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석임에 날아오른 존재감 없는 먼지처럼
홀로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어떤 것에도 소속되지 않은,
소속될 수 없는 기분.
방향도 속도도 모른 채 블랙홀 어딘가를
혼자 부유하는 느낌.
나의 말을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들으며
온전히 이해하는 척 고개를 끄덕이다
각자 만들어온 음식들에 관심있는 척 우걱우걱 먹었다.
온전한 재료도 이름도 알 수 없는
군침도는 음식들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최대한 웅크려 몸을 작게 구겨
내 자리를 만들어 앉았다.
뜻은 없고 음만 가진 단어들이
차려둔 음식 위 사방천지로 포탄처럼 날아다녔다.
몇 달이나 마주친 사람의 얼굴도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이래도 싸다고 생각했다.
급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어두운 침대에 구석에 몸을 말아 세로누워 창밖을 바라보았다.
3층 창문 밖은 온전하게 빈 공간이 채워져 있었다.
그 무한함에 압도되어 잠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그런 모호함이 좋았던 적도 있었다.
그런 불투명함에 나를 숨길 수도 있었고
내 맘대로 걸러 보고 들을 수 있는 좋은 핑계였다.
무한의 모호함이 엄습하는 날이면
나를 작게 더 작게 접고 접어 구석으로 몰아 넣고는
오래된 먼지처럼 임의의 어딘가로 붕 뜨는 수 밖에 없다.