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어느 해변 마을을 갔드랬다.
올해들어 가장 더운 날이라고 뉴스에서 본 것 같았다.
금방 지쳐 읽지 않을 것을 알지만
원서 한 권을 가져갔다.
예전에는 돋보기로 개미를 태워 죽이며 놀았다고 하던데
내가 개미가 된 느낌의 날씨였다.
매미들의 광기어린 열렬한 환호.
사이프러스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공간 바로 앞에는
해변이 펼쳐져 있었다.
아무렇게나 늘어선 파라솔의 눈부신 하얀색과
스포츠 음료를 풀어 놓은 듯한 형광빛의 바다색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습기가 없는 이곳에서는
사이프러스 그늘 아래에만 있어도
선선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선들걸리는 건조한 바람결
바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다운템포
규칙적인 파도 소리
조용한 사람들.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렇게 뒹굴거리다
해가 기울면
저녁에는 근처 구시가지로 가서
골목 나무 테이블에 앉아
구운 야채나 문어같은 것을 먹고
허물어져가는 돌담을 보거나
골목의 허공을 가로지르는 줄에 널어놓은 남의 빨래같은 것을 구경하며
맹숭하고 시원한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주인이 직접 담궜다는 달고 뜨거운 담금주가
목구멍을 타고 위까지 내려가는 게 느껴졌다.
소화가 잘 될 겁니다.
종탑과 작은 성당이 자리잡은 바다와 맞다은 광장에서는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
유명한 가수의 노래를 커버하는 콘서트가 열렸다.
어느새 달이 뜨고 하늘에 잉크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전염병처럼 뒤쪽의 어른들까지 점점 들썩거린다.
노래를 함께 따라부르고
달을 한번 봤다가
고개를 돌려 바다를 한번 봤다가
몸을 흔들흔들하다가
덥지만 포옹도 한번 하다가.
올해 가장 더운 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여름으로서 완벽한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