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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헌윤 Jul 04. 2021

딸둥이 상담사 아빠의 심리이야기

#12. 공감: 생의 시작과 끝

요즈음 쌍둥이 두 딸의 옹알이와 눈맞춤이 부쩍 늘었다. 그 미소와 옹알이를 받아주고 반영해 주는 가운데, 아이들의 마음은 점점 단단히 견실해져 간다. 반석 위의 집처럼 단단해지는 자기감으로 세상과 소통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내면이 눈으로 읽힌다. 아이들의 짜증, 투정, 울음, 싫증, 욕구 등을 공감의 눈과 반영의 구체적 언어로 표현해주는 가운데 아이들은 이내 평온해진다 .


우리네 삶은 관계 속에서 서로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그 안에서 위안과 새 힘을 얻는다. 병적인 의존적 관계가 아닌 서로에게 열린 공감의 울타리 안에서 저마다의 고통을 나누며 연대하는 가운데, 무거운 짐은 조금 가벼워질 수 있다.  


마음의 심지가 굳게 뿌리내린 건강한 자존감 소유자로 아이들을 키우려면 어떡해야 할까?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영. 유아기 시절 부모의 ‘공감과 반영’이 절대적 영향이 크다.

  

아이들이 건강한 자기(self)를 구축하는 데에는 자기대상(selfobject)으로서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기서, 자기(self)란 우리가 주관적으로 느끼고 판단하며 행동을 결정하는 심리구조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집행기관을 말한다. 자기(self)가 분명하고 안정된 자기(self)를 가진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건강하고 응집적(cohesive)인 자기(self)의 구축을 위해서는 아이에 잘 공감해 주며 응답해 주어야 한다.  


자기심리학자 하인즈 코헛은 자기대상이란 ‘상대가 자신의 수족처럼 마음대로 움직여 주리라 믿는 대상으로 정의’하였다. 대부분의 유아들에게 자기대상(selfobject)은 주-양육자 엄마이다. 아이들은 자기들의 생각대로 느끼고 자기의 의도대로 자기대상도 따라 준다고 믿는다. 타인이 자기(self) 감각을 불러일으키고, 유지하고, 긍정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느낄 때 이 사람은 자기대상이 된다.


자기(self)가 쉽게 깨지지 않고 자기통합이 응집력 있게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공감(empathy)을 잘해주고 적절한 반응(mirroring)을 해 줄 뿐만 아니라, 이상적(idealization)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공감은 타자가 겪고 있는 고통적 정서적 상태로 들어가 그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인 것처럼 느끼는 것을 말한다. 우리 아이들은 곁에 있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면 곧장 따라 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초보적인 공감적 고통’이라고 일컫는다. 이는 인간의 내부에 선천적으로 공감적 성향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의미한다.   


심리적 환경인 ‘반응-공감적 자기대상’의 결핍은 정신병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적절히 반응해 주고 공감해 주는 어머니(아버지)의 결핍이 성격장애의 원인으로 작용된 것이다. 좋은 자기대상(부모)을 만나는 아이는 그것을 자신 안에 내재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기의 핵(core self)’은 건실히 다져진다. 자기대상(부모)의 금지와 장려 같은 선택적 반응과 아이의 타고난 기질의 상호작용과 맞물려 자기(self)는 탄생한다.   


아이들은 출생 이후 건강한 자기 구조를 지니기 위해서 끊임없이 심리적 산소(Psychological Oxygen)로써의 자기대상의 적절한 사랑과 공감적 응답을 요구한다. 부모의 무관심이나 공감의 실패로 아이들이 대상 욕구를 만족하지 못하게 되면 건강한 응집적 자기를 구축하지 못하고 파편화된다.


우리 아이들은 심리적 성장의 기초로서 태어나서부터 자기대상(Selfobject)인 부모로부터의 충분한 공감과 사랑과 양육을 제공 받아야 한다.


거친 세상에 아이들을 위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우리 부모의 ‘공감과 반영’ 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진: The End Is The Beginning Is The End_조헌윤작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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