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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UU Oct 14. 2022

돌아가다 보면 늦는다. 다만 여러 길이 보인다.

창업가를 위한 브랜드 에티튜드 01

하릴없이 돌고 돈 삶



생각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저는  늦습니다. 늦는  뻔이 알면서도 뭔가 계속 뭔갈 하다 보니 어느덧 청춘이  가고 말았죠.  어쩐지 젊은 시절 성공한 사람들은 진즉에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그렇지 못한 저의 삶을 채근하는  보였고 조급해 속도를 내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룬  하나 취한  하나 없이 40줄이 되고 말았군' 하며 후회하려던 찰나 저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긴 샘플링의 시간


학교 공부보단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책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수업에서는 곧잘 공상에 빠졌으며 교과서는 낙서 투성이, 고등학교 때는 학교를 그만두고 싶었고 대학에 진학할 때는 대학 진학보다 다른 걸 하고 싶어 했습니다. 결국 취미로 하던 춤을 스무 살이 넘어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로댄서의 길은 쉽지 않았지만 즐거웠습니다. 그러다 패션에도 관심을 갖고 컴퓨터 그래픽도 독학으로 했습니다. 사진작가인 아버지께 배운 사진 기술로 패션 쪽 작은 스타트업에 들어가 툴과 촬영, 고객관리 등을 해 월급을 받으며 틈틈이 그림 외주로 돈을 벌었습니다. 직장 근처에 댄스학원에 강사로 퇴근 후 강사로 활동했죠.


네 전 한우물을 파지 못했습니다. 문득 '내가 그때 춤을 안 췄더라면' 내가 그때 조금 참고 재수해서 원하는 미술대를 들어갔더라면, 뭔가 진득하게 하나에 집중했더라면 전 성공했을까요? 정답은 모른다입니다.


사업을 시작, 6개월도 안되 망하다.


등 떠밀리듯 준비를 못한 채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래선지 보기 좋게 첫 번째 BM이 망했을 때 저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 싫었습니다.  로고 만드는 일을 시작했고 재벌가 키즈 파티 사진사부터 쇼핑몰 제품 촬영, 누끼 따기 등 그동안의 잡기를 살려 버텨 보았습니다. CMYK가 뭔지도 모르고 프린터에는 왜 흰색 잉크는 없는 거냐며 출력소에 항의하던 저는 결국 충무로를 돌며 인쇄일도 배웠죠. 동대문 종합시장과 성수동 공장을 돌던 저는 옷 제작과 인쇄일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패션을 전공했고 댄서로 일해 봤으며 포토그래퍼의 경험이 있고 회사에서 팀장으로 중간관리자가 되어봤고 의류 판매점원, 웹 기획한답시고 개발자랑 동업해 가산디지털단지 한편에 사무실을 내고 종일 개발자처럼 컴퓨터 앞에 노예가 돼 보기도 하고, 독립 책방 주인, 버거집 사장 등 지금도 다양한 경험이 저를 스치고 갑니다.


여러 길을 돌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직 갈길이 멀었고 이제 넘어지지 말고 서둘러 가야 함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여러 길이 있다는 것, 문제가 닥치면 이제 어떤 방향으로든 길이 있다는 것을

다양한 경험은 유연한 사고를 하게 했고 저를 단단하게 했습니다.


첫 번째 글은 뱅뱅 돌고 왔다갔다한 저의 삶이 바로 비로소 저의 브랜드를 뚜렷하게 만들었다고 믿었기에 '너무 늦은 것이 아닌지 아님 막다른 길에 들어선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모든 창업가께 드리는 메시지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샘플링 과정이며 이 과정을 거쳐야 진짜 자신의 브랜드가 만들어집니다. 다양한 경험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가장 쓸데없는 시간은 망설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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