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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이삼사오육칠팔구 Jul 27. 2024

고사리


국산 고사리를 좋아합니다.

정말 좋아합니다.


너무 통통하지 않아 좋습니다.

적당한 굵기에 적당한 길이

그리고 그 고소함이 응축된 부드러운 쫄깃함.


국산 고사리

좋아합니다.


고사리 나물도 물론 맛있습니다.

액젓으로만 맛을 낸

마늘이 들어가지 않은 경기도식 고사리 나물을 좋아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고사리 요리라면

쫀득한 햇감자와 단맛이 나는 양파를 생선 육수에 함께 조려

하룻밤 묵혀 먹는

여름의 고사리 조림을 무척 좋아합니다.


조리하기 전 건조 국산 고사리는 정말 보잘 것이 없습니다.

누가 건축 폐기물로 착각해서 버린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모양새니까요.


하지만 하룻밤 물에 불려

적당히 탄력이 오른 국산 고사리는 이미 

침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조리하여도 그 탄력을 잃지 않게 됩니다.


제주도 오지 산기슭에서 고사리에 둘러쌓어

고사리 요리를 연구하는 삶.

생각만해도 멋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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