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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이삼사오육칠팔구 Aug 01. 2024

모호


풀석임에 날아오른 존재감 없는 먼지처럼

홀로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어떤 것에도 소속되지 않은,

소속될 수 없는 기분.


방향도 속도도 모른 채 블랙홀 어딘가를

혼자 부유하는 느낌.





나의 말을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들으며

온전히 이해하는 척 고개를 끄덕이다

각자 만들어온 음식들에 관심있는 척 우걱우걱 먹었다.


온전한 재료도 이름도 알 수 없는

군침도는 음식들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최대한 웅크려 몸을 작게 구겨

내 자리를 만들어 앉았다.


뜻은 없고 음만 가진 단어들이

차려둔 음식 위 사방천지로 포탄처럼 날아다녔다.





몇 달이나 마주친 사람의 얼굴도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이래도 싸다고 생각했다.


급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어두운 침대에 구석에 몸을 말아 세로누워 창밖을 바라보았다.

3층 창문 밖은 온전하게 빈 공간이 채워져 있었다.

그 무한함에 압도되어 잠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그런 모호함이 좋았던 적도 있었다.

그런 불투명함에 나를 숨길 수도 있었고

내 맘대로 걸러 보고 들을 수 있는 좋은 핑계였다.



무한의 모호함이 엄습하는 날이면

나를 작게 더 작게 접고 접어 구석으로 몰아 넣고는

오래된 먼지처럼 임의의 어딘가로 붕 뜨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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