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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UU Jan 14. 2024

정서적 안티에이징

마흔, 걱정과 불안을 덜어내고 감사와 긍정을 채우기

늙는 것에 대한 두려움, 아직 젊은 누군가에 대한 부러움


마흔한 살(정서적 한국 나이 마흔세 살) 뭔가 이룬 게 없이 나이만 먹고 있음을 한탄하던 때가 있습니다. 요즘 20대 중반에 몇백억 대 회사를 이루고 창창한 미래에 포부를 긍지 넘치게 설명하는 젊은 피들의 활약상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작년에 한번 크게 말아먹은 저로선 그들이 부럽습니다. '어린 나이에 잘 된 것'에 대한 질투가 아닌 아직 십수 년을 시행착오를 겪고 실패해도 나랑 비슷한 나이에 경험치는 그 이상일 수 있다는 점이 부럽습니다. 


어린 시절 그림을 그린다고, 댄서가 되겠다고, 스타트업에 들어가 엑싯을 시켜 큰 배당을 받겠다고 자신만만했던 꿈과 희망이 넘치던 젊은 날이 제 나이테 속에 녹아들어 지금에 '나'라는 나무 한그루가 되어 있습니다. 홍역을 치러내듯 큰 위기의 시간을 버틴 지난해를 거처 거울에 비친 나를 봅니다. 20대 때보다 25kg은 늘어 있었으며 흰머리가 늘다 못해 몇 개 없는 코털 속에서도 흰털이 불청객처럼 불쑥 튀어나와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저는 늙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슬프고 두려웠습니다. 내 시대를 즐기기도 전에 끝나버렸다는 그 유쾌하지 못한 느낌들, 아침 일찍 표를 사서 들어간 놀이공원에서 그저 길만 헤마다 해가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 같아서 우울감에 문득 잠 못 이루는 일들이 많았죠.


나에게도 가진 것이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멋진 경험과 과정이라는 저의 자산을 외면한 체 가지지 못하는 것, 곧 잃어버릴 것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아침에 아내와 아침을 먹으며 매일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한 놀라움과 감사를 이야기합니다. 내가 1의 강도의 걱정을 이야기하면 10 이상으로 더 걱정하는 아내 때문에 의직적으로 결코 걱정을 공유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진화해서 오히려 저도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고 걱정뿐이던 지난날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지혜를 찾고자 하는 소년의 마음

마흔이 되면 생체의 시계가 빠르게 노화로 넘어갑니다. 그걸 지연시키기 위해 다양한 약을 챙겨 먹기도 하고 시술을 받고 새치를 감추기 위해 염색을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20대의 상대로 완벽히 되돌리진 못합니다. (아직까진 말이죠.) 그런 행위 안에서 더욱 마흔의 인류는 노화와 자신이 이룬 것들의 부족함 등에 잠 못 이룹니다. 아직 젊을 때 괜찮았던 것들이 이제 성적표가 되어 내 값을 매기기 시작합니다. 불안과 후회가 점점 삶을 채워나갑니다.  


원래 젊음이란 것은 잠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고 그것이 끝나기 전에 다른 것으로 채워주지 않으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볼품없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지혜라 생각합니다. 잃어버린 젊음보다는 젊어서 얻지 못했던 것에 집중해 보세요. 


저는 길게 보면 주변부를 겉도는 아웃사이더였고 몇 년 동안 중심부로 욕심부려 진입하려다 실력과 태도, 지혜의 부족으로 크게 넘어졌습니다. 그것을 회복하느라 수년간 피로로 얼룩진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나 스스로를 돌아볼 정도의 여유를 가질 때 늙어버린 저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 허무의 무게를 견디기엔 나약한 저에게 지혜라는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습니다. 아니 본능적으로 지혜로 손을 뻗은 것이죠.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책을 읽고 타인의 경험을 듣고 대화를 나누며 이따금 이렇게 글을 쓰고 배운 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삶을 살다 보니 어느덧 그 늙는다는 것의 무게를 스스로 질 필요가 없다는 사실 하나를 발견합니다. 


저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모든 분들께 저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서툴지만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벌써 몇 번을 글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기에 글을 쓰기에 아직 부족한 저의 실력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만 그런 글 하나하나가 모여 결국 좋은 글을 쓰는 법을 알아나갈 거라고 스스로 용기를 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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