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고사리를 좋아합니다.
정말 좋아합니다.
너무 통통하지 않아 좋습니다.
적당한 굵기에 적당한 길이
그리고 그 고소함이 응축된 부드러운 쫄깃함.
국산 고사리
좋아합니다.
고사리 나물도 물론 맛있습니다.
액젓으로만 맛을 낸
마늘이 들어가지 않은 경기도식 고사리 나물을 좋아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고사리 요리라면
쫀득한 햇감자와 단맛이 나는 양파를 생선 육수에 함께 조려
하룻밤 묵혀 먹는
여름의 고사리 조림을 무척 좋아합니다.
조리하기 전 건조 국산 고사리는 정말 보잘 것이 없습니다.
누가 건축 폐기물로 착각해서 버린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모양새니까요.
하지만 하룻밤 물에 불려
적당히 탄력이 오른 국산 고사리는 이미
침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조리하여도 그 탄력을 잃지 않게 됩니다.
제주도 오지 산기슭에서 고사리에 둘러쌓어
고사리 요리를 연구하는 삶.
생각만해도 멋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