율과 판세를 경마식으로 보도하고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헌법 절차에 따라 치르는 선거, 유권자들의 투표, 그것을 작동시키는 요인들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바로 여기에 이 프로그램의 유일함이 있는 것이 아닐까. 

유튜브 세상이다. 짧고 직관적으로 속시원하게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내편'의 스피커들이 마이크를 잡은 시사 방송에 팬덤이 형성되고 사람이 몰린다. 이제 레거시 미디어에서 시사 방송을 찾아본다는 건은 구태한 소비방식이 되었다. 유튜브 콘텐츠 중에서 '시사' 장르는 높은 비율을 보인다. 높은 팬덤과 물량 공세...소비 트렌드에 적합한 형식과 유통 방식, 레거시 방송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대세'다. 그런 세상에서 언론과 정치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는 방송이 꾸준히 팬층을 모으며 선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방송은 소중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 닿길 바라는 마음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ZOXeY6pD6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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